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교수 성학, 불감증과 냉감증

기사등록 2011/10/17 07:11:00

최종수정 2016/12/27 22:53:55

【서울=뉴시스】안세영 교수(경희대 한의대 신계내과학) '성학'<62>

 “아이고[A] 이제[I] 다[D] 살았구나[S]!”

 어떤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할까? 바로 에이즈(AIDS)에 걸린 사람들이다. 후천성 면역결핍증(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의 이니셜을 딴 에이즈는 그 엄청난 전염속도와 높은 사망률로 인해 ‘세기말적(世紀末的) 병’, ‘공포의 천형(天刑)’, ‘20세기의 흑사병’으로도 불린다. 그래서 평소 예언에 별 관심을 두지 않은 사람들조차 에이즈는 ‘노스트라다무스(Nostradamus)’가 예언한 대로 20세기말 인류를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는 새로운 ‘피의 병’이 아닐까 근심했다.

 에이즈는 1981년 6월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보고된 이래 매년 환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현재 AIDS균에 감염됐으나 아직 발병하지 않은 보균자 수는 세계적으로 15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원인균은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라는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범하면 림프구(주로 T림프구)를 공격해 파괴함으로써 면역기능이 상실되기 때문에, 에이즈에 걸리면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는 사소한 감염으로도 생명을 잃기 십상이다.

 에이즈가 처음 발견됐을 때는 남성 동성연애자들만 감염되는 성병으로 생각했으나 최근에는 이성간의 성교로도 발병됨이 밝혀졌다. 정말 운이 나쁜 사람들은 수혈을 통해서도 감염된다. 그러나 환자의 80% 이상은 여전히 남성 동성연애자들이다. 그들은 표피가 매우 얇아 찢어질 염려가 많은 항문을 성교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이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체액의 교환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특징을 십분 활용한 결과다. 왜냐하면 항문성교를 하면 쉽게 상처가 나서 정액 속에 섞여 있던 에이즈 바이러스를 보다 손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성이 아닌 동성을 상대로 적당한 구멍을 찾다 보니 항문밖에 없겠지만,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해야 되는 건지는 심히 의심스럽다.

 에이즈가 체액 교환을 통해 감염된다고 하니 정상적인 남녀 간의 성교로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하겠지만, 남녀 간의 일상적 성생활로는 전염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왜냐하면 비록 남성의 정액 속에 에이즈 바이러스가 많이 들어 있더라도 정상적인 여성의 질은 균의 감염을 막는 생리적 보호 장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질이나 자궁경부에 작은 상처가 있는 경우에는 전염될 소지도 없지 않다.

 원래 바이러스라는 미세한 감염인자는 세균과 달리 독립적인 대사능력(代謝能力)을 갖추지 못해 살아 있는 숙주(宿主)세포 내에서 유전적 복제와 변이를 되풀이하기 때문에 특별한 진단법이나 치료법이 없다. 에이즈 역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질환이므로 임상적 진단과 대증요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에이즈 검사(AIDS-test)라는 혈청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더라도 에이즈 진단의 필요충분조건을 갖췄노라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WHO에서는 에이즈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임상증상을 주된 증상(major signs)과 부수적인 증상(minor signs)으로 분류해서, 면역억제가 없는 성인의 경우 주 증상 두 가지와 부수 증상 한 가지를 갖추면 에이즈로 진단할 것을 추천했다.

 주된 증상은 10% 이상의 체중감량, 1달 이상 지속되는 만성 설사, 1달 이상 계속되는 원인불명의 체온상승 등의 3가지다. 부수적인 증상은 1달 이상 지속되는 기침, 전신적인 피부염, 자꾸 재발하는 대상포진(帶狀疱疹), 구강 인두부의 칸디다(candida)증, 만성적으로 악화와 완화가 되풀이되는 단순포진, 전신적인 림프병증 등 7가지다.

 최근 에이즈 감염을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 에이즈 관리위원회는 찐한 키스, 칫솔·면도기·손톱깎이의 공동사용, 문신 새기기, 귓구멍 뚫기 등은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될 우려가 있다며 금기사항으로 규정했다. 물론 주사기를 사이좋게 공동으로 사용하는 마약주사는 에이즈 이전에도 금해야 할 사항이다.

 한편 일반인들이 염려하는 악수, 담배 돌려 피우기, 목욕탕이나 수영장 공동사용, 가벼운 입맞춤 등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찝찝한 것은 사실이니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으리라.

 한의학에서도 각종 성인병(性因病)에 관한 기록은 매우 다양하다. 가령 임질은 임병(淋病), 음부포진은 경중양통(莖中痒痛), 매독은 양매창(楊梅瘡), 에이즈는 정창(疔瘡), 괴병(壞病), 창저(瘡疽) 등의 범주에 속한다.

 매독은 특히 자세해서 제1기 감창기(疳瘡期), 제2기 양매창기(楊梅瘡期), 제3기 양매결독기(楊梅結毒期) 등으로 나누고 각각의 시기에 따라 치료법까지 구분했다. 그러나 대개의 세균성 성인병에는 항생제가 훨씬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복잡하고 어려운 단어나 개념을 나열해 가면서 한의학적 치료법을 설명하기보다는 예방법을 이야기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 아무리 지독한 성인병이라 해도 걸리지 않도록 예방만 잘하면 될 테니….

 우선 일반적으로 권고되는 예방법이 있다. 가령 모든 사람들은 성병감염자와 접촉하지 않도록, 감염된 후에라도 적절한 치료를 서두르도록 성병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 또 성병 지식을 활용해 자신은 물론 상대방의 성기를 자주 관찰해야 한다. 아울러 성교상대를 고르는데 유의하는 등 항상 조심하되, 만약의 혼외정사 시에는 고무장화(콘돔)를 꼭 착용해야 한다. 만일 성병에 감염됐음을 확인했다면 ‘Honesty is the best policy’를 외치며 이실직고(以實直告)함으로써 함께 치료받아야 한다.

 그러나 저자는 한의학적 예방법을 들고 싶다. 한의학에서는 대부분의 질환이 ‘정기존내 사불가간(正氣存內 邪不可干: 참된 기운이 인체 내에 있으면 사사로운 기운이 침입할 수 없다)’의 병리기전에 속하므로, 무엇보다 정기(正氣)의 보존에 힘쓴다면 어떠한 질병, 온갖 성병까지도 막아낼 것이라고…. 혹자는 저자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보약만 열심히 먹으면 수퍼맨으로 변신해서 성병을 유발하는 각종 세균까지도 물리칠 수 있나 보다’라며 곡해할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참되고 바른 기운은 보약만 먹는다고 형성되는 게 아니다.

 생각해 보라. 마음속에는 혼외정사의 달콤함을 즐기려는 사사로운 기운이 이미 잔뜩 들어 있는데, 어디 참되고 올곧은 기운이 자리하겠는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 특히 남성들에게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부인에게나 잘하시지요.’

 보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영화! 그런 최루탄 영화를 보고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는 필경 불감증 환자일 것이다. 대개 여성의 성적 만족 장애, 이른바 오르가즘이라는 성적 극치감이 결여된 상태를 뜻하는 이 불감증이라는 용어가 아직까지는 보수적인 우리 사회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 신문지상에도 안보 불감증, 도덕 불감증 등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事)(?)’에서 비롯된 불감증이란 용어가 최근 들어 더욱 자주 등장하니….

 불감증(不感症: frigidity)은 일반적으로 성관계시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의 성기능장애를 뜻한다. 흔히 성적 감각이 없는 여성을 불감증 환자라 부르는데, 불감증이란 성접촉을 완전히 피하는 경우부터 가끔 쾌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까지, 더 나아가 보통 수준보다 성반응이 낮은 경우까지를 모두 포함한다. 또 어떤 특정한 남성에 대해서만 불감인 상태를 상대적 불감증이라 하고, 모든 남성에 대해 불감인 경우를 절대적 불감증이라 하니, 사실 불감증의 정확한 한계는 지극히 모호하다.

 한편 독자들에게 좀 생소할 냉감증(冷感症: dispareunia)도 있다. 이는 정상적인 성욕이 있지만 성교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해 때로는 불쾌하게 여기거나 동통을 느끼는 경우로 성교고통증(性交苦痛症)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냉감증은 진정한 의미의 불감증과는 좀 다르지만 이 역시 성교에서 만족감을 얻지 못하고, 때로는 성교 자체를 싫어하며 회피하는 것이므로 흔히 불감증의 영역에 포함시켜 같이 검토하곤 한다.

 성의학자들은 불감증보다는 성적 만족 장애, 혹은 오르가즘 부전증(orgasmic dysfunction)이란 어휘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원적으로 ‘얼어 있다’, ‘차다’라는 의미를 가진 불감증은 여성의 의도적 성 거부를 암시한다. 대부분의 불감증 여성은 성적 반응이 없는 상태를 자의로 선택한 게 아니라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조건일 뿐이기 때문이다.

 또 많은 남성들이 어떤 여성을 불감증이라고 말할 때 불감증의 의미는 개인의 성격을 뜻하는 경향이 강해서, 사실은 자신이 바라는 만큼의 절정감을 나타내지 않는 경우를 지칭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의미도 불분명하고 한계도 모호한 불감증, 일명 오르가즘 부전증을 의학적으로 규명하고 치료해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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