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서민 부담 최소화, 인상 폭·속도 조절해야"
이창양 "국제가격·적자수준·물가 종합적 고려"
동결? "바람직하지 않아" 2Q 사실상 인상 시사
"분기·연도별 인상 수준, 결정된 바 아직 없어"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난방비 인상에 속도를 조절하라고 주문한 지 일주일 만에 에너지 당국은 요금 인상폭과 속도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내외적인 요인을 살피며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며 에너지 공기업 적자가 심각해 폭의 문제일 뿐 2분기 인상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0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3월 에너지 요금 인상 계획을 묻자 "3~4가지 지표를 보고 종합해서 추진할 생각"이라며 그 조건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 동향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와 미수금 수준 ▲물가 등을 언급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어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서민 부담이 최소화 되도록 요금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 발언이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뜻인지 묻는 취재진에게 "3~4개 중요 지표의 움직임을 고려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운용하자는 취지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동결할 지 여부를 묻자 "(에너지 공기업의) 현재 원가 이하인 요금 구조에서는 계속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앞서 인상 요인을 누르다 더 큰 어려움을 만든 상황을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즉 인상은 하되 그 폭을 어느 정도로 할 지를 대내외적인 요소를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2분기 국제 에너지 가격은 하락할 여지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성태윤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을 전망하기 쉽지 않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요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현재 기준으로 하락할 만한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스공사의 미수금과 한전의 적자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으며, 이는 산업부 역시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 장관은 "원가 회수율이 전기는 70% 초반, 가스는 60%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미수금과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다. 점진적인 가격 정상화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말 9조원에 달했던 가스공사 미수금이 올해 1월 10조~12조원까지 불어났다"고 말했다.
여기에 물가와 요금 인상 시 국민들이 겪을 경제적 충격 등이 고려될 전망이다. 이에 관해 이 장관은 "아직 분기별, 연도별로 어떻게 올릴 지 결정된 수치는 없다"며 "3~4가지 중요 요소를 고려해 그 때 그 때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는 에너지 지원 대상을 중산층까지 확대하는 것에 "여러가지 검토할 요인이 많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장관은 "정부의 기본적인 원칙은 가스·전기요금 인상에서 가장 어려움을 많이 겪는 에너지 취약계층을 두텁게 지원하고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 부분에 저희 난방비 지원 리소스를 사용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산층으로 확대하려면 재원도 상당히 많이 필요하고 국민적으로 공감대도 형성해야 하는데 여기에 노력도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 정부가 많은 대상에게 난방비를 지원하면 에너지 고효율을 위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더라도 에너지를 아끼려는 의지가 약화될 수 있다. 이런 면을 정부에서 두루 고려하며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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