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tvN에 밀리고 티빙에 치이고…OCN 장르물명가 무색

기사등록 2022/03/20 09:57:59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CJ ENM 계열 OCN은 '장르물 명가'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졌다. tvN과 달리 장르물 특화 채널로 마니아층을 형성했지만,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공격적 투자로 잇따라 오리지널 콘텐츠 흥행에 성공하며 존재감이 미비해졌다. 더욱이 CJ ENM이 tvN과 함께 OTT 채널 티빙을 강화하면서 OCN 드라마가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OCN은 지난 13일 올해 첫 드라마 '우월한 하루'를 선보였다. 지난해 12월 '키마이라' 종방 후 3개월 여 만이다. 1회 시청률은 1.0%(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에 그쳤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해 기존 팬층을 끌어모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언제 방송을 시작했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 드라마는 소방관 '이호철'(진구)이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옆집에 사는 연쇄살인마 '권시우'(이원근)를 죽여야 하는 이야기다. 기존 드라마 회차의 절반 수준인 총 8부작이며 일요극으로 편성했다. 첫 회 방송 후 연쇄살인마를 소재로 해 잔인하다는 평이 많았으나, 회차가 짧은 만큼 전개가 빨라 다음 회를 궁금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주 1회 편성인 데다가 전작과 공백이 길어지면서 해당 시간에 방송한다는 자체도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요즘 OTT 채널이 첫 날에 전 회차를 공개, 콘텐츠를 몰아보는 시청자들이 많은데 장르물 특성상 흐름이 끊길 수밖에 없었다.

OCN은 2년째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막을 내린 '경이로운 소문' 이후 '본 대로 말하라' '루갈' '번외수사' '트레인' '미씽: 그들이 있었다' '써치' 등 총 6개 작품이 흥행에 실패했다. 결국 지난해 절반으로 줄여 드라마 3편만 선보였다. '타임즈'를 비롯해 '다크홀', 키마이라도 소리 소문 없이 막을 내렸다. 특히 김옥빈 주연 다크홀은 OCN 드라마 중 처음으로 tvN에서 동시 방송했지만, 시청률 효과를 보지 못했다. 1회 1%대로 출발, 마지막 12회까지 0%대가 이어졌다.

올해 OCN 드라마는 아직까지 3편만 편성한 상태다. 우월한 하루 종방 후 한 달 여간 시간을 갖는다. 6월 초부터 김남길 주연 '아일랜드', 그룹 '2PM' 옥택연 주연 '블라인드'를 연달아 내보낼 예정이다. 아일랜드는 애초 서예지가 여주인공에 캐스팅됐으나, 전 남자친구 김정현 가스라이팅 논란으로 하차했다. 극본을 전면 수정하고 여주인공을 이다희로 교체됐다. 총 20부작으로 10회씩 시즌1·2로 나눠 방송할 계획이다.

OCN 드라마 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CJ ENM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침에 따라 OCN 채널 입지는 더욱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OCN은 지난 18일부터 'CSI: 베가스'를 내보냈다. 'CSI: 과학수사대' 새 시즌이다. 국내에서도 수많은 팬을 양산하며 '미드'(미국드라마) 열풍을 일으켜 기존 OCN 시청자들에게 반가움을 안겼다. 이미 지난해 LG유플러스가 IPTV와 모바일 TV 서비스를 통해 공개, TV최초 방송 의미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CJ ENM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까지 약 100여 편 제작, 가입자 800만 명 이상 확보, 일본·대만·미국 등에 서비스 론칭을 목표로 세웠다. 최근 티빙은 전략적투자자(SI)인 바이아컴CBS 산하 제작사 파라마운트로부터 700만 달러(약 83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유치했다. 상반기 중 티빙 내 파라마운트 플러스관을 론칭해 'CSI' 시리즈,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영화 '트랜스포머', '미션 임파서블' 등 바이아컴CBS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OCN은 CSI 시리즈 편성 등 티빙 채널을 강화·보조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과거 OCN은 마니아층을 거느려 '그들만의 리그'로 인식했다. 시청률이 조금 낮아도 장르가 다양하고 완성도가 높아 배우들이 선호했다"며 "최근 OTT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제작 규모가 커져 배우들의 눈높이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OCN 드라마만의 차별성이 사라져 시청자뿐만 아니라 배우들에게도 외면 받을 위기"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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