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일된 안 제안을"…의료계 "2000명 증원 근거부터"

기사등록 2024/04/03 07:28:05

최종수정 2024/04/03 11:15:30

정부 "통일된 방안 제안해달라" 연일 촉구

의료계 "의사집단 다양…정부 대안 제시를"

"의사인력 계획수립 법적의무 정부에 있어"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의대정원 확대로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장기화 되고 있는 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의와 인턴 생활관이 텅 비어 있다. 2024.04.02.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의대정원 확대로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장기화 되고 있는 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의와 인턴 생활관이 텅 비어 있다. 2024.04.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대 2000명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두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통일된 안을 제안해 달라"고 의료계에 촉구했다. 의료계에서는 "다양한 의사단체의 견해들을 모아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의사인력 계획 수립은 법적으로 부여된 정부의 의무"라며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3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일 “정부는 2000명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의대 증원 규모를 포함해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책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과학적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의료계 내 통일된 더 합리적인 방안을 제안한다면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대생, 전공의, 의대교수, 개원의, 일반 병원 경영자, 대형병원 경영자 등으로 의사 집단이 다양한 데다 각자 처한 입장이 다양해 정부가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진행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는 "의사단체들의 견해들을 모아 누구나 조금씩 양보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정부"라면서 "우리는 정부의 그런 역할을 위해 세금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기본법 등 보건의료관계법령에 따라 의사인력을 포함한 보건의료인력 계획안, 보건의료 계획안을 수립할 의무는 정부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형욱 단국대 의대 교수(예방의학 전문의 겸 변호사)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복지부가 참여하는 의료현안협의체에 직접 참여한 당사자"라면서 "복지부는 의대 증원 규모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계법령에 따르면 보건의료계획을 수립해야 할 주체는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면서 "복지부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따라 의사인력과 관련된 기본계획과 이에 따른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공개했나? 의대 2000명 증원 발표 외에 전혀 하지 않았다"고 했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5조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5년마다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다. 또 같은 법 제6조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시·도지사는 매년 종합계획에 따라 보건의료인력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돼 있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8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 소속으로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를 둬야 한다.

박 교수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따른 복지부 장관의 의무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그래 놓고 의료계가 더 좋은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의 근거가 꼼꼼하게 제시된 계획안을 만든 후 의료계에 알려 의견 수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계가 반대만 한다면 이를 비난할 수 있지만, 이런 과정이 생략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과학적이고 통일된 대안을 가져오면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 정부가 먼저 의대 2000명 증원의 과학적인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얼마나 반영했는지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 교수는 "정부가 2000명이라는 수치에 대해 어떤 과학적 근거를 가졌는지 원시 자료와 함께 공개하는 것이 먼저"라면서 "정부가 근거로 삼았다는 보고서의 저자들은 부인하고 있고, OECD 자료도 수십개 이상의 각종 수치 중 하나 만을 강조(OECD 평균보다 적은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원 규모를 과학적으로 추산해 정책에 반영하려면 오랜 기간 다양한 시각에 입각한 연구와 함께 치열한 반론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과연 얼마나 반대 의견을 반영했는지 소상히 밝혀야 의구심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가 통일된 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만든 것은 정부의 강경 일변도 조치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의사단체 구성원들은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과 검경 수사 등 사법 처리를 피해 뿔뿔이 흩어졌다. 이로 인해 정부도 의정 협상 테이블을 차리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지역 거점 국립병원의 A 응급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게릴라전을 초래해 놓고 이제 와서 통일된 안을 가져오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의료계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일본처럼 의료수급분과회를 만들어 장기간 의사들을 의사결정 과정에 깊숙히 참여시켜 (대화의)판을 깔아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후생노동성 산하 의사수급분과회에서 논의를 거쳐 의견을 내면 내각에서 총리 주재 회의로 의대 정원을 결정한다. 특히 분과회 멤버 20명 중 14명이 의사다. 의대 정원 결정은 내각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분과회에서 논의된 결과를 내각이 추인하고 있다.

A 교수는 "의사단체들이 의대증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점에서 의견을 같이하는 만큼 의료계 구성원이 고루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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