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성 흡연율 왜 줄어들지 않는걸까?

기사등록 2011/04/03 06:00:00

최종수정 2016/12/27 21:57:52

【서울=뉴시스】강수윤 기자 = #1. 경기 안산에 사는 회사원 강모(31)씨는 여자친구의 성화에 10년 동안 피워온 담배를 끊어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강씨의 다짐은 사흘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그는 이틀 동안은 의지로 겨우 버텼지만 업무 스트레스와 직장 상사로부터 꾸중을 듣게 되자 동료들과 함께 회사 앞 공원에서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됐다. 여자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담배를 다시 끊어보겠다는 다짐은 쉽게 서질 않는다.

 #2. 경기 안양에 사는 임산부 이모(28)씨는 평소 자주가던 단골 찌개 식당에 가기가 두렵다. 옆 테이블에 식사를 한 후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들 때문에 혹시 태아에게 간접흡연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식당 벽면에는 '금연'이라는 문구가 붙어있지만 단골 손님들이 담배를 피울 때는 식당 사장님도 어쩔 도리가 없다.  

 대한민국은 '남성 흡연공화국'이라고 할 만큼 성인남성의 흡연율이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최근 3년 동안 우리나라의 성인 남성 흡연율은 줄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달 31일 발표한 '2010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들의 남성 흡연율은 43.3%∼52.7%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 28.4%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제주(52.3%)와 강원(52.7%)의 흡연율이 가장 높아 국내 대표적인 '골초' 지역인 것을 조사됐다. 광주가 43.3%로 가장 낮고 전북 44.1%, 서울 44.2%이 뒤를 이었다.

 정부의 다양한 금연정책에도 불구하고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번 달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그러나 개정안에는 ▲담뱃갑 포장의 흡연경고그림 도입이 제외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만 전체 금연구역으로 지정 ▲실제로 간접흡연의 피해가 큰 150㎡ 미만(약 45평)의 소규모 식당은 금연구역 지정에서 제외됐다.

 김은지 금연운동협의회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남성이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정부가 모든 공용시설을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담뱃갑에 경고사진을 포함하는 등 비가격정책 뿐만 아니라 담뱃값 인상이라는 가격정책을 포괄적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정부가 단호하게 액션을 취해야 한다. 가격정책이나 비가격정책 어느 하나만 찔끔찔끔 단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해야 한다"면서 "흡연자들에게 걷어드린 국민건강증진기금을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메우는 데만 쓰지 말고 흡연자들이 금연할 수 있도록 금연 자체예산을 많이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도 "담뱃값을 찔끔찔끔 올리는 것은 흡연율을 낮추는데 효과가 없다"며 지난해부터 담뱃값 인상을 추진해 왔지만 정치권의 표심과 1000만 흡연자들의 반발에 부딪쳐 번번히 무산됐다.

 서울시도 간접흡연 피해율이 2009년 92.4%에서 지난해 97.5%로 올라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내년부터 길가에 있는 버스정류장 5715곳과 근린공원 1024곳, 학교 주변 50m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이를 어기면 10만원의 벌금을 물릴 방침이다.

 흡연자들이 담배가 끊기 어려운 이유는 습관과 중독 때문이다. 혈액 속의 니코틴 농도가 감소되면서 생기는 금단증상을 견디지 못하고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되는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흡연자들에게만 담배를 강제로 못 피우게만 할 것이 아니라 끊고 싶은데 못끊는 흡연자들을 도와줘야 한다"면서 "금연에 효과가 좋은 바레니클린, 부프리피온 등 금연치료제에 의료보험 급여 적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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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성 흡연율 왜 줄어들지 않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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