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쇼크 진정될까…궁금증부터 팩트체크까지

기사등록 2024/05/20 14:55:03

최종수정 2024/05/20 15:05:07

리보세라닙 신약허가 실패? 재도전?…회사 측 "일부 지연을 오해"

통계 살펴보니…"미 FDA 보완요구 후 92% 결국 승인"

관건은 최종 결과…회사 측 "최대한 빨리 보완 자료 제출"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실패가 아니라 일부 지연된 것입니다. 빠르게 수습해 미완의 결실을 잘 매듭짓겠습니다. 주주 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가져오게 된 것에 대해선 회사의 총 책임자로서 정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진양곤 HLB그룹 회장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은 데 대해 주주들에 고개를 숙였다. 진 회장은 야심차게 계획했던 신약허가 일정이 뒤로 미뤄지면서 참담한 심정이지만, CRL을 수령한 92%의 기업들이 결국 신약허가를 획득한 만큼 FDA가 지적한 부분이 어떤 문제인지 파악하는 대로 수정·보완하는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첫번째 팩트체크 'CRL은 실패? 재도전?'…전문가들 "승인 과정서 발생할 수 있는 절차"

이번 CRL 수령을 두고 일각에서는 간암 신약의 신약허가가 완전히 물거품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승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절차로 보고 있다.

CRL이란 FDA가 신약허가를 승인하기 위해 의약품 허가신청서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회사에 보내는 보완 요청 공문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임상 실패를 의미하지 않으며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CRL을 받은 후 수정 요구를 보완해 FDA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은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지난 2018년 4월 셀트리온이 FDA로부터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에 대한 등에 대해 CRL을 받았지만, 보완 자료 제출을 통해 같은해 12월 승인을 획득했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도 2018년 5월 CRL을 받았지만, 같은해 8월 보완자료를 제출했고 이듬해 2월 FDA 허가를 받았다. 휴젤 또한 CRL 3수 만에 올해 2월 FDA로부터 '레티보' 판매 승인을 받았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글로벌 제약사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지난 2021년 3월30일 CRL을 수령했지만, 임상 데이터를 보충해 같은해 7월27일 승인을 획득했다. 과거 FDA로부터 CRL을 받은 회사의 92%가 결국 승인을 얻었다는 긍정적인 통계도 있다.

진양곤 회장도 이번 FDA CRL과 관련해 실패나 재도전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재도전은 임상 자체를 다시 진행해야 하는 것이지만 CRL의 그 어떤 내용을 해석해도 임상을 다시 해야 한다 거나 보강 임상을 해야 할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진 회장은 "이번 CRL을 달리 해석하면 약효 등 메인 이슈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라면서 "신약의 유효성과 안정성 등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 약물 자체에 대한 FDA의 문제 제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CRL 발행은 수능 전 과목을 기준 점수 이상으로 모두 맞아야만 하는 합격하는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들은 합격했으나 한 과목을 실패한 것으로, 이제 그 과목만 집중적으로 재수해 기준 점수 이상 맞으면 최종 합격하는 절차에 들어가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한용해 HLB 그룹 CTO, 진양곤 HLB그룹 회장, 엘레바 정세호 대표가 17일 오후 HLB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왼쪽부터) 한용해 HLB 그룹 CTO, 진양곤 HLB그룹 회장, 엘레바 정세호 대표가 17일 오후 HLB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두번째 팩트체크…신약허가까지 최소 1년이 걸린다?

시장이 궁금해 하는 부분은 신약 허가 일정이 얼마나 지연될지 여부다. 시장 일각에선 최종 승인까지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지만, 통계치를 보면 예측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먼저 FDA는 CRL 관련 수정·보완한 내용을 받으면 6개월 이내에 허가 여부를 발표한다. 항서제약의 CMC(제조공정) 이슈가 생각보다 사소한 문제 때문이라면 보완 입증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대웅제약과 셀트리온이 3개월 내 보완서류 제출을 완료했다. 그리고 셀트리온의 경우 최종 승인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됐다. 따라서 비슷한 속도로 진행된다면  HLB의 경우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신약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반면 FDA가 지적한 CMC 공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지연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휴젤은 지난 2021년 3월 처음으로 품목허가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이듬해 3월 FDA에서 공장 추가 설비, 허가사항과 관련한 CRL을 수령했다. 휴젤은 자료 보완 이후 같은해 10월 FDA에 재심사를 신청했지만 6개월 뒤인 2023년 4월 또다시 CRL를 수령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8월 휴젤은 지적사항을 보완해 다시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6개월 뒤인 올해 2월 FDA 문턱을 넘는데 성공했다. 결국 최종 승인을 받긴 받았지만, 첫 CRL 수령 이후 약 2년에 달하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이에 대해 진양곤 회장은 "항서제약은 합성의약품 분야에서 글로벌 의약품 17개를 보유한 세계 톱 티어 제약사로, 적어도 17번의 FDA CMC 실사를 받은 기업"이라며 "캄렐리주맙에 대한 실사는 바이오 의약품 공정을 대상으로 한 실사여서 기존의 경험치보다는 좀 더 까다로운 분야인 점은 맞지만, 글로벌 수준의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이 많이 포진해 있어 크게 우려할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이 영향?…전문가들 "환자 치료 약은 해당되지 않아"

HLB 신약 수정 요구에 관련해 세번째로 시장에서 나오는 추측은 "미중 갈등과 미국생물법 적용 때문에 FDA가 승인을 안했다"는 것이다. 

생물보안법안은 미국 의회가 선정한 중국의 우려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법안이다. 하지만 이런 법안과 미중 갈등이 이번 결과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환자를 치료하는 항암 신약의 경우, 미국 역시 좋은 약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국 기업 보호만을 위해 결정을 보류했을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진양곤 회장은 미중 갈등이 허가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데 대해 "미중 갈등의 경우 바이오 분야에 끼치는 영향은 유전자와 관련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환자를 치료하는 약의 경우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생물보안법의 주요 타깃은 CDMO(위탁개발생산)기업이다. HLB는 생산만 항서제약에 맡긴 것으로 판매는 미국 자회사인 엘레바테라퓨틱스가 진행할 예정이다. 캄렐리주맙의 글로벌 권리도 엘레바가 확보했기 때문에 생물보안법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것이란 게 진 회장의 설명이다.

외국인 투자자 반응 주목…전문가들 "차분하게 최종 결과 기다려야"

최근 HLB의 외국인 지분율은 19% 넘었다. 이는 최근 1년간 급격하게 늘어난 수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항암 신약 기업에 공격적인 매수세를 보여왔는데 HLB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CRL 소식이 처음으로 전해진 17일에도 하한가임에도 매수세를 이어갔다. 다만 이날 매매는 매수와 매도를 오가고 있다.

진양곤 회장은 "HLB와 엘레바가 1000억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처분 가능 유가증권을 포함하면 현금 보유분의 3~4배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당장 마케팅에 돌입하지 않는다면 2~3년은 차질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부터 HLB 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사업을 이어온 만큼, 자사주 매입 같은 단기 액션보다는 현재 진행 상황을 있는 그대로 주주들에 밝히고 앞으로 계획과 일정이 어떻게 되는 지를 실시간으로 공유·전달하는 게 더 맞다는 것이 진 회장의 판단이다. 현재 항서제약의 CMC 문제가 정확히 어느 부분에서 기인한 것인지 파악이 되지 않은 만큼, 이를 빠르게 또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신약 허가 이후 상황을 대비해 풍부한 유동성을 갖춰 놓겠다는 복안이다.
 
진 회장은 끝으로 "기대하셨던 주주 여러분께서 느끼는 상실감에 위로는 될 수 없겠으나 적어도 항암 신약의 꿈과 기업의 가치가 거절된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신약승인의 지연이 끝이 아님을, 오히려 보다 더 선명히 검증됐음을 확인하는 계기로 삼아주셨으면 한다. 시장의 왜곡과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하겠다"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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