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교수 성학, 마스터베이션과 성충동 조절

기사등록 2011/08/21 07:11:00

최종수정 2016/12/27 22:37:28

【서울=뉴시스】안세영 교수(경희대 한의대 신계내과학) '성학'<5>

 살다 보면 주위에서 골빈 짓을 일삼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친다. 이 골은 다름 아닌 뇌를 의미한다. 뇌는 인간이면 누구나 하나씩 지니기 마련인 머릿속 알맹이로 두개골(頭蓋骨) 내부에 꽉 들어차 있다. 인간의 사고와 활동을 지배하고, 인간만의 심리적 자극을 만들어 내는 이 머릿골이 성에는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할까?

 성기능이나 성행동을 지배하는 중추로써 예로부터 ‘성중추’라는 개념이 설정돼 그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다. 그 결과, 현재까지는 인간의 성중추가 뇌 중 간뇌(間腦: diencephalon)라 불리는 부분, 그 중에서도 시상과 시상하부라 일컫는 영역에 있다고 간주한다. 연수(延髓: medulla oblongata)·교(橋: pons)·중뇌(中腦: midbrain)·시상(視床: thalamus)·시상하부(視床下部: hypothalamus)로 구성되는 뇌간(腦幹: brainstem)의 가장 윗부분에 자리한 시상은 대뇌·소뇌·뇌간의 교차점에서 중개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뇌다.  

 어원적으로 ‘안쪽의 방(inner chamber)’, 특히 신혼부부의 침실이란 의미의 그리스어 ‘thalamos’에서 유래한 시상은 뇌간의 다른 뇌와 달리 좌우가 융합되지 않고 나눠져 있어 형태적으로도 침대가 두 개 딸린 방과 흡사하다. 인간의 감각 정보 대부분은 이 시상과 통하는 신경을 따라 전달되며 피부감각·미각·시각·청각 등 외계로부터의 전달되는 거의 모든 신호를 받아들인다.

 시상이 외계로부터의 신호를 집약하는 중추라면, 시상하부는 체내로부터의 모든 신호를 받아들이고 조절하는 중추다. 그래서 무게 약 4g에 불과한 이 시상하부는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이라 일컫는 생명체의 내부법칙을 집행하는 자율신경계의 최고 중추이다. 또 식욕·성욕 등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빚어내어 인간정신을 근저에서 구동시키는 중심뇌로 여겨진다.

 시상하부는 다시 3군(群)으로 나뉘는데, 전군(前群)은 성선자극 호르몬 방출 호르몬(GnRH)을 분비하는 등 성을 조절하는 성중추이자, 자율신경 중 억제성이 있는 부교감신경 중추로 생각된다. 한편 중군(中群)은 식욕을 일으키는 식중추이자 활동성의 교감신경 중추다. 후군(後群)은 항온동물에 이르러 발달한 체온조절중추다.

 비록 시상하부가 여러 가지 동물실험 결과, 인간의 성중추로 여겨지지만, 인간의 성행동이 시상하부라는 성중추만으로 발동되진 않는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수컷의 성중추를 아무리 자극해도 현장에 암컷이 없으면 성행동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성적 자극이 대뇌에 전달될지라도 대뇌가 성적 대상을 인식하지 않으면 성행동이 발동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성행동의 궁극적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척추동물 중 인간에 이르러 극단적으로 발달한 대뇌라 할 수 있다.

 인간의 대뇌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동물시대부터 있었던 기저핵(基底核: basal ganglia)과 변연계(邊緣系: limbic system)와 인간으로 진화되면서 급격하게 증대된 대뇌피질(大腦皮質: cerebral cortex)이다.

 기저핵에는 골격근의 운동과 긴장을 무의식적으로 지배하는 추체외로계(錐體外路系)의 중요한 중추인 선조체(線條體: striate body) 등의 신경세포군이 있어서 인간의 운동과 운동계의 감정에 해당하는 표정이나 태도를 조절한다. 그래서 기저핵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근육의 긴장이 증가돼 신체 동작을 제한받는 파킨슨 병(Parkinson's disease)을 일으키고, 반대로 지나치게 근육의 긴장이 풀리면 신체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무도병(舞蹈病: chorea)을 일으킨다.

 변연계는 말린 나비 애벌레 모양을 한 기억의 보고 해마(海馬: hippocampus)와 공격성을 낳는 뇌로 알려진 편도체(扁桃體: amygdaloid body) 등으로 구성된다. 식욕과 성욕을 시상하부와 함께 지배하면서 쾌감·분노·공포 등의 감정을 조절한다.

 대뇌의 기저핵과 변연계가 동물적 수준의 인간 행동을 관장하는 ‘동물의 뇌’라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인간의 뇌’는 대뇌피질이다. 부위와 기능에 따라 감각령·운동령·연합령의 3부분으로 나뉘는 이 대뇌피질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고등한 정신활동, 이른바 사고·발상·기억·창조·의지 등을 총괄적으로 관장하는 뇌다. ‘동물의 뇌’와는 체액·호르몬·신경섬유를 통해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따라서 외계로부터 받는 모든 자극은 이 대뇌피질을 통해 변연계 등에 전달되고 다시 뇌하수체·성선·자율신경 등을 통해 체계적인 전신반응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알고자 했던 성욕, 성충동, 성행동 등 성에 관한 것들을 예로 들어보자.

 남성이 사랑하는 팔등신 여인과 함께 향긋한 포도주[미각]를 앞에 두고, 감미로운 음악[청각]을 들으면서 그녀의 옷을 한 겹씩 벗긴다고 치자. 백옥 같은 흰 살결이 눈에 가득 차고[시각], 그녀의 지분 냄새는 코를 진동하며[후각], 부드러운 지방질 덩어리는 손을 살짝만 스쳐도[촉각] 가슴은 연신 방망이질을 해댄다. 이런 오관(五官)의 자극은 모두 대뇌피질을 통해 생화학적·내분비적·신경적으로 변연계에 전달된다. 이에 따라 일련의 임전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또 수음이나 페팅 시에도 말초성기의 자극이 척수를 경유해서 변연계에 전달되고, 다시 대뇌피질로 전달돼 쾌감이나 불쾌감으로 인식한다. 재차 강조하지만 인간 성행동의 ‘키포인트(key point)’는 바로 이 대뇌피질에 있는 것이다. 지(知)·정(情)·의(意)로 대표되는 인간의 정신을 창출하는 이 대뇌피질 덕택에 인간은 여타 동물들과 달리 매우 복잡하고 풍요로운, 그러면서도 난해한 성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에서 대뇌피질의 역할은 자동차로 비유하면 브레이크에 해당한다. 사람이기 때문에 밝은 대낮이나 공공장소에서는 찐한 행동을 피하고, 해서는 될 것과 안 될 것을 구분하는 이성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파열되면 교통사고를 낼 수밖에 없듯이, 대뇌피질의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는 사람은 인사 사고를 치르기 마련이다. 타고 다니는 차의 브레이크 라이닝과 패드는 정기적으로 점검하면서, 대뇌피질이라는 브레이크는 얼마나 손보고들 있는지….

 지상사 02-3453-6111 www.jisangs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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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교수 성학, 마스터베이션과 성충동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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