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음정 조규찬 탈락, 한계 자인한 '나는 가수다'

기사등록 2011/10/24 14:28:18

최종수정 2016/12/27 22:56:20

【서울=뉴시스】기자수첩·이재훈 (문화부)

 싱어송라이터 조규찬(40)은 정확하게 음을 내는 가수로 유명하다. 음정이 너무 정확해 재미가 없다며 기계 같다는 소리를 들을 지경이다. 가창력 하나로만 따진다면 그의 이름은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조규찬이 가창력을 겨루는 MBC TV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제8라운드 투입과 동시에 탈락했다. 조규찬은 23일 '나는 가수다' 8라운드 2차 경연에서 5위에 올랐다. 그러나 7위를 차지한 1차 경연을 합산한 결과, 꼴지를 기록하며 고배를 마셨다.

 조규찬은 '나는 가수다' MC인 싱어송라이터 윤종신(42)이 소개한 것처럼 "뮤지션들이 좋아하는 뮤지션"이다. 세련되고 깔끔한 곡 해석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실제로 8라운드 1차 경연 듀엣 미션에서 박기영(34)과 함께 들려준 임재범(48)의 '이 밤이 지나면'은 군더더기 없는 절제의 미학이었다. 원곡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인장인 스캣, 즉 아무 뜻도 없는 소리로 노래하는 창법을 절묘하게 구사하는 능숙함은 기가 막힐 정도였다. 8라운드 2차 경연에서 부른 최성원(57)의 '이별이란 없는 거야'를 통해서는 특유의 미성을 뽐냈다.

 청중평가단은 그러나 지나치게 정확해서, 내지르지 않아 '재미없는' 조규찬의 창법을 외면했다. 청중평가단의 수준을 평가절하하자는 게 아니다. 가수의 창법은 높고 낮음을 가릴 수 없는 대상이다. 문제는 그 '취향'이 '나는 가수다'에서는 일변도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보여주기에 치중해야 하는 TV방송 특성상 '나는 가수다'는 강렬한 무대와 그에 합당한 청중의 반응이 맞물린다. 가수들이 클라이막스에서 고음을 내지르며 목에 핏줄이 서는 모습, 여기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껴 울먹이는 청중의 반응을 교차하는 편집만 봐도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다.

 조규찬이 노래할 때 청중의 반응은 눈을 감거나 약간 흥겨운 얼굴로 몸을 가볍게 흔드는 정도다. 감미롭기에 나름대로 감상하기에는 좋지만 '방송용 그림'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크게 조규찬과 같은 범주의 가수로 평가받는 김연우(40)와 보컬그룹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정엽(34)은 '나는 가수다' 경연에 참여하는 동안 청중평가단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들과 조규찬은 같은 범주 안에 묶일 수 없다. 김연우 역시 조규찬처럼 절제의 미학이 돋보이나 고음에서 내지르는 창법은 카타르시스를 불러온다. 감미로운 정엽은 스캣 정도의 가창 기술을 사용하는 조규찬보다 훨씬 잔 기교가 많다.

 서로 비교하자는 것이 아니다.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창법에서 만큼은 조규찬이 독보적이라는 사실을 특기할 뿐이다.

 조규찬을 영입한 시도는 좋았으나 그가 1라운드 만에 탈락함으로써 '나는 가수다'는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말았다. 조규찬 탈락 이후 '내지르는' 가수가 '나는 가수다'에 합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감미로운 가창력 성시경(32)이 왜 이 프로그램을 꺼리는지 모두 알게 돼버렸다.

 이로써 명확해졌다.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겠다며 출발한 '나는 가수다'는 아이돌 음악으로 편중된 한국 대중음악계에 '내지르고 고음으로 점철된 창법의 노래'가 1등이라는 또 다른 쏠림 현상을 만들고 있다.

 아, 맞다. '나는 가수다'는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버라이어티 쇼였다. 조규찬 탈락으로 잠시 잊고 있던 부분이 새삼 환기됐다.

 '나는 가수다'에서 조규찬의 매니저를 맡았던 개그맨 이병진(42)은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규찬이를 이렇게 보내는 게 너무 아쉽다. 듣는 귀도 시즌2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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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음정 조규찬 탈락, 한계 자인한 '나는 가수다'

기사등록 2011/10/24 14:28:18 최초수정 2016/12/27 22: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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