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조 촬영거부, 민첩 KBS·비난 MBC·눈치 SBS

기사등록 2010/09/01 18:37:33

최종수정 2017/01/11 12:25:05

【서울=뉴시스】이현주·진현철·이재훈 기자 =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투쟁하고 있는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한예조)이 1일 KBS와 협상을 타결했다.

 하지만, MBC·SBS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촬영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방송 3사의 처지가 엇갈리게 됐다.

 이날 KBS는 한예조와 출연료 미지급 문제에 대해 합의했다. KBS 조대현(57) 부사장는 오후 12시57분께 미지급된 출연료에 대해 KBS 측이 지급 보증을 서기로 하면서 한예조와 협상을 마쳤다. 또 외주제작에 대한 안정적인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공동기구 설치도 약속했다.

 KBS는 자체로 든 보증보험 등을 통해 구제방법을 찾아 나서는 한편, 외주제작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문제점을 개선해나가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MBC는 다르다. MBC는 “기본적으로 드라마의 실제작을 담당한 외주제작사가 발생시킨 채무에 대해 이를 구매했다는 이유만으로 방송사가 해당 채무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 법리적으로 비현실적”이라는 판단이다.

 한예조의 출연 거부도 불법이라고 봤다. “방송사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출연거부는 정상적인 조합원들의 찬반투표도 거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이번 출연거부는 노동관련 법률로 보장되는 단체행동권의 영역에서도 벗어난 명백한 업무방해”라고 지적했다.

 또 “출연료 미지급의 근원적 문제인 외주제작사의 파행적 제작관행과 이를 통제할 수 없는 법령의 미비 등은 도외시한 채 일방적으로 방송사만을 비윤리적 집단으로 매도하는 한예조의 사태해결 방식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지금이라도 냉정을 찾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 모색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SBS는 출연료 미지급금이 3사 중 가장 적지만, 방송 중인 외주제작드라마가 6편이나 돼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예조의 촬영 거부가 현실화되면 가장 큰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SBS 허웅 드라마국장은 “일정부분 제안한 부분을 한예조 측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서 내부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협상을 진행할 것이지만 SBS가 미지급된 출연료를 줄 여력은 안 된다”고 밝혔다. “협상이 진행 중인 상태라 협상 내용을 전할 수도 없고 향후 어떻게 마무리가 될 지 확답을 줄 수는 없다”면서 “합의안을 도대체 왜 안 받아들이는 것인지 따져묻고 싶다”고 답답해 했다.

 한예조 김응석(43) 위원장은 “출연료 문제가 해소됐기 때문에 KBS 드라마 촬영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MBC, SBS와도 모든 협상 창구를 열어놓고 타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알렸다.

 한예조가 촬영을 거부했던 ‘제빵왕 김탁구’와 ‘결혼해 주세요’ 등 KBS 드라마는 정상 녹화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한예조는 이날을 기점으로 MBC와 SBS 외주제작드라마 10편에 대해 전면 촬영 거부를 선언했다. MBC TV ‘장난스런 키스’, SBS TV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등이 포함됐다.

 한예조는 “미지급 출연료 완전해결과 미지급을 원천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인 안전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장난스런 키스’ 등 10편에 대한 촬영을 거부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예조는 2일부터 드라마 촬영 현장에 직접 나가 연기자들의 의견을 듣고 촬영 거부에 동참하라고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촬영 거부는 파업이 아닌 준법 투쟁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한예조는 ‘제빵왕 김탁구’, MBC TV ‘글로리아’와 ‘김수로’, SBS TV ‘자이언트’와 ‘나는 전설이다’ 등 방송 3사가 방송 중인 외주제작 드라마 13편에 대한 녹화 거부를 천명한 바 있다.

 한예조 자체 집계 결과 지난 7월말까지 방송 3사의 외주제작 드라마에 출연하고도 출연료를 받지 못한 미지급 누계 금액은 43억6800여만원에 이른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한예조 촬영거부, 민첩 KBS·비난 MBC·눈치 SBS

기사등록 2010/09/01 18:37:33 최초수정 2017/01/11 12:25:05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