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식품 간장 등 17종 11.5%, 팔도 음료 8종 7.3% 판매가격 올려
4분기 우유 비롯해 유제품 인상 예상…"식품가 인상은 지속될 듯"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정부가 하반기 들어 식품 업계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공개 경고했지만, 주요 식품 업체들은 4분기에도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올 4분기에는 우유 가격 인상이 예고된 상황이다. 우유 가격이 오르면 치즈와 아이스크림·빵 등 우유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제품 가격이 모두 오를 수 있고, 우유가 들어가는 라떼 음료 등을 파는 프랜차이즈 커피 업계도 인상 대열에 동참할 수 있다.
26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샘표식품은 최근 진간장 등 대표 제품 17종의 출고가를 평균 11.5% 인상했다. 출고가 인상을 반영해 대형마트 판매 가격은 오는 27일부터 조정되고, 편의점 판매가는 다음달 1일부터 오른다.
이번 인상은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 만에 이뤄졌다. 샘표식품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원부자재 구입 비용 증가 등을 반영해 주요 제품 가격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팔도는 다음달 1일부로 비락식혜와 뽀로로 등 인기 음료 8종의 가격을 평균 7.3% 인상한다. 팔도의 인상은 음료 가격 인상에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롯데칠성음료·하이트진로음료·동아오츠카·웅진식품 등도 인상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오리온 치킨팝 닭강정맛과 치즈뿌린 치킨팝은 편의점에서 다음달 각각 1000원에서 1100원으로 10% 오른다. 한국마즈(Mars)의 이클립스(페퍼민트·피치캔디·워터멜론) 캔디도 편의점 기준 2500원에서 3000원으로 20% 뛴다.
농심·오뚜기·팔도에 이어 삼양식품까지 라면 빅4가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섰다. 삼양식품은 다음달 7일부터 불닭볶음면·삼양라면 등 13개 브랜드 제품 가격을 평균 9.7% 인상키로 했다.
삼양식품은 밀가루·팜유 등 주요 수입 원자재 뿐 아니라 물류비·유틸리티 등 생산 비용 급증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된 데다 국내 사업 적자 규모가 누적돼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렸다는 입장이다.
4분기에는 우유 가격 인상도 본격화될 수 있다. 유업체와 낙농가가 참여하는 원유 기본가격 조정협상위원회는 이달 31일까지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올해 원유 가격을 협상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원유 상승분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을 웃돌 수 있고 이에 따른 우유 가격 인상폭은 최소 400원에서 최대 6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마트에서 흰우유 1ℓ 가격이 3000원을 넘을 수 있단 얘기다.
우유 제품 가격이 현실화할 경우 우유를 재료로 사용하는 치즈와 아이스크림, 빵·라떼 등 유제품 전반에서 도미노 인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품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기업들의 원가 압박은 올 상반기 대비 하반기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적 악화를 막기 위해 4분기에도 가격 조정에 나서는 기업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에도 식품 인상 러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원자재 부담에 따른 인상 요인 외에도 회계연도가 바뀌는 시기에 가격을 올려야 회계 처리가 용이하다는 점도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년 연말 연시에 식품 업계의 가격 인상이 이뤄지는 주된 이유는 회계 처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제품을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 변동을 수시로 반영하는 것보다 연말 연시에 반영해야 불필요한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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