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헬스/뉴시스】 계절이 바뀌면서 울적한 기분이 들고 마음이 심난해지거나 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최고 수준이고 유명인들의 자살 뒷 얘기에는 대부분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혹시 나도 우울증에 걸린 것은 아닐까?' 한 번쯤 뒤돌아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고 해서 모두 우울증으로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감기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낫기만을 기다려도 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우울한 기분이 들더라도 2주 안에 다시 평상심을 찾게 되면 정상으로 본다. 그러나 2주가 지나도 기분이 계속 가라앉아 있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29일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리는 우울증의 증상과 치료 등에 대해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전덕인 교수를 통해 알아봤다.
우울증의 증상으로는 우선 의욕이 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해도 집중을 할 수 없고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거나 잠이 잘 안 오고 슬픔에 잠기며 체중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고갈돼 사회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병이 우울증이다.
그렇지만 우울증은 일반적인 증상을 제외하면 사람마다 호소하는 증상이 다르다는 것이 진단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덕인 교수는 "우울증은 피로감이나 소화장애, 변비, 두통, 만성통증 등 다양한 신체 증상을 가질 수 있는데 우울증인지 모르고 증상 치료를 먼저 하다보면 우울증의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에는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증과 기분이 뜨는 조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조울증, 즉 양극성장애가 늘고 있는데 우울증보다 더욱 진단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양극성장애의 경우 증상이 없는 기간이 증상이 있는 기간보다 길고, 우울증 기간이 조증 기간보다 3배 정도 길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 교수는 "양극성장애를 단순히 우울증으로 잘못 진단하는 경우가 많아 양극성장애를 정확히 진단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6~12년이 된다는 조사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양극성장애는 유전적이고 생물학적인 요인이 70%이며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요인은 30%를 차지한다.
우울증이 생물학적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각각 50%정도씩을 차지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우울증이나 양극성장애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사회적 기능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자살 등의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전 교수는 "우울증은 처음에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러 번 재발하다 보면 뇌도 변화하게 된다. 그러면 우울증 발생 요인이 없어도 다시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처음에 치료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우울증은 한 번 걸린 사람이 다시 걸릴 확률이 50%, 두 번 걸렸다면 재발할 확률이 75%, 세 번 걸렸다면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90%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우울증이 6개월 지속됐을 때 치료하면 회복률이 54%인데 비해 1년이 지났을 경우 회복률은 16%로 급격히 떨어지며 5년 이상 지속됐다면 회복률이 1%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해진다.
전 교수는 "우울증의 치료는 개인별 차이가 크다. 정신과 약물은 상태에 따라 맞춤 처방해야 하며, 정신분석도 환자에 따라 수위를 잘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잠을 너무 많이 자는 것은 기분을 더 가라앉게 만들기도 하며, 치료 반응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증상이 완전히 좋아졌는지를 끝까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급증하는 자살률과 관련해서 전 교수는 "자살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병원과 같은 곳을 찾은 적이 있지만 자살 시도 한달 전부터는 상담할 곳을 찾는 경우가 절반으로 준다"며 "자살을 예측하는 것이 어려울지는 몰라도 꾸준한 치료와 주변인의 관심이 자살 예방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소혜기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