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원작 박인권·글 유운하
◇제5화 브레이크 없는 검사<25회>
오재봉 회장이 문득 하도야 검사에게 처음 발견한 사람 대하듯 말문을 열었다.
“원로에 수고가 많소. 이 놈 근사하지요. 한쪽 눈의 시야만도 300도까지 확보된 천리안이요. 게다가 1200미터 경주를 1분대로 끊는 탄환이고. 난 요즘 이 놈을 어루만지고, 타는 재미로 살고 있소.”
하도야는 싸늘하게 내뱉었다.
“내일부터는 콩밥 먹는 재미로 세상사는 게 바뀌게 될 겁니다. 회장님!”
오 회장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실장을 비롯한 안근호 비서 등의 안면은 무섭도록 경직됐으나 하도야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미 브레이크가 파열된 검사였다.
“귀하를 범죄단체 구성 및 살인 교사, 뇌물 수수와 주가 조작, 세금 포탈, 횡령 등의 혐의로 체포합니다.”
오 회장의 행동은 여유로웠다. 그는 거물이었고, 전혀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홋카이도의 샤다이 종마장 목장주 요시다의 결단에 의해 구입한 미국산 말 한 필로 인해 현재 일본의 경마산업은 세계 최고가 되었소. 그들의 연간 경마 매출은 자그만치 43조 원이요.”
“내려오시오. 그 말에서!”
“선데이 사일런스의 자손들이 현재 세계 5대 경마대회를 독식하고 있다는 것은 그 혈통이란 게 대관절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입증하는 것 아니겠소?”
“내려오라고 했소. 당장!”
최도치 실장이 총알처럼 튀어 나왔다.
“지금 뭐하는 거냐? 혈기 왕성하다고 감히 어느 회장님 앞에서 까불거리는 거야? 넌 죽고 싶냐?”
하도야는 이 실장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요구합니다. 정중하게. 말에서 내려 주시오!”
최 실장이 핸드폰을 들어 어디론가 통화를 시도했다.
“어이, 특검부 해골 좀 바꿔! 이 쓰벌 놈아…공안부 부장검사 말야. 그래….”
안 비서가 힐끔 하도야의 반응을 살폈으나 그는 눈썹조차 까딱이지 않았다. 차량에서 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안 비서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해 왔으나 이런 유별난 별종은 처음이었다. 전혀 외부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은 본래 무서운 법이다. 그는 평생 이러한 사람을 단 한 명만 알고 있었다. 바로 오 회장이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 목격한 하도야 역시 만만치가 않았다. 일관성 있게 자신의 행위에만 몰두하는 자세는 가히 동급이었다.
“이봐 영감! 나 최도치요! 그래 당신 시다바리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이런 개 핫빠리 검사 놈이 회장님 면전에서 눈알 까뒤집고 지랄 발광을 하게 만드는 거야?”
최 실장이 핸드폰에 대고 거품을 물고 있는 순간에 갑자기 하도야가 품안에서 권총을 꺼냈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 검사는 그 총구를 용두암에 겨냥했다. 이 순간만은 오 회장의 안색이 급변했다.
“안…돼!”
하도야는 권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그는 일체의 표정도, 말도 없이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 인형처럼 행동한다. 생각하면서 이성적으로 살지 않는 위인인 것만은 사실이다. 어느 검사가 있어 이러한 법을 집행하며 함부로 총질을 할 수 있는가? 총구에서 불꽃이 번뜩이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권총을 겨냥하고 있는 하도야의 자세는 변함이 없었지만 용두암은 펄쩍 뛰었고 오 회장은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상황은 종료됐다.
“난 경고를 오래하지 않는다.”
하도야는 중얼 거렸고, 오 회장의 눈빛은 경이로울 뿐이었다.
특수부 부장검사 김학수는 보고를 받고 서류를 집어 던졌다.
“니가 깡패 검사냐? 그 말 한 필이 얼마짜리 인줄이나 알아? 대관절 너, 언제까지 이렇게 망나니처럼 날 뛸 거야?”
하도야는 부동자세였지만 얼굴에는 변화가 없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침착했고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안락사를 시키고 싶었습니다. 그 말 용두암은 미국산 명마로 일본 최고의 종마장에서 씨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런 명마가 인간 같지도 않은 잡쓰레기를 등짝에 실고 다녔습니다. 그 놈, 말을 못해서 그렇지 몹시 수치심에 떨었을 겁니다. 그래서 차라리 명예스럽게 편히 쉬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공포탄이라 아쉬웠습니다.”
부장검사 김학수는 어이가 없었다.
“만약 죽기라도 했으면 넌 끝장이었어…임마! 동물협회도 난리쳤을 것이고, 피해 배상도 천문학적이야. 너 배상할 돈 있냐? 겨우 밥벌이하잖아. 니네 집 곰탕 판다며…그걸로 어림없다.”
“하여간 그 말 용두암이 공무 집행을 방해한 건 맞습니다.”
부장검사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너 대관절 어쩌려고 이러는 거야? 나 하고 이야기 좀 하자.”
“드릴 말씀 없습니다.” <계속>
※우신출판문화 032-906-9501 www.wooshinbooks.co.kr
◇제5화 브레이크 없는 검사<25회>
오재봉 회장이 문득 하도야 검사에게 처음 발견한 사람 대하듯 말문을 열었다.
“원로에 수고가 많소. 이 놈 근사하지요. 한쪽 눈의 시야만도 300도까지 확보된 천리안이요. 게다가 1200미터 경주를 1분대로 끊는 탄환이고. 난 요즘 이 놈을 어루만지고, 타는 재미로 살고 있소.”
하도야는 싸늘하게 내뱉었다.
“내일부터는 콩밥 먹는 재미로 세상사는 게 바뀌게 될 겁니다. 회장님!”
오 회장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실장을 비롯한 안근호 비서 등의 안면은 무섭도록 경직됐으나 하도야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미 브레이크가 파열된 검사였다.
“귀하를 범죄단체 구성 및 살인 교사, 뇌물 수수와 주가 조작, 세금 포탈, 횡령 등의 혐의로 체포합니다.”
오 회장의 행동은 여유로웠다. 그는 거물이었고, 전혀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홋카이도의 샤다이 종마장 목장주 요시다의 결단에 의해 구입한 미국산 말 한 필로 인해 현재 일본의 경마산업은 세계 최고가 되었소. 그들의 연간 경마 매출은 자그만치 43조 원이요.”
“내려오시오. 그 말에서!”
“선데이 사일런스의 자손들이 현재 세계 5대 경마대회를 독식하고 있다는 것은 그 혈통이란 게 대관절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입증하는 것 아니겠소?”
“내려오라고 했소. 당장!”
최도치 실장이 총알처럼 튀어 나왔다.
“지금 뭐하는 거냐? 혈기 왕성하다고 감히 어느 회장님 앞에서 까불거리는 거야? 넌 죽고 싶냐?”
하도야는 이 실장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요구합니다. 정중하게. 말에서 내려 주시오!”
최 실장이 핸드폰을 들어 어디론가 통화를 시도했다.
“어이, 특검부 해골 좀 바꿔! 이 쓰벌 놈아…공안부 부장검사 말야. 그래….”
안 비서가 힐끔 하도야의 반응을 살폈으나 그는 눈썹조차 까딱이지 않았다. 차량에서 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안 비서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해 왔으나 이런 유별난 별종은 처음이었다. 전혀 외부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은 본래 무서운 법이다. 그는 평생 이러한 사람을 단 한 명만 알고 있었다. 바로 오 회장이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 목격한 하도야 역시 만만치가 않았다. 일관성 있게 자신의 행위에만 몰두하는 자세는 가히 동급이었다.
“이봐 영감! 나 최도치요! 그래 당신 시다바리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이런 개 핫빠리 검사 놈이 회장님 면전에서 눈알 까뒤집고 지랄 발광을 하게 만드는 거야?”
최 실장이 핸드폰에 대고 거품을 물고 있는 순간에 갑자기 하도야가 품안에서 권총을 꺼냈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 검사는 그 총구를 용두암에 겨냥했다. 이 순간만은 오 회장의 안색이 급변했다.
“안…돼!”
하도야는 권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그는 일체의 표정도, 말도 없이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 인형처럼 행동한다. 생각하면서 이성적으로 살지 않는 위인인 것만은 사실이다. 어느 검사가 있어 이러한 법을 집행하며 함부로 총질을 할 수 있는가? 총구에서 불꽃이 번뜩이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권총을 겨냥하고 있는 하도야의 자세는 변함이 없었지만 용두암은 펄쩍 뛰었고 오 회장은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상황은 종료됐다.
“난 경고를 오래하지 않는다.”
하도야는 중얼 거렸고, 오 회장의 눈빛은 경이로울 뿐이었다.
특수부 부장검사 김학수는 보고를 받고 서류를 집어 던졌다.
“니가 깡패 검사냐? 그 말 한 필이 얼마짜리 인줄이나 알아? 대관절 너, 언제까지 이렇게 망나니처럼 날 뛸 거야?”
하도야는 부동자세였지만 얼굴에는 변화가 없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침착했고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안락사를 시키고 싶었습니다. 그 말 용두암은 미국산 명마로 일본 최고의 종마장에서 씨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런 명마가 인간 같지도 않은 잡쓰레기를 등짝에 실고 다녔습니다. 그 놈, 말을 못해서 그렇지 몹시 수치심에 떨었을 겁니다. 그래서 차라리 명예스럽게 편히 쉬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공포탄이라 아쉬웠습니다.”
부장검사 김학수는 어이가 없었다.
“만약 죽기라도 했으면 넌 끝장이었어…임마! 동물협회도 난리쳤을 것이고, 피해 배상도 천문학적이야. 너 배상할 돈 있냐? 겨우 밥벌이하잖아. 니네 집 곰탕 판다며…그걸로 어림없다.”
“하여간 그 말 용두암이 공무 집행을 방해한 건 맞습니다.”
부장검사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너 대관절 어쩌려고 이러는 거야? 나 하고 이야기 좀 하자.”
“드릴 말씀 없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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