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개최 박탈된 인도네시아, 꿈까지 잃었다

기사등록 2023/03/31 07:47:12

종교 갈등으로 FIFA U-20 월드컵 개최권 박탈

자동 출전권 사라져 44년만의 본선 무산 위기

[자카르타=AP/뉴시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인도네시아축구협회 빌딩에 걸려있는 FIFA U-20 월드컵 배너 앞을 한 시민이 30일(한국시간) 지나가고 있다. FIFA는 대회 개막 8주를 앞두고 인도네시아의 대회 개최권을 박탈했다. 2023.03.30.
[자카르타=AP/뉴시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인도네시아축구협회 빌딩에 걸려있는 FIFA U-20 월드컵 배너 앞을 한 시민이 30일(한국시간) 지나가고 있다. FIFA는 대회 개막 8주를 앞두고 인도네시아의 대회 개최권을 박탈했다. 2023.03.30.

[서울=뉴시스]박상현 기자 = 국제 스포츠현장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생겼다. 어른들의 종교 갈등에 꿈을 펴야 하는 20세 약관 선수들의 꿈까지 깨지게 생겼다. 인도네시아 얘기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30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FIFA U-20 월드컵 개최권을 박탈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일은 유럽 예선을 통과한 이스라엘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서 비롯됐다. 동남아시아에서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탄압으로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강하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을 대회에 출전시켜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정치와 종교, 스포츠는 별개라고 호소했지만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당까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목적으로 이스라엘의 대회 출전에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이런 판단은 실수였다. 개최권은 인도네시아가 갖지만 어디까지나 주최는 FIFA다. FIFA가 주관하는 대회에서 인도네시아가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국가를 거부할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피해는 고스란이 인도네시아가 입게 됐다. 코로나19 때문에 2021년 대회를 치르지 못해 2년을 더 기다린 상황에서 이제는 아예 대회조차 열지 못하게 됐다. 그동안 들인 개최 준비 비용이 모두 날아갔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는 FIFA로부터 징계를 받을 준비도 해야 한다. 징계수위가 어느정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때에 따라서는 2026년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열리는 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 나갈 수 없을 수도 있다. 아시아에 배정된 본선 티켓이 플레이오프 티켓을 제외하고도 8장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인도네시아도 본선에 도전해볼 만한 기회가 찾아왔지만 아예 예선도 치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더 큰 타격은 20세 선수들이 FIFA U-20 월드컵에 출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는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권을 따냈지만 개최권 박탈로 기회가 사라졌다. 만약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국가에서 대회를 치른다면 인도네시아가 일말의 희망을 가져볼 수도 있지만 FIFA 징계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언감생심이다.

게다가 아르헨티나, 페루, 카타르 등 본선 티켓을 획득하지 못한 국가에서 대신 치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동출전권이 넘어가게 되므로 1979년 대회 이후 44년 만의 본선 출전도 날아가게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이 20세 젊은 선수들이 짊어지게 된다.

오랜 기간 선수들을 조련했던 신태용 감독도 답답한 마음을 토로한다.

신 감독은 CNN 인도네시아와 인터뷰에서 "어린 선수들의 꿈과 희망이 사라져 가슴이 아프다"며 "지난 3년 반 동안 이번 대회를 준비했기 때문에 마음이 복잡하고 착잡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은 물론 인도네시아 축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는 심정을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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