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소비 연령 낮아진다더니…10대 유튜버도 '럭셔리 하울'

기사등록 2023/08/09 04:00:00

유튜브서 명품 브이로그와 하울 콘텐츠 인기

청소년들까지 명품 과시 콘텐츠를 찍는 추세

청소년 명품 소비 두고 엇갈리는 누리꾼 반응

"유튜버 명품 영상, 청소년들 모방 욕구 자극"

[서울=뉴시스] 지난해 2월 청소년 유튜버 A가 공개한 영상 속에는 자신의 생일을 맞이해 구매한 고가의 명품 브랜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2023.08.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해 2월 청소년 유튜버 A가 공개한 영상 속에는 자신의 생일을 맞이해 구매한 고가의 명품 브랜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2023.08.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찬호 리포터 = 최근 젊은층의 명품 소비가 늘어나자 온라인 상에서 고가의 의류나 패션 제품에 대한 10대들의 관심도 커지는 모습이다. 명품을 구입하고 후기를 소개하는 럭셔리 하울(haul·제품 구매 후 품평을 담은 영상) 콘텐츠에 중고생 유튜버들도 동참하고 있다. 이런 영상들은 또래들의 취향과 소비 습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년간 젊은층의 명품 소비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럭셔리 제품을 구매하는 연령대도 낮아지는 추세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고급 패션브랜드 시장 성장세는 MZ세대 덕분이었다"라며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의 명품 첫 구매 연령은 15세 정도로 M세대(1980년대~1990년대 중반 출생)보다 3~5년 빠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판매 사이트의 확산으로 어린 나이에 명품을 소비하는 경향은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에서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라인 영상 플랫폼에서는 명품 구매 브이로그나 하울 콘텐츠가 큰 인기를 얻는 중이다. '명품', '하울'이란 단어만 검색해도 여러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주로 비싼 호텔과 음식점을 다니며 자신의 명품 가방이나 옷, 신발 등을 보여주거나 직접 구매한 제품의 후기나 평가를 소개한다. 이런 영상들은 시청자들의 구매 욕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명품 콘텐츠의 타깃층은 온라인 상에서 적극적으로 소비 정보를 취득하는 2030 세대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콘텐츠를 생산·소비하는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유튜브에서는 청소년들이 명품 브이로그와 하울 콘텐츠를 제작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조회수가 수만회에서 십수만회에 이를 정도다.

청소년 유튜버 A는 지난해 자신의 채널에 나이와 명품 브랜드들을 적은 브이로그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는 A가 생일을 기념해 백화점에서 명품을 구매하고 고급 호텔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 담겼다. 그는 명품 브랜드로 알려진 '샤넬'과 '크리스챤 디올'등의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며 원하는 것들을 구매했다.

다른 청소년 유튜버 B는 고급 음식점을 다니고 명품을 구매하는 콘텐츠를 지난해 4월 자신의 채널에 게재했다. 영상은 명품 브이로그 영상과 같이 흘러갔으며, 장면이 바뀔 때마다 다른 명품이 등장했다.

B는 영상 자막을 통해 "샤넬에서 선물 받았다"고 말하며 거울과 파우치를 화면에 비췄다. 이후 B씨는 친구가 가방에서 고가의 지갑과 화장품을 하나 둘 내놓는 장면도 영상에 담았다.

영상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 누리꾼들은 "노는 방식이 성인이랑 다를 게 없다", "그 돈 기부를 해라"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앞으로 이런 언박싱 계속해서 많이 올려주길…"이라고 응원하거나 "학교에 명품을 들고 다니다니 부럽다"며 동경하는 반응도 있다.

이런 콘텐츠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명품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을 반영한다. 청소년들의 명품 소비가 자신만의 개성의 표현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0대들이 만드는 명품 콘텐츠가 또래들에게 과시적 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어린 10대 청소년들까지 유튜브나 틱톡 등 SNS를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청소년기의 유행에 대한 민감성 역시 그 영향력을 가중하는 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은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 통해 감정을 이입하며 정체성을 형성하기도 한다"며 "그들의 명품 관련 콘텐츠가 청소년들의 모방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김 평론가는 유튜브에서 다양한 콘텐츠에 관해 다룰 필요가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김 평론가는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가 존재하는데, 너무 한 쪽으로만 치우쳐져 가는 것 같다.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흥미와 재미를 유발해야 한다"며 "과시적인 소비를 조장하는 콘텐츠들 역시 필터링의 대상이 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조연주 나봄미디어심리연구소 대표는  "청소년기는 유행을 따르며 또래 문화 영향을 많이 받는다. 청소년 명품 소비에는 이런 자기 과시와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어딘가에 소속되려는 인간의 소속 욕구가 강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대표는 "청소년들은 영상 속 유명인들이 명품을 과시하면, 그 이면까지 생각하지 못한 채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아 따라 하게 된다"며 "SNS에선 화려한 부분만 노출하기에 그 모습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고 멋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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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호 리포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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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3/08/09 04: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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