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80년 세월이 농축된 '고고한' 梨大총장 공관 가보니…

기사등록 2010/09/08 14:34:59

최종수정 2017/01/11 12:27:06

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 이화여대는 이 땅의 인텔리 여성들이 갖는 자부심의 정점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이대 출신들이 여성근현대사에 일구어낸 흔적들은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이대 총장 공관은 이대생들은 물론 일반인에게 특별한 상징성을 지닌다. '이대출신'들만이 공유하고 있는 특별한 장소가 일반에 공개됐다. 지난 7월 이화여대 14대 총장으로 취임한 김선욱 총장(58)이 7일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다.

 공관은 이대 초창기를 설계했던 고(故) 김활란 여사가 기거하던 곳으로 유명하다. 1945년부터 1961년까지 학교법인 이화학당 이사장 겸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으로 재직한 그는 엄격한 사감과 인자한 인생선배의 모습을 두루 갖춘 여성교육가로 손꼽힌다.

 이날 총장 공관 앞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선욱 총장은 "김활란 선생의 미국 지인들이 돈을 모아 지어준 집이라 그분 사이즈에 맞춰 지어졌다. 독신용이다"며 선대 총장과 공관의 내력을 오버랩시켰다.  

 김 총장은 "독신이었던 김활란 선생에 맞게 지어진 곳이라 2층 생활공간이 진짜 작다"며 "가족들 데리고는 못 산다"고 말했다.  

 공관은 지하1층 지상2층 연면적 246㎡(74평)의 석조건물이다. 80여년에 걸친 세월이 만든 이미지는 웅장함보다는 단아함이었다. 

 본관 동북쪽 언덕위에 자리잡은 공관은 어여쁜 이대생을 향한 사무치는 마음을 품없던 철없는 남학생들에게는 어쩌면 엄격한 사감의 모습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독신자 총장이 재직할 때는 거처로 사용했지만 가족이 총장이 취임하면 주로 학교의 중요 공식회합 장소나 외국인 내빈 숙소로 이용됐다는 게 이대측의 설명이다.

공관을 지키는 총장은 김 총장이 실로 오랜만인 것이다. 아쉬운 점은 외양은 볼 수 있으되 내부를 볼 수는 없다는 게 이대측의 점잖은 응대였다.

 이와관련 이대 관계자는 "공관 내부 장식은 화려하다기 보다는 소박하게 구성돼 있다"며 "이곳은 이화인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본관 총장실도 교수 연구실보다 조금 더 크고 거기에 부속실 하나 달려 있는 것외에는 차이가 없다"며 "바닥에 깔린 러그(카펫)가 다 헤어졌을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김 총장이 "높은 사람 사무실이 넓을 필요 뭐 있냐"며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본적인 관점의 차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 시대 개막 이후 필요 이상으로 비대해진 권력과 커진 집무공간으로 민심의 지탄을 받고 있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귀기울여 볼만한 대목으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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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80년 세월이 농축된 '고고한' 梨大총장 공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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