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달항아리를 닮고 싶습니다. 작가로서 살면서 지키고 싶은 신념은 달항아리에서 느낄 수 있는 순수와 당당함입니다.”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설치미술가 강익중(50)이 7일부터 5월2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 본관과 신관에서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고’ 전시회를 펼친다. 1996년 이후 14년 만에 공공미술관 등이 아닌 화랑에서 여는 개인전이다.
강씨는 광화문 복원 현장에 있는 ‘광화에 뜬 달: 산, 바람’, 전국 5만 어린이들의 꿈을 모아 만든 경기도미술관의 ‘희망의 벽’, 비디오 작가(1932~2006) 백남준과 2인전 형식으로 개최한 ‘멀티플 다이얼로그’전 등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달항아리 시리즈, ‘해피월드’ 시리즈, ‘산’ 시리즈, ‘한글’ 시리즈 등 입체·설치 작품과 회화 등 180여 작품을 소개한다.
강씨는 “달항아리는 하늘의 모습을 닮았다”며 “달항아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순순하고 당당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연아 선수의 모습에서도 순수함과 당당함을 엿봤다”면서 “위대한 작품이나 사람 뒤에는 순수와 당당함이 자리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아울러 유연함도 위대해지는데 필요한 요소로 꼽았다.
이번에 전시되는 달항아리 작품은 1392개의 작은 달항아리를 전시장 바닥에 늘어놓은 것을 비롯해 210㎝×210㎝ 나무판에 그려놓은 대형 달항아리, 들꽃이 덧대있는 달항아리 그림 등이다. “작가로서 살면서 신념으로 내세우는 것이 순수와 당당”이라며 “겉은 볼록하지만 속은 비어있는 달항아리에서 꿈은 많지만 속은 비어있는 우리 민족의 모습을 본다.”
최근 에는 미술가로서 고민에 직면했다. 시작한 작품을 언제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당황스럽다. “작가로서 가장 힘든 상황은 언제 작품을 시작하고 마무리해야 하는지를 모를 때”라며 “이제야 언제 시작해야 할지는 그나마 알겠는데 시작한 작품을 언제 내려놓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또 “작업에 너무 깊숙하게 몰입하지 말아야 겠다”고도 생각한다. “작품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는 모든 것을 다 알 것 같지만 막상 작업을 시작하면 그렇지 않다”며 “마치 물 속 깊이 들어가 앞은 보지 못한 채 물에서만 허우적거리는 것과 같다”는 비유다.
스페인의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예도 곁들였다. “피카소는 오른손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너무 잘 그려지면 손을 왼손으로 바꿔 그림을 그렸다”며 “작품에 너무 몰입하지 않고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 즉 객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내가 아는 객관화 방법은 그림을 그릴 때 눈을 반쯤 감는 것”이라며 웃기도 했다. “달항아리의 모습처럼 완전하지는 않지만 적당한 모양선을 유지할 수 있는 시점을 알고 싶다.” 백자를 모으는 취미에 요즘 빠진 이유다.
작업에 들어갈 때는 아는 것에만 집중한다. 작은 나무 위에 한글 한자씩을 써놓고 한 데 모아 문장을 만든 가변설치작 ‘내가 아는 것’이 보기다. ‘토끼는 좋으면 소리를 낸다’, ‘부자들은 돈을 항상 펴서 가지고 다닌다’ 등 평소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만 정리했다. “쉽고 편하고 옆에 있고 내가 아는 그런 소재나 내용들로 작품을 만들고 꾸민다.”
‘산 폭포’ 시리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좋은 작품은 쉽게 그려진 것”이라며 “자연은 자연스럽게 그려야 한다”고 전했다. “폭포를 그릴 때 만든다는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느낌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억지로 표현하려고 하면 오히려 내면의 것이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며 “순수하지만 당당한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작품을 내놓고 싶다”고 고백했다.
강씨는 1984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1987년 프랫 인스티튜드를 졸업했다. 이후 뉴욕에서 가로 세로 3인치(7.62㎝)짜리 작은 그림이라는 독창적인 세계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오페라를 부르시는 부처’, ‘사운드 페인팅’ 등이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과 휘트니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한편, 강씨는 5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2010 상하이 세계박람회의 한국관 제작에도 참여했다. 20여개의 한글 자모를 모티브 삼아 문화, 기술, 자연 등 한국적인 이상적 도시생활을 보여준다.
[email protected]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설치미술가 강익중(50)이 7일부터 5월2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 본관과 신관에서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고’ 전시회를 펼친다. 1996년 이후 14년 만에 공공미술관 등이 아닌 화랑에서 여는 개인전이다.
강씨는 광화문 복원 현장에 있는 ‘광화에 뜬 달: 산, 바람’, 전국 5만 어린이들의 꿈을 모아 만든 경기도미술관의 ‘희망의 벽’, 비디오 작가(1932~2006) 백남준과 2인전 형식으로 개최한 ‘멀티플 다이얼로그’전 등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달항아리 시리즈, ‘해피월드’ 시리즈, ‘산’ 시리즈, ‘한글’ 시리즈 등 입체·설치 작품과 회화 등 180여 작품을 소개한다.
강씨는 “달항아리는 하늘의 모습을 닮았다”며 “달항아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순순하고 당당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연아 선수의 모습에서도 순수함과 당당함을 엿봤다”면서 “위대한 작품이나 사람 뒤에는 순수와 당당함이 자리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아울러 유연함도 위대해지는데 필요한 요소로 꼽았다.
이번에 전시되는 달항아리 작품은 1392개의 작은 달항아리를 전시장 바닥에 늘어놓은 것을 비롯해 210㎝×210㎝ 나무판에 그려놓은 대형 달항아리, 들꽃이 덧대있는 달항아리 그림 등이다. “작가로서 살면서 신념으로 내세우는 것이 순수와 당당”이라며 “겉은 볼록하지만 속은 비어있는 달항아리에서 꿈은 많지만 속은 비어있는 우리 민족의 모습을 본다.”
최근 에는 미술가로서 고민에 직면했다. 시작한 작품을 언제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당황스럽다. “작가로서 가장 힘든 상황은 언제 작품을 시작하고 마무리해야 하는지를 모를 때”라며 “이제야 언제 시작해야 할지는 그나마 알겠는데 시작한 작품을 언제 내려놓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또 “작업에 너무 깊숙하게 몰입하지 말아야 겠다”고도 생각한다. “작품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는 모든 것을 다 알 것 같지만 막상 작업을 시작하면 그렇지 않다”며 “마치 물 속 깊이 들어가 앞은 보지 못한 채 물에서만 허우적거리는 것과 같다”는 비유다.
스페인의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예도 곁들였다. “피카소는 오른손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너무 잘 그려지면 손을 왼손으로 바꿔 그림을 그렸다”며 “작품에 너무 몰입하지 않고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 즉 객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내가 아는 객관화 방법은 그림을 그릴 때 눈을 반쯤 감는 것”이라며 웃기도 했다. “달항아리의 모습처럼 완전하지는 않지만 적당한 모양선을 유지할 수 있는 시점을 알고 싶다.” 백자를 모으는 취미에 요즘 빠진 이유다.
작업에 들어갈 때는 아는 것에만 집중한다. 작은 나무 위에 한글 한자씩을 써놓고 한 데 모아 문장을 만든 가변설치작 ‘내가 아는 것’이 보기다. ‘토끼는 좋으면 소리를 낸다’, ‘부자들은 돈을 항상 펴서 가지고 다닌다’ 등 평소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만 정리했다. “쉽고 편하고 옆에 있고 내가 아는 그런 소재나 내용들로 작품을 만들고 꾸민다.”
‘산 폭포’ 시리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좋은 작품은 쉽게 그려진 것”이라며 “자연은 자연스럽게 그려야 한다”고 전했다. “폭포를 그릴 때 만든다는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느낌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억지로 표현하려고 하면 오히려 내면의 것이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며 “순수하지만 당당한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작품을 내놓고 싶다”고 고백했다.
강씨는 1984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1987년 프랫 인스티튜드를 졸업했다. 이후 뉴욕에서 가로 세로 3인치(7.62㎝)짜리 작은 그림이라는 독창적인 세계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오페라를 부르시는 부처’, ‘사운드 페인팅’ 등이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과 휘트니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한편, 강씨는 5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2010 상하이 세계박람회의 한국관 제작에도 참여했다. 20여개의 한글 자모를 모티브 삼아 문화, 기술, 자연 등 한국적인 이상적 도시생활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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