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져들기 쉬운 홀덤펍, 단속없는 사각지대 [우후죽순 생겨난 홀덤펍·②]

기사등록 2023/04/26 11:05:06

최종수정 2023/04/26 13:04:07

호기심으로 시작, 도박 중독으로 갈 수 있어 조심해야

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 "중독으로 센터 찾은 사람 빙산의 일각"

관리·감독 강화해야 VS 법 테두리로 끌어들여 지원해야

[대구=뉴시스] 이상제 기자 = 대구시 서구 한 길 위에 있는 홀덤펍. king@newsis.com 2023.04.26.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이상제 기자 = 대구시 서구 한 길 위에 있는 홀덤펍. [email protected] 2023.04.26.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정재익 이상제 기자 = 전 프로게이머 임요환 등 유명 인사들이 홀덤 대회에서 우승 상금을 타며 텍사스홀덤의 인기가 급상승하자 합법이라는 인식에 너도나도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홀덤은 스포츠라는 인식과 중독성 강한 도박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실제로는 게임에서 우승해 얻은 시드권을 돈을 받고 팔고 상금이나 상품을 걸고 대회를 진행하는 등 불법적인 거래가 뒤따르는 곳이 허다하다. 최근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해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홀덤펍 관리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들어본다.

26일 한국홀덤스포츠협의회(KHSA)와 대구시 등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에 1000여개였던 홀덤펍은 작년에는 2800여개(사업자등록)로 급증했다. 그중 대구 지역 내 일반음식점 중 '홀덤펍'으로 영업 신고된 사업장은 총 88개로 집계됐다.

대구 8개 구·군별 분포는 북구 20개, 달서구 20개, 수성구 20개, 동구 10개, 중구 7개, 달성군 6개, 남구 3개, 서구 2개 등이다. 시는 신고되지 않은 곳을 포함하면 더 많은 업장이 지역에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홀덤펍은 생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나 합법과 불법 사이 모호한 경계에서 운영되고 있어 행정기관의 지도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칫 홀덤에 잘못 발을 들여놓으면 도박의 길로 빠질 수 있다며 단속에 대한 제도 보완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빠져들기 쉬운 홀덤펍, 단속 사각지대 제도 개선 시급

홀덤은 호기심으로 시작해 본인도 모르게 도박 중독으로 가는 길이 될 수 있어 애초에 발을 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대구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에 따르면 최근 홀덤 도박 중독과 관련해 여러 젊은 층이 센터를 찾기 시작했다. 홀덤은 스포츠라는 명목하에 진행돼 자연스럽게 도박의 길로 빠져들 수 있다고 했다.

센터 관계자는 "현재 홀덤 관련 도박 중독으로 인해 치유센터를 찾은 인원들은 빙산의 일각으로 보고 있다"며 "홀덤펍이 도박으로 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면 안된다"고 했다.

사행성 홀덤펍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확실한 감독 기관이 없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는 사법권이 없기 때문에 카지노업, 복권, 경마, 소싸움경기, 경륜·경정 등 법에 규정된 사행산업 이외에는 단속할 수 없다. 홀덤펍 자체가 불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찰은 신고가 들어오는 건에 대해서만 단속에 나서 불법 홀덥펍 업장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홀덤펍의 규제 위반에 대한 단속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구 지역 내 적발 건수는 아직 없다"고 했다.
대한홀덤협회. (사진=뉴시스 DB) *재판매 및 DB 금지
대한홀덤협회. (사진=뉴시스 DB) *재판매 및 DB 금지

단속 강화 VS 스포츠 문화로 발전시켜야

스포츠와 도박의 경계에 있는 홀덤펍에 대해 전문가들은 두 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우선 홀덤펍은 확실한 불법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인협 법률사무소 세련 대표변호사는 "홀덤펍은 원칙적으로 게임을 하는 곳이므로 도박이 허용되는 공간은 아니다"며 "환전, 대회 상금 등의 명목으로 변칙적인 운영을 하더라도 본질이 영리 목적의 도박 장소라면 불법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홀덤펍 업주 중 직접 도박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으면 불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매장이 게임 결과에 따른 현금, 재산상 이익이 제공되는 곳이거나 칩을 환전해 주는 장소일 경우 형법상 도박개장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하지만 홀덤펍은 불법과 합법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 처벌이 애매한 실정이다"며 "정부는 홀덤펍에서 이뤄지는 환전 혹은 상품에 대한 현금 거래 가능성 자체를 없애고 유관기관 간 협업을 통해 전체적인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홀덤을 법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여 올바른 게임 문화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불법이라는 인식이 강한 홀덤펍이 있는 반면에 국내외에서는 건전한 홀덤펍도 상당수다. 전 세계 홀덤 인구는 12억명에 달하고 WSOP(World Series Of Poker), WPT(World Poker Tour), EPT(European Poker Tour) 등 세계적인 대회가 개최되고 있는 만큼 정식 스포츠로 인정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지운 대한스포츠홀덤협회장은 "도박을 합법화하자는 의미가 아니다"며 "정부에서 스포츠홀덤 경기장 운영에 관한 명확한 법을 제정해 이에 반하는 홀덤펍을 효율적으로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홀덤 인식 개선 및 대중화를 위한 교육·자문 등 지원사업을 실시해 스포츠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바둑 종목이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고 E-스포츠가 국위선양의 모범이 된 것처럼 정부 및 관계기관에서 홀덤 게임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확실히 구분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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