"삭막한 지하철은 가라"…이젠 감성지하철 시대

기사등록 2011/11/13 10:36:00

최종수정 2016/12/27 23:02:04

【서울=뉴시스】송윤세 기자 = 우리나라 지하철역은 일부 역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지하철 노선도와 광고판만이 설치된 단조롭고 획일적인 모양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어떤 건물인지 한 눈에 가늠할 수 없는 독특한 외관으로 디자인된 역사부터 독특한 예술작품으로 꾸민 곳, 박물관이 지하철 역사 안에 들어와 있는 곳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활용된 지하철역이 이용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13일 한국교통연구원 등에 따르면 디자인 전문회사인 디자인붐이 2009년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하철역사는 스웨덴 스톡홀름시의 블루라인 지하철 역사 내부다. 세계에서 가장 긴 아트갤러리라고 불리는 이 곳은 마치 동굴 안에 있는 느낌을 주며 140여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지하철역 100개 중 90개 이상을 독특한 예술작품으로 꾸몄다.

 벨기에 브뤼셀의 모든 지하철역에는 다양한 미술작품이 설치돼 승객들을 즐겁게 한다. 브뤼셀 콤테 데 플랑드르역에는 천장에 다섯 명의 사람이 날아다니는 모양의 작품이 설치되기도 했다.

 독일 뮌헨의 지하철역은 색을 강조한 특징이다. 베스트 프리트호프역은 푸른빛의 철이 승객대기공간의 은은한 노란색과 빛의 대비를 이루고 있다. 뮌헨 U1노선의 게오르크 브라우홀레 링역은 승강장 벽면에 뮌헨의 역사적 풍경과 역사개발 이력 등을 이야기 요소로 꾸며 승객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지하철역은 화려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해 꼼소몰쓰까야역은 마치 왕국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줄 정도다. 화사한 파스텔톤의 높은 천장과 기둥이 인상적이다.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은 역사적인 시설물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좋은 사례다. 건축 외관과 로비를 보존하고 내부공간을 리모델링하기도 한다. 케텐브뤼켄가세역은 궁전이나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잘 살렸다.

 평양의 지하철역은 모스크바 지하철역의 영향을 받아 대리석 구조물로 화려하게 돼 있어 '지하궁전'이란 별칭이 있다. 서울의 지하철보다 1년 먼저 개통된 평양 지하철은 현재 2개의 노선이 운영 중이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 그리스 아테네의 지하철역은 많은 복제유물과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아테네 신태그마역은 고대 벽화와 유물 등이 전시돼 있어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해준다. 캐나다의 토론토 뮤지엄역 역시 누가 봐도 한번에 박물관임을 알 수 있게 승강장 기둥을 고대유물로 장식했다.

 스페인 빌바오 지하철역은 여행가들의 단골사진이다. 이 지역의 주력사업인 철강업과 조선업의 도시이미지를 이용해 철강프레임과 깔끔한 곡면 유리구조로 지하철역사 입구를 단장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보켄하이머 바르테역은 지하철이 땅에서 튀어나오거나 땅으로 들어가는 듯한 모양의 역사로 이용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일부에 남아있는 아르누보 양식의 지하철 출입구가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다. 파리의 포르트도핀역은 출입구의 캐노피를 식물의 줄기와 같은 유연한 곡선으로 생동감있게 표현해 빨리 들어가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는 곡선미를 강조했다. 이슬람 문과권의 조형은 '녹아서 하나가 된다'는 융합적인 성격이 강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고가역사는 황금을 연상시키는 색채를 강조해 모래 물결과 같은 부드러운 형상으로 디자인됐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와이탄 관광터널은 와이탄과 푸동지구를 황푸강 밑으로 연결하는 해저터널이다. 터털 내부에는 레이저쇼와 화려한 조명들이 광광객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지난달 개통된 신분당선 판교~청계산입구역 구간에도 이와 비슷한 경관 조명이 설치됐다.  

 최근 개통된 우리나라 역사들도 환경을 고려해 주변의 풍경과 어울릴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고, 지하철역사 내에 작품전시와 공연 등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토록 노력하고 있다.

 교통연구원 김건영 연구원은 "우리가 시간에 쫓겨 밀어부치기식으로 공공시설물을 짓는 반면, 외국은 시간이 걸려도 의견을 수렴해 주민들 의견 충분히 들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만족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공항이나 기차역 같은 교통시설물은 수십 년간 사용할 시설물이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사람과 환경, 교통이 조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 교통연구원, 한국사이버대학교 최성호 교수)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삭막한 지하철은 가라"…이젠 감성지하철 시대

기사등록 2011/11/13 10:36:00 최초수정 2016/12/27 23:02:04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