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3만여명 모여 '기후정의' 요구
"땅, 바람, 태양은 상품이 아니다"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세계 기후행동의 날을 하루 앞둔 23일 토요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기후 위기 해결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600여개 단체가 참여한 '9·23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일대에서 '9·23기후정의행진' 본 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3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시민들은 "일상이 쌓여 지구를 구한다" "기후야 변하지 마 내가 변할게"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땅, 바람, 태양은 상품이 아니다"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기후재난으로 죽지 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 ▲핵발전·화석연료에서 공공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 ▲철도민영화 중단·공공교통 확충·이동권 보장 등 5개 요구안을 정부에 요구했다.
시청역 7번 출구부터 숭례문 앞 일대는 개인이 느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토로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대학원생 송유진(26)씨는 "올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마주할 수많은 여름을 이렇게 덥게 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일상이 된 이상기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 명이라도 채워야겠다 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온 김우현(11)양은 "학교에서는 아나바다 운동을 하는데, 어른들도 지구와 환경을 구하기 위해 더 노력했으면 좋겠다"며 부모님과 함께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이유를 말했다.
이날 오전 대구에서 두 자녀를 데리고 서울로 왔다는 류정하(45)씨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이런 세상에 아이를 살게 한다는 것 자체가 죄책감이 들고 미안하다.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 생각이 들어 아침 일찍 올라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기후위기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 축제처럼 놀면서 목소리도 낼 수 있다'는 걸 아이들도 느꼈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기성세대로서 젊은 세대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충북에서 왔다는 한상훈(64)씨는 "우리 세대가 과거 압축 성장의 주역으로 활동하면서 자연환경을 많이 파괴했다. 미래세대의 생존조건을 박탈해 오면서 우리가 성장한 것"이라며 "미래세대에 책임을 보이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3시10분께부터 서울시청에서 정부종합청사로 가는 코스와, 시청에서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로 향하는 코스로 나누어 행진을 진행했다.
행진 대열은 여러 사람이 한 장소에서 죽은 듯이 드러누워 항의를 표현하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이 퍼포먼스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기후재난에 항의하고, 앞으로 다가올 우려스런 미래를 상징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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