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미영 기자 = 12일 오후 9시5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변에 자리한 앙드레김 의상실은 이제 막 주인을 잃은 쓸쓸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6층짜리 건물의 1층, 의상실 정문에는 이미 굳게 셔터가 내려진 채 어둠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건물 경비원 이모씨(77)는 "우리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도 이렇게까지 슬프지 않았는데"라며 "누가 우리 같은 사람들을 지금까지 써주고 점심도, 빵도 옷도 주냐, 성품이 좋은 사람이었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 건물에서 1991년부터 경비원으로 근무해 온 이씨는 셔터문을 올리고 나와 쭈그리고 앉아 착잡해진 마음을 애써 달래며 담배 한 개비를 물었다.
인근 K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강태식씨(32)는 "이 근처를 지나는 앙드레 김을 몇 번 본 적 있다"며 "퇴원한다는 뉴스를 본 적 있어서 완쾌된 줄 알았는데"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유정심씨(49·여)는 "뉴스로 돌아가신 것 봤다"며 "가끔 오시는데 골목길에서 오토바이가 난폭운전을 한다거나 할 때 무섭게 지적하시더라"라고 회상했다.
카페에서 일하는 김세영씨(37)도 "요즘 젊은 사람들은 트렌드에 타협하는 반면 그분은 자기 스타일을 굽히지 않고 가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며 "확고하고 뚜렸한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는 분"이라고 돌아봤다.
밤이 깊어지면서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의상실 쇼윈도에 전시된 앙드레 김의 작품만이 조명을 받으며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늘색 드레스의 꽃 장식은 앙드레 김의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면을 그대로 담아내 이따금씩 의상실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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