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선암사 야생차 체험관 철거 요구 파기환송심 각하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조계종이 전남 순천시 선암사 부지에 건립된 야생차 체험관을 철거하라며 순천시를 상대로 낸 소송이 각하됐다.

광주지법 제3-2민사부(황진희·김용신·정영하 판사)는 20일 대한불교 조계종 선암사가 순천시를 상대로 낸 건물철거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 제대로 된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해당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심리 없이 사건을 끝내는 재판을 말한다.

재판부는 조계종 선암사가 독립된 사찰로서 실체가 없어 소송을 낼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암사가 위치한 순천 승주읍 일대 토지는 애초 조계종 소유였다. 다만, 이 땅에 있는 선암사는 다른 불교 종파 중 하나인 한국불교 태고종에 의해 관리돼 왔다.

이 때문에 조계종과 태고종이 선암사 소유권을 두고 분쟁을 벌였다. 정부는 양측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순천시를 선암사의 재산 관리인으로 임명했다.

선암사를 대신 관리하던 순천시는 지난 2008년 태고종의 허가를 받아 부지 일대에 문화체험관을 지었다. 이에 조계종 소속 선암사 측은 문화체험관을 철거하고 부지를 인도하라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재산관리인 권한 등을 이유로 선암사 부지에 대한 소유권은 조계종에 있다며 문화체험관을 철거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소송을 건 당사자의 능력을 문제 삼았다. 선암사는 오랜 기간 태고종에 의해 관리됐기 때문에, 조계종 선암사가 실체가 있는 종단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7일에는 광주고법 제1-2민사부도 등기 말소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태고종이 선암사 관련 부동산의 실질적인 소유자다. 선암사 소유권은 태고종에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선암사에서 실질적인 종교 활동을 하는 주체가 태고종 또는 그 전신인 대처 측 종단 소속 승려들인 점, 태고종이 지속해서 선암사 주지를 임명해온 점, 선암사가 조계종에 소속되는 것을 거부하다 태고종에 자율적으로 소속키로 결정한 점 등을 종합한 판단이다.

한편 선암사 소유권 관련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한 조계종은 종단 차원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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