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훈 차관, 매주 '농식품 수급·생육상황 점검회의'
노지채소 수급 집중관리…수확기 생육상황 점검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정부가 여름철 기상 여건에 따라 수급 상황이 변할 수 있는 노지채소에 대한 집중관리에 들어갔다. 노지채소의 수확기까지 선제적인 관리를 통해 수급 불안을 방지하고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훈 차관 주재로 '농식품 수급 및 생육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배추, 무, 양배추, 당근, 마늘, 양파, 건고추 등 7개 노지 채소류 생육 상황을 점검했다.
한 차관은 먼저 "농식품 물가 안정세가 6월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도록 농식품 수급 및 생육 상황 점검회의를 매주 개최할 예정"이라며 "매월 초 농식품 물가 전반을 점검하고 이후엔 분야별 점검과 대응 방안을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6월 초 농축산물 가격 동향에 대해 "농산물은 기상 여건이 양호하고 출하지역이 확대되면서 시설채소류를 중심으로 전월대비 가격이 낮아지고 있고 제철을 맞은 수박과 참외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축사물의 경우 계절적 수요 증가 등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전월대비 다소 높아지고 있지만 전년보다는 낮은 수준"이라며 "소고기, 닭고기, 계란은 전월대비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주에는 과수쪽을 점검하고 이후엔 식품과 외식물가, 여름 복날을 대비해 닭고기 등 축산 수요도 점검할 예정"이라며 "과거엔 한 달에 한 번 농축산물 수급 상황을 점검했지만 향후엔 주별로 중점 점검 품목을 정해서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선 여름철 기상 여건에 따라 수급 여건이 불리해질 수 있는 노지채소를 집중 점검했다. 주요 점검 품목은 배추, 무, 양배추, 당근, 마늘, 양파, 건고추 등 7개 노지채소다.
배추의 경우 현재 문경, 영양, 영월 등 경북과 강원지역 등에서 노지봄배추가 본격 출하되고 있으며 작황이 전반적으로 양호한데다 재배면적도 전·평년 대비 증가해 수급이 안정적인 상황이다.
도매가격과 소매가격도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추 1포기 도매가격은 6월들어 3663원으로 전년대비 3.1% 낮아졌고 소매가격은 2206원으로 23.8%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름배추의 경우 재배면적이 전·평년 대비 다소 감소할 수 있어 농식품부는 수급에 여유가 있는 봄배추를 1만t 비축하고 농협 출하조절시설 및 계약재배 등 정부 가용물량(2만3000t)을 확보하는 한편 예비묘 200만주를 준비할 계획이다.
한 차관은 "강원도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여름 배추의 경우 폭우와 폭염에 노출되면 작황이 안좋아지면서 배추 가격이 폭등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름에 배추 생산량이 적은데 피해까지 발생하면서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름 배추 생산 농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재배의향 조사에서 5%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나타난 만큼 여름철 폭염과 폭우 피해를 최소화하고 생육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라며 "며 "봄배추 비축, 예비묘 200만주 등을 통해 수급 불안에 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봄무는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작황도 부진해 가격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6월 중순부터 노지 봄무가 본격 출하되면 가격은 내림세로 전환될 수 있지만 공급량이 예전보다 줄어서 전년대비 다소 높은 가격대를 형성할 전망이다.
여름무는 경기지역에서는 정상 생육 중이고, 강원지역에서는 파종 진행 중인데 재배면적이 전·평년 대비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농식품부는 봄무 5000t을 비축하고 7월부터 10월까지 할당관세를 적용해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양배추는 겨울양배추의 작황 부진으로 급등했던 가격이 6월부터 노지 봄양배추가 본격 출하되면서 내림세로 전환된 것으로 보고됐다. 6월 초 양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5847원으로 전월말 6500원 대비 10.04% 하락했다.
여름양배추의 경우 작황은 양호하고 재배면적도 전·평년 대비 증가해 수급이 안정적일 전망이다. 정부는 여름철 기상악화로 작황 부진 가능성이 있는 만큼 10월까지 할당관세를 적용하되 7월 이후에는 평년 수입량으로 한정할 계획이다.
당근은 저장 겨울당근의 품위 저하로 출하가 조기 종료되고, 봄당근의 면적 감소 및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높은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봄당근의 저장량도 전년 대비 10% 정도 감소해 8월까지는 공급 부족이 지속될 전망이다.
9월부터 출하되는 여름당근은 작년도 가격이 높아 작목 전환 수요가 발생해 재배면적이 증가할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여름철 공급 부족에 따른 식품·외식업체의 부담 경감을 위해 9월 말까지 할당관세를 적용해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남도종 중심으로 총 재배면적의 14.6%에서 벌마늘 피해가 발생했던 마늘도 수급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대서종·한지형 작황은 양호한 수준이며 벌마늘은 깐마늘 및 가공용으로 사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올해 마늘 생산량은 전년보다 감소할 수 있지만 재고량과 수요 감소 등을 고려할 때 가격 상승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향후 김장철 수요 증가에 대비해 정부수매비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건고추는 재고량 부족 등으로 전·평년 대비 높은 수준의 가격대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고추의 생육상황은 대체로 양호하지만 생육 지연, 재배면적 감소 등으로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정부 수매 및 수입 비축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현재는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검토하고 있으며 예산과 물량을 고려해 국역무역 방식으로 수입이 결정되면 농식품부가 비축하고 실수요자를 배정하면 가공업체에 수입 물량을 내준다는 계획이다.
한훈 차관은 "농식품부는 올해 노지채소의 안정적 생산을 위해 농진청, 지자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협 등과 민·관 합동으로 지난 3월부터 '노지채소 생육관리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품목별 수확기까지 안정적 생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생육 점검과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