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2022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
10% 유지 중…OECD 평균 19.3%의 절반
코로나19 대응 등 국가채무 급격히 증가
"물가 파급효과 및 역진성 심화 등 논의"
"세 부담 역진성은 경감세율로 완화 가능"
[세종=뉴시스]옥성구 기자 = 45년째 10%를 유지하고 있는 부가가치세를 인상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저성장·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는 국회 제언이 나왔다. 저소득층이 세금을 더 내게 되는 역진성 문제는 경감세율 도입을 통해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4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통해 부가세율 인상 논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부가세는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제공받을 때 발생하는 부가가치에 대해 붙는 일반 소비세다. 우리나라의 부가세는 1977년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10%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재정이 비교적 건전해 부가세율 인상이 필요할 정도로 크게 악화된 적이 없고, 부가세 외 다른 세목에서 증세 여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 압력과 세 부담의 역진성 등도 부가세를 올리지 못한 주요한 이유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확장적 재정운용 등으로 최근 국가의 빚이 크게 늘었다.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1075조7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과 비교하면 약 400조원 증가한 수준이다.
또한 인구고령화 등에 따른 지출소요 증가와 재정건전성 확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저성장·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재원이 필요하다. 생산연령인구가 줄며 노인부양률이 높아지면 부가세 세수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올해 기준 평균 부가세율은 19.3%다. OECD 국가 중 25개국은 2010년 이후 부가세율을 올렸고, 이에 따라 OECD 국가 평균 부가세율은 2009년 17.7%와 비교해 1.6%포인트(p) 인상됐다.
특히 유럽 주요국들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재정적자를 해소하고자 부가세를 올렸다. 일본은 복지재정 확충 및 재정건전화를 위해 부가세율을 점차 올려 2019년 10월 우리나라와 같은 수준인 10%까지 인상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부가세 비중은 2019년 기준 4.3%다. 이는 OECD 국가 중에 32위로 부가세 부담 수준이 낮은 편에 속한다. OECD 국가 평균 GDP 대비 부가세 비중은 6.7%다.
다만 입법처는 부가세율을 인상할 경우 최근 고물가 상황과 맞물려 물가 상승을 자극해 경기 침체 우려가 있다며 이를 감안한 신중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재범 입법처 재정경제팀 입법조사관은 "부가세율 인상에 따른 물가 등 경제적 파급효과, 조세부담의 역진성 심화를 경감하는 방안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인상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입법처는 부가세율을 현재 단일세율 체계에서 경감세율 체계로 전환하면 세 부담의 역진성을 완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경감세율은 통상적인 세율이 아니라 특별한 경우 낮춰 적용하는 세율이다.
현재 단일세율 체계인 부가세는 모든 소비를 과세 대상으로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소득과 상관없이 동일하게 부담한다. 이 때문에 소득에 비해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역진성 문제가 발생한다.
가령 A씨 소득은 1억원, B씨 소득은 2000만원인데 각자 100만원 어치의 가방을 구매하며 부가세 10%를 부담했다고 가정해보면, 소득 대비 부가세 부담률은 A씨는 0.1%인데 비해 B씨는 0.5%로 5배 차이가 난다.
역진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현재 부가세에는 일부 품목에 대해 면세제도를 두고 있다. 단 면세제도의 경우 최종적인 소비자 세 부담이 늘어나고 가격왜곡이 발생할 수 있으며 부가세 세수가 줄어든다는 등의 단점이 있다.
외국의 경우 호주와 싱가포르, 덴마크는 우리나라와 같이 부가세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반면, 독일과 프랑스 등 대다수 국가는 복수세율 체계로 다양한 경감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입법처는 경감세율을 도입하면 광범위한 면세제도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소해 세 부담의 역진성 완화를 도모할 수 있고, 경제 상황 등에 따라 경감세율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경감세율은 조세체계가 다소 복잡해지고 면세사업자가 과세사업자로 전환돼 납세협력비용이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