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일가족 탄 차량 추락 경위·배경 규명에 집중
행적·검색 기록 토대로 극단적 선택 가능성 '무게'
추락 전 상황 확인 안 돼…사고·범죄 연루도 조사
가상화폐 투자 실패 등 경제적 어려움 여부 파악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한 달 넘게 실종됐던 초등학교 5학년 조유나(10)양 일가족이 전남 완도 앞바다에 빠진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경찰이 차량 해상 추락 경위와 배경, 사인을 밝히고자 다방면의 수사를 펴고 있다.
특히 실종 직전 조양 부모의 행적과 통신·금융 내역 등을 토대로, 극단적 선택 가능성을 눈 여겨 들여다 본다. 다만 단순 교통사고, 범죄 연루, 차량 결함 등 모든 경우의 수를 배제하지 않고 다각적으로 수사한다.
30일 광주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9일 오후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 주변 앞바다에서 인양한 아우디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3명이 조양 일가족인 것으로 신원을 최종 확인했다.
경찰은 조양 일가족 실종 사건의 연장선 상에서 관련 수사를 이어간다.
우선 경찰은 조씨 부부가 지난달 초부터 실종 직전까지 '수면제' '극단적 선택 방법' '가상 자산(루나 코인)' 등을 인터넷에 검색한 점 등을 확인했다.
특히 조씨의 검색 내역에서 확인된 '완도 방파제 수심' '방파제 차량 추락' '익사 고통' '물때표' 등 단어가 극단적 선택의 방법·계획을 고민한 흔적이 아닌가 보고 있다.
묵던 펜션을 나오면서 어머니가 축 늘어져 있는 조양을 업은 점, 차량 발견·인양 해역과 멀지 않은 방파제 방면으로 향한 마지막 동선 등도 뒷받침한다.
조양 일가족의 휴대전화 통신 기지국 신호가 끊긴 장소·시간대도 당초 파악된 내용보다 좁혀질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기술적 오차 등을 감안하면 지난달 31일 오전 0시 40분~오전 1시 30분 사이 송곡항 일대에서 일가족의 생존 반응이 두절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황에 비춰, 일가족의 사망 시점·경위가 대체로 비슷하다면 극단적 선택 가능성에 보다 힘이 실릴 수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인양한 차량에서도 제3자의 외력에 의한 고의 파손 또는 입수 직후 탈출 흔적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송곡항 인근 방범 CCTV는 녹화 영상 저장 기한이 지나, 항구에 다다른 직후 조씨 일가족의 자세한 행적은 여전히 알 수 없다.
인근 정류장 CCTV 녹화 시점부터 휴대전화 신호 두절 시점까지 최대 2~3시간 가량 일가족 또는 차량의 행적이 입증되지 않는다.
인양 직후 차량 변속 기어 장치가 주차 모드(P)에 놓여 있던 점, 운전자 조씨만 안전 벨트를 메고 있었던 점 등도 의문으로 남는다.
때문에 경찰은 차량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고장·단순 교통사고 가능성도 들여다본다.
차내 블랙박스에서 확보한 저장 장치(SD메모리카드) 영상 복원을 통한 해상 추락 전후 사실 관계도 파악한다.
유류품 중 하나인 휴대전화에서 추출할 수 있는 문자메시지 원문 내역도 확보하는 대로, 수사에 참고한다.
경찰은 조양 가족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는지,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한 배경은 없었는지 등도 조사한다.
경찰이 공식 확인한 일가족의 채무 규모는 1억여 원 남짓이다. 지난해 기준 부부의 소득·씀씀이 등을 감안하면 큰 부담은 아닌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조씨가 가상 화폐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는 주변인 진술이 있는 만큼, 경찰은 가상화폐 거래소 등을 통해 부부가 투자한 내역이 있는지 확인한다. 사채 빚을 졌는지도 살펴본다.
또 경찰은 정밀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 수사로 드러난 객관적 사실과의 인과관계도 대조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극단적 선택 쪽으로 볼만 한 여러 정황이 있다"며 "철저한 조사로 사인과 실종 동기, 사고 원인 등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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