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후보 암살후 새 대통령 뽑는 보궐선거 실시

기사등록 2023/08/21 06:44:38

'후보 암살' 공포에도 20일 투표진행..결선투표 가능성

경비 인력 10만 명.. '시민혁명'소속 곤살레스의원 선두

[과야킬( 에콰도르)=AP/뉴시스] 에콰도르의 수도 과야킬에서 20일(현지시간) 대통령 보궐선거가 시작되면서 투표소마다 군인들이 유권자들의 소지품 검사를 하고 있다.  이 선거는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이 지난 5월 국회해산을 명령했다고 오히려 탄핵을 당해 축출된 후 남은 임기의 대통령을 뽑는 행사이다. 2023.08.21.
[과야킬( 에콰도르)=AP/뉴시스] 에콰도르의 수도 과야킬에서 20일(현지시간) 대통령 보궐선거가 시작되면서 투표소마다 군인들이 유권자들의 소지품 검사를 하고 있다.  이 선거는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이 지난 5월 국회해산을 명령했다고 오히려 탄핵을 당해 축출된 후 남은 임기의 대통령을 뽑는 행사이다. 2023.08.21.
[과야킬( 에콰도르)=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남미 에콰도르의 대통령선거가 후보 암살등 폭력이 난무하는 가운데 군경의 삼엄한 투표소 경비가 이뤄지면서 20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에콰도르 유권자들은 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이 날 집을 나와 투표소를 향했고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는 투표에서 대통령과 부통령, 국회의원(137명)을 선출한다.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전체 인구 1800만명 가운데 1천345만47명(에콰도르 선거관리위원회 집계 기준)이다. 

이번 선거는 특별 조기 선거이다. 탄핵 위기를 맞은 기예르모 라소(67) 대통령의 조기 퇴진(국회 동반 해산)에 따라 치러지는 이 선거는 이달 초의 후보 암살사건으로 인해 사상 최악의 혼란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출사표를 던진 8명 중 '건설운동' 소속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후보가 지난 9일 유세 직후 총에 맞아 사망하면서, 최근 몇 년간 에콰도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치안 문제가 각 후보의 '0순위' 공약이 됐다.

이날 투표소 주변은 군 장병과 경찰 등 경비인력이 10만 명 넘게 배치되었고 유권자가 몰리는 주요 투표소는 반경 100m를 통제했다고 에콰도르 정부는 밝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사회주의 계열 '시민혁명운동'의 루이사 곤살레스(45) 후보(전 국회의원)가 1위를 달렸다. 그는 각종 부패의 대명사인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2007∼2017년 재임)의 최측근 인사이며 보안군 경력으로, 범죄에 대한 강경 처벌을 약속하고 있다. 

이어 우파 계열 연합의 부호인 얀 토픽(40) 후보와 원주민 출신 야쿠 페레스(54) 후보가 역시 범죄척결을 내세우며 그 뒤를 쫓고 있다.

숨진 비야비센시오 후보의 경우 중위권을 맴돌았지만, 사망 직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2위까지 기록했다.  언론인 출신의 크리스티안 수리타(53)를 비야비센시오의 대체 후보로 지명되었다.

유권자들은 폭력에 대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에콰도르 국법상 투표하지 않으면 감당해야 하는 무거운 벌금과  투표시 노상 강도 등의 여러가지 불편 때문에 선거 불참 여부를 두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야킬( 에콰도르)=AP/뉴시스] 에콰도르 보권선거의 대선후보 중 하나인 토픽 후보가 투표소에소 '범죄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다짐하고 있다. 2023.08.21.  
[과야킬( 에콰도르)=AP/뉴시스] 에콰도르 보권선거의 대선후보 중 하나인 토픽 후보가 투표소에소 '범죄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다짐하고 있다. 2023.08.21.  

과야킬 대학교의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창고 노동자 이삭 페레스(31)는 "좋아서 투표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투표하러 나가야 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시내 버스 안에서 두 번이나 강도를 당한 적이 있는 페레스는 이번에 출마한 어떤 후보도 에콰도르 사회의 이 고질적 문제거리를 쉽게 시정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규정에 따라 투표에서 과반을 얻거나, 40% 이상을 득표하고 2위에 10%포인트 앞선 후보가 나오면 당선은 확정된다. 그렇지 않으면 1, 2위 후보가 10월 15일에 결선 투표로 최종 승자를 가려야 한다.

그간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인 후보가 없었기 때문에 결선에서 최종 승자가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가 보궐선거여서 새 대통령 임기는 전임자의 잔여 임기인 2023년 11월부터 2025년 5월까지 1년 6개월이다.

한 때 평화로웠던 에콰도르는 지난 3년간 격렬한 폭력과 혼란을 겪었고 8월9일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후보가 총격 암살당한 이후로도 폭력사태가 끊이지 않았다.

그의 암살 이후 에콰도르 국민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며 외출도 삼갈 정도로 공포속에서 살고 있다.  어디든지 집밖에 나가면 강도, 납치, 공갈협박, 살인 등 이제는 상식이 되어버린 어떤 범죄의 희생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야비센시오 후보는 올해 암살당한 3명의 정치인들 중 가장 유명하다.  이 암살사건은 연쇄 살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살인사건과 관련해 6명의 콜롬비아인들이 용의자로 체포되었다.

디아나 아타민트 에콰도르 선관위원장은 20일 성명을 발표, "유권자들이 단합해서 폭력에 대항해야 한다"며 투표를 권고했다.  그는 어떤 고통이 따르더라도 투표를 해야 민주국가로서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폭력에 맞선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도 과야킬에서 강건너에 있는 철제 정문이 달린 부유층 주거지역 삼보론돈 마을에 사는 공인회계사 카리나 나바로(44)는 "투표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하루 이틀 새 모든 걸 고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투표를 해야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이렇게 경비가 삼엄한 동네까지 강도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나는 이제 좀처럼 바깥 외출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리 인쇄된 이번 투표지에는 암살당한 비야비센시오의 대체 후보의 이름은 미처 인쇄되지 못했다.  그래서 투표지에는 고인이 된 후보의 이름이 인쇄되어 있다. 

여론조사에서 1위인 곤살레스 후보에 이어 백만장자인 얀 토픽은 "에콰도르 람보"란 별명을 가진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한 인물이다.  그 다음은 오토 손넨홀츠너 후보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중 레닌 모레노 대통령의 세 번째 부통령으로 방역을 담당했었다.
 
에콰도르 국법상 투표는 18세에서 64세까지 의무화되어 있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45달러의 벌금을 내야한다.

이 날 수도권 투표소에는 어린이와 청소년 자녀들을 거느린 온가족 투표 행렬이 이어졌고 일부 혼잡한 곳에서는 즉석 행상들의 노점 거리도 생겨났다.  모처럼의 군경 보호하에 치러지는 투표를 가족 외출의 기회로 삼는 듯한 광경이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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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후보 암살후 새 대통령 뽑는 보궐선거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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