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일관계 정상화 첫걸음"…오부치 딸 "제반 분야 교류 활성화 노력"

[서울·도쿄=뉴시스] 김예진 양소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한 이틀째인 17일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일본 정계 주요 인사들을 접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도쿄 시내 한 호텔에서 일한의원연맹, 일한 친선협회중앙회, 일한협력위원회 등 양국의 교류에 앞장선 단체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는 일한의원연맹 회장 취임을 앞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일한협력위원회 회장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 등 굵직한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이 여러 번 강조했던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주인공인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전 총리의 딸 오부치 유코(小渕優子)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일은 12년 만에 성사된 정상 간 양자 방문"이라며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또 "정상 차원에서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한 만큼 향후 이러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양국 국민 간 우호 협력 강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전 재무상은 "오랫동안 일한의원연맹 간사장과 회장을 하며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지속해 강조했는데 12년 만에 정상 방일이라는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차기 일한의원연맹 회장은 스가 전 총리는 "양국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의 첫걸음을 뗀 것은 중요한 의미"라며 "연맹 차원에서도 한일 간 의원 교류 활성화와 건설적인 정책 제언을 통해 관계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부치 전 총리의 딸인 오부치 유코 일한의원연맹 부회장은 "'김대중-오부치 선언' 발표 25주년인 올해 한일 관계 개선에 중요한 발판이 마련된 것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한일 간 제반 분야 교류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지속해 노력해가겠다"고 했다.

아소 일한협력위원회 회장은 "한일관계 70여 년 역사에서 양국 관계가 가장 큰 고비를 맞았는데 윤 대통령의 결단과 리더십으로 한일관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게 됐다"고 환영했다.

이어 "미래의 주역인 청년 세대 간 교류의 중요성에 대해 누차 강조했는데 이들이 상호 소통하고 공감대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40분간 이어진 이 회담에서는 한일 양국 간 민감한 이야기도 오갔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누카가 회장과 스가 전 총리 등 일한의원연맹 측은 "후쿠시마 제1 원전에 쌓인 오염수를 (국제) 기준을 밑도는 (방사성) 농도로 희석해 바다에 방출하는 계획을 이해해달라"고 윤 대통령에게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른 과학적이며 객관적인 견해를 중시하겠다"며 사실상 오염수 방출에 대한 반대 의견을 드러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일본의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지도부, 오후에는 일본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지도부를 만났다.

일본 다수 매체에 따르면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는 윤 대통령과 만난 뒤 도쿄 중의원(하원) 제2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에) 갈등 현안인 '레이더-초계기' 문제와 '위안부 소녀상' 건립 문제를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했냐는 취지의 질문에 이즈미 대표는 "(윤 대통령의) 구체적인 답변은 없었다"고 말했다.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양국 의회 차원에서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야마구치 대표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 기념 시계를 차고 회담장에 와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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