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민원대응팀, 행정실장·공무직 등 5명 구성
"악성 민원, 교사들만의 문제 아냐…재검토하라"
교총 "학내 갈등 우려…지원청에 민원팀 둬야"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교사를 학부모의 직접 민원으로부터 보호하겠다며 교육부가 학교별로 만들겠다고 한 민원대응팀을 두고 교육계 반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민원팀 구성에 포함된 교육공무직 등은 물론 교원단체까지도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교육부는 국회 박물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 시안을 발표하며 학교마다 민원대응팀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민원대응팀은 교감,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 5명 내외라는 구성안까지 내놨다. 이들은 민원을 직접 응대하고, 분류하며, 유형에 따라 대응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최근 학부모의 민원이 교사의 교육활동을 방해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주된 요소로 지목되면서 교사가 학부모의 민원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중간 시스템을 거치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갑작스럽게 민원 대응 업무를 맡게 된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이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실장은 교내 행정 지원을 총괄하는 일반직 공무원이며, 교육공무직은 돌봄·급식·청소 등에 종사하는 학교 비정규직으로 모두 교육과 직접 관련된 업무를 하지 않는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은 오는 16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공무직을 악성민원 욕받이로 내모는 교육부 규탄 기자회견'을 연다.
학비노조는 "교육공무직은 악성 민원에 시달려도 된다는 것인가"라며 "교사는 감정 쓰레기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기사에 교무실,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교육공무직은 민원인의 감정 쓰레기통과 욕받이가 되라는 졸속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언론 보도를 통해 민원대응팀 구성이 알려진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현 사태에 대한 대책은 교사에게만 국한될 수 없다"며 "근본적 대책은 없이 폭탄 돌리고 넘기기 식 태도와 언 발에 오줌 때려붓기 식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교육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교육공무직본부는 "행정 민원이 아닌 학생 관련 학부모들의 민원은 교육공무직이 처리할 수가 없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교와) 학부모와의 소통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청노동조합연맹은 민원대응팀 구성이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언급된 다음날 성명을 내고 "행정실장과 행정직원이 무슨 권한과 지식으로 교육에 대한 악성민원을 응대하라는 것인가"라며 "교내 민원전담팀 계획 자체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연맹은 "악성민원은 교사만이 아닌 교직원 전체가 피해자이자 돌봐야 할 대상"이라며 "민원대응 과정에서 또 다른 사망자가 나오면 그 때는 무엇으로 대응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학부모 민원은 사람이 대응할 수밖에 없고, 교사를 향한 민원을 다른 사람이 먼저 대응했을 때 '악성민원'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당사자인 학부모와 교사 간에는 감정적인 언어가 오갈 수 있는데, 공무직이든 행정실장이든 제3자가 중간에 민원을 접수하면 이성적으로,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다"며 "민원대응팀원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상 감정노동자 보호를 적용하면 어느 정도 보호가 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한국교육개발원장을 지낸 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민원대응팀에서도 권한이 많은 학교 관리자(교장·교감)가 중심이 돼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교사는 교수학습, 행정실은 행정 지원에만 몰두하고 민원은 관리자가 책임을 지되, 학교 범위를 넘어서는 심각한 민원은 교육청과 연계해 풀어나는 체계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민원대응팀을 '학교 안에' 설치한다는 것을 두고 교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학교 민원대응팀 구성·운영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총은 "현재도 학교는 가뜩이나 업무 분장 갈등이 심한데 또 다시 이해 당사자 간 반발과 충돌이 격화될 수 있다"며 "교육지원청 단위 민원대응팀을 반드시 설치·운영하고 온·오프라인 접수·처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을 통해 구성된 '현장교사 정책 TF'는 지난 4~6일 교사 2만여명이 참여한 설문조사를 통해 교육부가 구상한 민원대응팀 정책에 86.6%가 반대했다고 전날 밝혔다.
그 이유로는 "초기 악성 민원에 대한 필터링 없이 현행과 같이 민원 전달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비교육전문가의 교육전문성이 결여된 민원 응대, 단위 기관장(학교장)의 책임이 현저히 낮아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TF는 교육청이 1차 대응, 관리자가 2차 대응, 담당 교사가 3차 대응하는 민원처리시스템을 구상, 96.4%의 지지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교총은 "교육지원청이 악성 민원 등을 1차로 걸러내 학교 부담을 덜어주고, 또한 학교가 해결할 수 없는 민원을 이관받아 적극 대응·처리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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