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가 공언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신뢰·기대 저하"
역대 물갈이 폭이 큰 영남권 현역과 원외 당협위원장 부담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행정관 등 참모진 수십여명이 내년 총선에 차출될 수 있다는 '용산 참모진 차출론'이 여권에서 확산되고 있다.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을 등에 업은 참모진의 대거 출전은 국민의힘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역구 공천을 둘러싼 내부 경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윤심 공천에 대한 우려가 돼서다.
16일 여권에 따르면 수석비서관부터 행정관까지 대통령실 참모 수십여명이 차출 대상으로 거론된다.
수석비서관에선 이진복 정무·김은혜 홍보·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등이, 비서관 중에선 전희경 정무1비서관과 주진우 법률비서관 등이 유력한 차출 대상으로 꼽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자인 김인규 정무수석실 행정관 등도 신진 인재 수혈 대상으로 거론된다.
차출 대상자들의 예상 지역구는 전희경 정무1비서관(경기 의정부갑) 등 일부를 제외하면 국민의힘 우세 지역인 영남과 충청, 서울 강남권, 경기 남부권에 집중돼 있다.
공석인 지역구도 있지만 상당수는 현역 국회의원 또는 원외 당협위원장이 터를 잡고 있는 지역이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공직선거법상 선거 출마를 위한 공직 사퇴 시한(선거전 90일)인 내년 1월11일까지 순차적으로 당에 복귀하면 현역 의원 또는 원외 당협위원장과 내부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국민의힘의 역대 총선 공천을 보면 텃밭인 영남권에서 큰 폭의 현역 의원 '교체(물갈이)'가 단행됐다는 점에서 영남권 현역 의원들이 상당한 압박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국 당협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당무감사도 공천 경쟁의 변수로 꼽힌다. 당무감사 결과는 부실 당협위원장 솎아내기는 물론 향후 꾸려질 공천관리위원회의 평가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일종의 예비 경선 자료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사고 당협 30곳 가량을 공석으로 남겨둔 상황에서 당무감사에서 낙제 평가를 받은 부실 당협은 수십여명에 달하는 대통령실 참모 등 내외부 '인재'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1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현역의원 43%를 교체했다. 특히 강세 지역인 대구·경북 지역 의원의 현역 교체율은 64%에 달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내년 총선에서도 50%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통령실에 총선에 차출할 참모들의 명단을 주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는 보도는 당 지도부가 공언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윤심 물갈이'에 대한 우려를 키우면서 향후 공천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현역 물갈이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상황에서 용산(대통령실) 눈치보기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차기 총선을 준비 중인 한 원외 당협위원장도 "(김 대표가 약속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신뢰도를 낮출 수 있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들은 용산 참모진 대거 차출설에 선을 긋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논란이 일 수 있는데다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의 반발을 야기해 당내 분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기현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차출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실"이라고 부인했다.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이철규 사무총장은 14일 차출설에 대해 소속 의원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 '당과 대통령실 사이에 총선과 관련해 명단을 주고받은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공지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15일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공천을) 모두 당에 일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말씀하셨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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