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교수 성학, 임신했나? 버섯 먹지마라

기사등록 2011/10/02 07:11:00

최종수정 2016/12/27 22:49:29

【서울=뉴시스】안세영 교수(경희대 한의대 신계내과학) '성학'<47>

 요즘이야 병아리를 모두 기계로 부화시키지만, 예전에는 모두 어미 닭이 품어서 병아리를 낳았다. 그런데 닭이 달걀을 품기 시작하면 먹이도 거의 먹지 않고 단지 물만 조금씩 삼키면서 3주일 가량을 고생한 끝에 자신의 분신(?)을 탄생시킨다. 계란 프라이나 반숙을 운 좋게 면하고 간신히 태어나 봤댔자 사위 사랑하는 장모 손에 잡히거나, 맥주꾼들 안주거리로 노릇노릇 튀겨질 운명이겠지만, 어미야 상관 않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비참한 운명(?)의 닭까지도 식음을 폐하면서 알을 품는데, 인간은 일러 무엇하리요?

 ‘Spare the rod and spoil the child.’라는 속담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아이들 버르장머리 없음이 ‘사랑의 매’를 아낀 탓으로 돌리기 십상이다. 그에 앞서 뱃속에서부터 교육을 잘 시켰는지 한번쯤 반성해야 한다. 그럼 ‘사교(師敎)는 말(末)이고, 태교(胎敎)가 본(本)’이라는 조선 숙조 때 사주당 이씨(師朱堂 李氏)가 쓴 태교에 관한 글의 일부를 옮길 테니, 한번 음미하시기 바란다. 되도록 원문으로 읊어야 제 맛이 난다.

 “아비의 낳음과 어미의 기름, 그리고 스승의 가르침은 매양 한가지라. 의술(醫術)을 잘하는 자는 아직 병들지 않았을 때 다스리고, 가르침을 잘하는 자는 아직 태어나기 전에 가르친다. 그러므로 스승의 10년 가르침이 어미 뱃속에서 열 달 기름만 못하다.[父生之부생지와 母育之모육지와 師敎之사교지는 一也일야라. 善醫者선의자는 治於未病치어미병하고 善斅者선효자는 斅於未生효어미생하나니 고故고로 師敎十年사교십년이 未若母十月之育미약모십월지육이니라]”

 원문(原文) 중 어려운 글자라곤 효(斅)밖에 없을 텐데, 효(斅) 역시 가르친다는 뜻이므로 교(敎)와 같다. 그러면 왜 이렇게 태교를 중요시할까? 무식(?)하게 말해서 탯줄로 연결된 까닭이다. 다시 한번 본문을 옮긴다.

 “뱃속의 자식과 어미는 혈맥(血脈)으로 굳게 연결돼 어미의 호흡에 따라 똑같이 움직이므로, 어미의 기쁨과 성냄이 자식의 성정(性情)이 되고, 어미가 보고 듣는 것이 자식에게 그대로 미치며, 어미의 먹고 마심이 그대로 자식의 살[肌膚기부]이 되나니, 어미된 이가 어찌 삼가지 않으리오.”

 그러면 태교의 중요성은 충분히 인식했으므로 그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보자. 특히나 결혼을 앞둔 예비 어머니들은 반드시 알아둬야 한다. 아직도 의문이 있는 분들을 위해 다음의 원문까지도 덧붙인다.
태교를 알지 못하면 사람의 어미로써는 부족하리니… [不知胎敎부지태교면 不足以爲人母부족이위인모이니…].

 한의학에서 임신 중 주의사항과 관련된 모든 것들은 태교로 압축된다. 그 내용을 크게 나누면 음식물 주의에 해당하는 식기(食忌), 정신상 주의에 해당하는 양성정(養性情), 일상생활상 주의에 속하는 기거기(起居忌), 약물에 대한 주의 약기(藥忌), 그리고 유산방지법인 고태양법(固胎良法) 등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여기서는 송대(宋代)의 명의 진자명(陳自明)이 저술한 《부인대전양방婦人大全良方》에 수록된 태교의 총괄적 내용만을 인용한다.

 “마땅히 방실(房室: 성관계) 및 기거(起居)를 근신하고, 농탁(濃濁)한 음식물은 지나치게 섭취하지 않으며, 성정(性情)을 잘 길러야 한다. 귀로는 음란한 소리를 듣지 말고, 눈으로는 나쁜 색을 보지 않으며, 입으로는 바른말[正言정언]만 하고, 몸을 움직일 때는 올바른 일에만 나설 것이며, 기형(畸形)의 물건은 만들지 않는다. 발을 옮길 때도 천천히 하고, 서서 걸을 때도 반듯한 자세를 취하며, 앉을 때는 성기(性器) 부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다.

 누워 있을 때도 한쪽으로만 오래 있지 않고, 여름철에 목욕할 때도 너무 뜨겁지 않을 정도로 하며, 겨울철에 난로를 피워도 탄(炭)에 가까이 가지 않는다. 미자(美者)를 원하면 벽옥(壁玉)을 자주 완상(玩賞)하고, 현자(賢者)를 바라거든 단정하게 앉아 깨끗한 마음으로 시서(詩書)를 음미하라. 복대(腹帶)를 하더라도 수시로 끌러 늦추어야 기혈(氣血)이 정체되지 않고, 전신의 경락(經絡)이 잘 흘러가며, 태아와 어미의 기(氣)가 서로 잘 소통돼 모자(母子) 모두 건강해진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태아와 산모 모두에게 이로운 내용들뿐이다. 그럼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응용되는 음식금기(飮食禁忌)도 아울러 살펴보자. 이른바 ‘임부음식지도(姙婦飮食之道)’라 불리는 내용을….

 “임신부가 음식을 섭취할 때의 도리는 과일의 모양이 바르지 않으면 먹지 않고, 벌레 먹은 것도 먹지 않으며, 썩어서 떨어진 것도 먹어서는 안 된다. 아직 익지 않은 참외나 수박 등도 먹어서는 안 되고, 푸성귀도 먹어서는 안 된다. 음식이 차가워도 먹지 말고, 밥이 조금이라도 쉰 듯해도 먹지 않는다. 생선이 상했거나 육고기가 썩었어도 먹지 말고, 빛깔이 좋지 않거나 냄새가 좋지 않아도 먹지 않는다. 음식이 잘 삶아지지 않아도 먹지 말고, 고기보다는 곡식으로 된 밥을 제 끼니에 먹도록 한다. 술을 마시면 전신의 맥(脈)이 흐트러지고, 나귀고기나 말고기, 비늘 없는 물고기(無鱗魚)를 먹으면 난산(難産)하기 쉽다.

 엿기름과 마늘을 먹으면 태(胎)를 삭이게 만들고, 참비름이나 메밀·율무를 먹으면 낙태(落胎)하기 쉽다. 마와 복숭아를 먹으면 자식에 이롭지 않고, 개고기를 먹으면 아이가 소리를 내지 못하며, 토끼고기를 먹으면 아이가 언청이가 된다. 방게를 먹으면 횡산(橫産)하고, 양의 간(羊肝)을 먹으면 자식이 병치레를 많이 하며, 닭고기와 달걀을 찹쌀과 같이 먹으면 자식에게 촌백충(寸白蟲)이 생긴다. 오리고기와 오리알을 먹으면 자식이 거꾸로 나오고, 참새고기를 먹으면 자식이 음란해지며, 생강싹을 먹으면 육손이를 낳는다. 메기는 자식에게 감창(疳蝕)이 잘 생기게 하고, 산양(山羊)고기를 먹으면 병이 많으며, 버섯을 먹으면 자식이 잘 놀라 경풍(驚風)을 일으켜 요절한다.

 계피(桂皮)나 건강(乾薑)으로 양념하지 않고, 노루고기와 말밋조개로 국거리를 하지 않으며, 쇠무릎[牛膝우슬]이나 참빗살나무잎으로 나물을 무치지 않는다. 자식이 단정하기를 바라거든 잉어(鯉魚)를 먹고, 슬기롭고 기운 좋기를 바라거든 소 콩팥과 보리를 먹으며, 총명하기를 바라거든 해삼을 먹을지어다. 그리고 해산 후에는 새우와 미역을 먹을지니, 이 모두 임부(姙婦) 음식의 주의점이라.”

 지상사 02-3453-6111 www.jisangs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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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교수 성학, 임신했나? 버섯 먹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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