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교수 성학, 성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기사등록 2011/10/25 07:11:00

최종수정 2016/12/27 22:56:29

【서울=뉴시스】안세영 교수(경희대 한의대 신계내과학) '성학'<69·끝>

 이상으로 우리는 성과 관련된 일련의 사항들을 자세히 살펴봤다. 그런데 다시 한 번 묻는다. 성(性)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다 읽고서도 이 원초적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제껏 읽은 내용만 떠올려도 ‘남녀 양성을 구별하는 성’, ‘성격이나 성질을 뜻하는 성’, ‘쾌락을 추구하는 충동으로서의 성’, ‘생식이나 번식으로서의 성’ 등 무척 다양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어의 ‘섹스(sex)’라는 말과 더불어 쾌락으로서의 성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까닭에 최근에는 매스미디어에 노골적인 성적 표현이 자주 등장함은 물론, 피상적으로는 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일지라도 성적 상상력을 유발하는 것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과연 성이란 무엇이기에 동성애, 낙태, 혼전 성관계, 혼외정사, 성교육, 시험관 아기 등 끊임없는 논쟁거리를 제공하는 걸까? 또 걸핏하면 공연이 금지되는 연극처럼, 판매가 금지되는 소설처럼, 성을 소재로 한 예술과 외설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이런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늘 그랬던 것처럼 ‘성(性)’과 ‘섹스(sex)’라는 글자의 어원부터 살펴보자.

 라틴어로 ‘나누다·떼어놓다’의 뜻을 지닌 ‘sexus’가 어원인 섹스라는 용어는 14세기말 ‘구약성서’가 영어로 번역될 때 최초로 문자화됐다. 곧 ‘노아의 방주에 암수의 동물을 실었다’는 내용에서 수컷(male sex)과 암컷(female sex)을 나타낼 때 사용한 것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섹스가 동종의 개체를 암수로 구분 짓는 의미밖에 없었다.

 이렇게 동물의 자웅(雌雄)을 구별하는 의미였던 섹스는 이후 포유동물인 인간에게도 적용됐으니, 인간에 이르러서는 차츰 그 뜻이 확대돼 남녀의 직접적 성행동까지도 섹스라 일컫게 됐다. ‘폭력과 섹스가 난무해서 미성년자가 관람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영화 평론가의 말처럼, 요즘에는 섹스라는 말이 남녀의 성별 구분보다는 아예 성교 행위 자체를 지칭할 때 더욱 많이 사용된다.

 이번에는 성(性)이라는 한자(漢字)에 대해 알아보자. 한자는 지구상에서 가장 대표적인 표의문자(表意文字), 즉 문자 자체에 어떤 의미가 담긴 글자다. 자식을 낳았을 때 부모가 그들의 소망을 담아 아이 이름을 짓듯, 또 회사의 창립 정신을 담아 사명(社名)을 표현하듯, 한자는 물질의 본질을 고도로 요약해서 양식화한 자형(字形)인 것이다.

 이 한자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내용은 ‘조자(造字)’와 ‘해자(解字)’의 원칙, 곧 글자를 만들거나 풀이하는 법칙인 ‘육서(六書)’다. 알다시피 육서는 후한(後漢)시대에 허신(許愼)이 지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수록된 대로 ‘상형(象形)·지사(指事)·회의(會意)·형성(形聲)·전주(轉注)·가차(假借)’ 등으로 분류된다. 물론 한자의 80% 이상은 의부(意符)와 음부(音符)가 결합된, 곧 한쪽은 형태[形형]를 제공하고 한쪽은 소리[聲성]를 제공하는 ‘형성(形聲)’에 속한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모르는 한자 때문에 자전(字典)을 뒤적일 때, ‘무슨 부수에 몇 획이다’라며 찾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럼, 이미 잘 알고 있는 성(性), 곧 ‘심 방 변(忄=心)’에 5획의 ‘날 생(生)’이 결합된 한자를 다시 한 번 찾아보자. 자전을 펼쳐보면, 심(心)은 ‘마음·가슴·가운데·근본’이라는 뜻이, 생(生)은 ‘낳다·해산하다·살아 있는 것·목숨’이라는 뜻이 드러날 것이다. 따라서 성(性)은 마음[心심]과 몸[生생], 바꿔 말해 인간 자체를 의미한다. 결코 성기, 성행동, 성적 쾌락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더군다나 글자를 조각내서 풀이하는 소위 ‘파자(破字)풀이’ 방식을 적용하면, 성(性)은 ‘마음으로부터[心심] 우러나오는 것[生생]’이란 해석이 가장 타당하다.

 이렇게 ‘성(性)’이라는 어원에 충실하면, 성과 관련된 인간의 생각·행동·질병 등 모든 것은 모두 인간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sex’라는 영어 어원에 충실해도 마찬가지이니, ‘구분하다·떼어놓다’라는 의미는 인간의 마음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선악(善惡)이라 해도 좋고, 정반(正反)이라 해도 좋으며, 또 음양(陰陽)이라 해도 좋을 인간 마음의 양면성(兩面性)에서 어느 한 부분만을 특별히 강조했을 때 편차(偏差)가 생기고, 조화(調和)가 깨지며, 질병이 발생하는 것 아니겠는가? 살아 숨 쉬며 움직이는 내 몸뚱이를 놀려 성행위를 모색하지만, 진실로 내 몸뚱이를 이끄는 것은 바로 내 마음이 아니던가?

 성과 관련된 일련의 주제를 따로따로 구분해서 살펴봤지만, 저자가 수미일관 강조한 것은 항상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었다. 인간을 만물(萬物)의 영장(靈長)이라 일컫는 것도, 최고의 성감대도, 성기능장애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도 바로 보이지 않는 우리 마음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바른 마음[正心정심]만 간직한다면, 성과 관련된 각 개인의 질병은 물론 사회의 각종 병폐까지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성, 건전한 성은 모두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지상사 02-3453-6111 www.jisangsa.kr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안세영 교수 성학, 성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기사등록 2011/10/25 07:11:00 최초수정 2016/12/27 22:56:29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