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 때문에 여름노출 꺼리는 여성들 "꼭 제모해야 해?"

기사등록 2011/06/13 06:00:00

최종수정 2016/12/27 22:18:29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면 많은 여성들이 고민에 휩싸인다. 민소매 상의와 짧은 하의를 입었을 때 혹여 팔다리와 겨드랑이에 난 털이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다.   

 21세 여성 A씨 역시 털 때문에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앞둔 어느 날 아침, A씨는 콧노래를 부르며 욕실로 들어갔다. 남자친구를 만난다는 생각에 들뜬 A씨는 다리털과 겨드랑이 털을 깎고 몸 구석구석을 말끔히 씻었다.

 짧은 반바지에 민소매 상의를 챙겨 입은 A씨는 남자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어느덧 날이 저물었다. 공원 의자에 앉아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던 도중 남자친구의 손이 A씨의 다리에 살짝 스쳤고 남자친구는 갑자기 정색했다. 밤이 되자 아침에 깎았던 다리털이 어느새 자란 것.

 A씨의 남자친구는 "넌 여자애가 이게 뭐냐? 여자애가 제모도 안하냐? 꼭 우리아빠 수염 만지는 거 같아"라며 핀잔을 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이별했다.

 '털이 많으면 미인'이란 속설도 A씨처럼 털 때문에 고민하는 여성들에겐 위로가 되지 않는다.

 A씨 외에도 다리털 탓에 짧은 바지를 입지 않는 여성, 몸 곳곳에 난 털을 신경 쓰느라 수영복을 안 입는 여성, 같은 반 남학생들로부터 털북숭이라고 놀림 받는 여학생들이 모두 같은 고민에 시달리고 있다.

 고민하던 여성들은 자택에서 몰래 제모를 시도하기도 한다.

 점성이 강한 액체상태의 왁스를 열로 녹여 피부에 발랐다가 굳으면 떼어내기도 하고 제모크림을 펴 바르기도 한다. 또 면도기로 털을 깎는가하면 족집게나 모근제거기로 털을 잡아 뽑기도 한다.

 이같은 방법에도 만족하지 못한 여성들은 피부과를 찾아 레이저 제모시술을 받기도 한다. 레이저 제모술은 모낭과 모근, 멜라닌 색소까지 파괴하는 영구제모 방식이긴 하지만 3~4주 간격으로 4~5회 정도 시술해야하므로 경제적 부담이 만만찮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실제로 상당수 여성이 털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며 "팔다리에 까만 털이 나는 경우도 있고 검사해보면 선천성 다모증인 경우도 가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털을 자주 깎으면 더 억세고 굵게 나며 면도기로 과도하게 밀다간 피부가 손상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털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제모시술을 받을 필요는 없다.

 이 의사는 "본인이 신경을 많이 쓰고 고민할 경우만 제모시술을 권하고 있다"며 "신경을 쓰지 않으면 굳이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여성 본인이 느끼는 '털 스트레스' 정도가 시술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란 설명이다.

 여성문제 전문가들은 여성들의 털 스트레스가 상당 부분 한국 사회의 여성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김다미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남성의 체모는 남성답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여성의 체모는 그 반대"라고 꼬집었다.

 이어 "여성은 모름지기 청결하고 아름다운 몸을 지녀야한다는 고정관념 탓에 한국 여성들은 사회가 정한 미적 기준에 따라 자신을 꾸미게 되고 그 결과 제모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희영 한국여성민우회 상근활동가도 "우리 사회에는 몸에 대한 규격화된 이미지가 존재하고 여성의 털을 터부시하는 경향 또한 매우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제로 털을 깎지 않은 여성을 게으르고 지저분한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여성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김 활동가는 "털에 대한 인식은 브래지어와 노브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비슷하다"며 "이런 인식 하에서는 결코 여성 스스로 자신의 몸을 존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의 털을 제거하기 전에 우리 사회의 여성 억압적인 분위기부터 제거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김희영 활동가는 "여성 스스로 자신의 몸을 인정해야만 자신도 편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에 대한 성찰적 시선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다미 활동가도 "체모는 체모의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몸매나 근육에 대한 고정관념과도 연결된다"며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화하는 경향이 하루빨리 사라져야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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