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NH투자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지난 2월 위탁증거금이 부족해도 옵션거래가 성사되는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16일에도 고객정보 유출 사고로 물의를 빚었던 NH투자증권은 일주일이 넘도록 모르고 있다가 민원인이 항의하자 뒤늦게 사실 확인에 나선 것으로 나타나 총체적 관리 부실을 드러냈다.
23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월21일 실시한 HTS 시스템 개편 작업 중 전산 담당 직원이 위탁증거금을 산출하는 로직(계산식)을 잘못 입력했다.
옵션거래는 현물이 없더라도 거래를 할 수 있다. 거래 만기일에 현물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대신 일종의 계약금인 위탁증거금을 일정 퍼센트 내도록 하고 있다.
이는 HTS 시스템을 통해 자동계산 된다. 하지만 전산 담당 직원이 위탁증거금을 계산 수식을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위탁증거금이 부족해도 거래가 체결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개인투자자 박 모씨가 지난 3월 초 시스템 오류로 투자손실이 발생했다며 NH투자증권에 항의하면서 확인됐다. 일주일이 넘도록 NH투자증권은 관련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박 모씨 "시스템 오류로 피해봤다. 1억7000만원 배상해야"
박씨는 시스템 오류로 손해를 봤다며 NH증권에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 신청을 하는 등 강력 대응하고 있다.
박씨는 시스템 개편 일주일 후인 2월28일 NH투자증권 HTS를 통해 12억5000만원의 풋옵션거래 주문을 체결했다.
당시 그의 계좌 잔고는 6600만원으로,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위탁증거금이 9억4000만원이 부족해 주문이 성사되지 않지만 HTS 시스템 오류로 주문이 정상적으로 체결된 것이다.
하지만 3월 2일 박씨가 부족 증거금을 납입하지 않자 풋옵션 반대매매가 실행됐고, 박씨는 이날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하면서 1억400만원을 잃었다. 계좌 잔고까지 포함하면 1억7000만원의 손실을 본 것이다.
박 씨는 HTS 시스템 상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클릭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문이 성사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금이 없는 상황에서 계약이 체결된 것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NH "정황을 봤을 때 거짓말"…피해자 더 있을 수도
NH투자증권은 시스템 오류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박씨가 정황상 시스템 오류를 이용해 수익을 얻으려 하다 손해를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HTS 주문가능 금액산정 오류로 초과주문이 들어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박씨가 옵션매매 차익실현을 위해 전산 오류를 이용해 풋옵션 매도주문을 과도하게 집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씨는 지난 2월28일 옵션매도주문을 29회에 걸쳐 287 계약을 반복적으로 실행했다"며 "당일 장 종료 시점에 매도분을 전량 매수하면서 포지션 청산 주문을 제출한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가 거래당일 증거금 변동내역, 주문가능현금, 주문가능수량 등을 130여차례 조회했다"며 "정황상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옵션매매가 이뤄졌다는 박씨의 주장은 정황상 거짓"이라고 해명했다.
박씨는 NH투자증권에 손실금액 1억7000만원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NH투자증권은 위험한 투자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전액 배상을 거부했다. 박씨는 지난 3월9일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신청을 접수한 상태다.
NH투자증권은 박씨 외의 피해자는 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분쟁조정신청 결과에 따라 추가 조정신청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농협 전산사고를 포함하면 이번이 올해 들어 세 번째 사고라는 점, 열흘 넘게 관련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점 등 관리가 부실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현재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신청 결정에 성실히 임할 계획"이라며 "당사가 보상해야하는 피해가 있으면 성실히 이행 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 5월부터 HTS 개편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며 "내달부터 올해 말까지 HTS의 전면개편 작업을 완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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