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韓 환자도 최신 카티 치료…다발골수종 완치 가능성 열렸다

기사등록 2021/12/16 06:00:00

서울대병원 혈액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고영일 교수

한국얀센,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 대상 CAR-T 임상 3상 2건 가동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도 임상 통해 최신 치료 혜택 경험

"완치 어려운 질환…CAR-T 조기에 쓰면 일부 완치 기대"

"부작용 대응 노하우 쌓여…CAR-T, 위험한 치료법 아냐"

서울대병원 혈액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고영일 교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대병원 혈액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고영일 교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CAR-T(카티) 치료제가 다발골수종 치료 조기에 사용된다면 일부 환자는 완치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서울대병원 혈액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고영일 교수)

림프종·백혈병과 함께 3대 혈액암인 다발골수종. 주로 60대 이상에서 발병하는 데다 자주 재발하고 치료제에 불응하는 경우가 많다. 완치하기 어려운 난치성 혈액암이다.

이런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도 임상시험을 통해 시판허가 전 최신 치료제 혜택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항암 치료의 새 패러다임으로 부상한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T세포) 치료제의 다발골수종 글로벌 임상 3상이 국내에서 진행 중이어서다. 한국얀센은 다발골수종 환자에 대한 CAR-T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에서 2건의 3상을 가동했다.

CAR-T는 혈액암 중에서도 말기 암이나 치료하기 어려웠던 영역에서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여 온 혁신 기술이다. 다른 항암제와 달리 환자 몸에서 T세포(면역세포)를 추출해 치료제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전의 환자 관리 ▲T세포 채취·보존 등 제조 과정에서부터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 같은 이상반응을 관리해야 하는 병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내 병원의 글로벌 임상 참여는 CAR-T 치료 경험을 축적한다는 의미뿐 아니라 국내 환자에게 CAR-T 치료제 효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뉴시스는 2건의 CAR-T 다발골수종 임상 경험을 쌓고 있는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고영일 교수와 만나, CAR-T 치료제가 가져올 치료 변화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내에서도 '킴리아'(백혈병) 허가로 CAR-T 치료제 시대가 시작됐다. 혈액암에서 CAR-T 치료제가 개발되고 두각을 보이는 이유는?

"CAR-T 치료제 특성 상 암세포 표면에 명확한 표적 항원이 있어야 한다. 혈액암은 명확한 표적항원을 가진 대표적인 암이다. 킴리아는 CD19, 다발골수종은 BCMA(B세포 성숙 항원) 등 혈액암에서 명확한 표적 항원이 존재해 많이 개발되고 있다. 다만 정상 세포에서의 항원 발현이 심각한 부작용과 관련 없어야 한다. CD19, BCMA는 그 발현이 특정한 혈액 계열의 세포에만 있어, 예상 가능한 부작용이 치명적이지 않다. 반면 고형암은 정상 세포에도 발현되는 항원들이 있어서 CAR-T 치료 시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교수님이 참여하는 2건의 CAR-T 치료제 다발골수종 임상은 어떤 연구인가?

"얀센의 CAR-T 치료제 임상이 가장 대표적이고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 진행하는 2건의 다발골수종 CAR-T 임상은 참여 환자군에 차이가 있다. 'CARTITUDE-4' 연구(전체 400명·한국 12명)는 재발·불응성, 여러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서 얀센 CAR-T 치료제의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이다. 서울대병원에선 3명이 얀센 CAR-T 치료를 받았다. 이제 막 시작한 'CARTITUDE-5'(전체 650명·한국 39명)는 1차 치료 단계에서 자가이식을 하지 못하는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초기에 얀센 CAR-T 치료제의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이다."

-국내 임상에서 확인한 다발골수종 CAR-T 치료제 효과는 어떤가?

"현재까지 얀센 CAR-T 치료제를 투여받은 환자들은 여러 치료에 실패한 경우다. 한 명은 최근에 투여를 받았고, 2명은 투여받은 지 약 한 달 됐다. CAR-T 치료제의 특성인 반응률이 매우 좋아, 국내 환자에서도 좋은 반응률을 보이고 있다. 현재는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살피는 중이다. 최소한 1년 이상 병의 진행 없이 반응하는 상태로 있어야 의미 있는 치료라고 생각한다."

-얀센 CAR-T 치료제 1b·2상의 추적관찰 데이터를 보면, 3가지 이상의 기존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서 치료 반응률(종양 감소 효과)이 97.9%로 확인됐다. 이 반응률은 어떤 의미인가?

"기존 CAR-T 임상에서 확인한 97.9%의 반응률은 놀라운 수치다. 모든 항암제는 처음 치료할 때(1차 치료 시) 반응률이 가장 높고 재발하면 떨어진다. 통상 첫 치료 항암제의 반응률이 약 80%라는 걸 고려하면, 여러 번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서 97.9%라는 점은 굉장히 놀랍다."

-다발골수종은 호전과 재발이 반복되는 특징을 가진다. 치료 경향은?

"CAR-T 치료제 이전에는 완치하기 어려운 질환으로 여겨졌다. 다발골수종은 독특한 임상 경향을 보이는데, 완치는 안 되지만 항암치료로 7년 이상 생존 가능하고 지속적으로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 오랫동안 치료받기 때문에 1~4차의 다양한 약제가 개발되고 치료법도 발달해 왔다.

젊은 환자는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 약물 휴지기도 가능하다. 하지만 완치되지 않기 때문에 4차 치료까지 받아도 결국 재발하게 된다. 이런 환자를 위한 치료옵션이 필요하다. 더 이상 치료법이 없는 환자에 CAR-T 치료제 임상을 하고 있어, 의미가 크다."

-계속된 재발로 더는 치료법이 없는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CAR-T 치료제는 어떤 의미를 갖나?

"얀센 임상을 통해 CAR-T를 투여한 환자들은 더 이상 치료 옵션이 없어 CAR-T가 없었다면 돌아가셨을 가능성 있는 분들이다. 여러 번의 재발과 치료 실패로 더 이상 치료법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CAR-T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된다. 또 CAR-T의 등장처럼 지금은 생각 못한 치료법이 3~5년 후 나올 가능성도 있다. 다발골수종에서 2~3년의 시간을 벌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다발골수종에서도 CAR-T 치료제를 통한 완치를 기대해 볼 수 있나?

"다발골수종에서 CAR-T 치료제가 3차, 2차, 1차 등 보다 조기에 사용된다면 일부는 완치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재발이 반복될수록 암세포는 내성이 생긴다. 초반에 치료할수록 암 세포의 내성이 적고, 초반에 암세포 양이 적을수록 치료의 효과가 극대화 된다. 병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CAR-T 치료제를 사용한다면 완치를 향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림프종 보단 다발골수종에서 CAR-T 치료 후 재발 환자가 많아 아직 불명확한 점도 있다."

-CAR-T는 고가 치료제인 만큼 사용할 환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초기 환자와 재발 환자 모두에 임상이 진행 중인데, 어떤 환자에 필요하다고 보는지?

"다발골수종은 완치 어려운 질환으로 여겨져서 CAR-T로 완치 가능성이 생긴다면 보험 급여 조건을 만족할 수 있다. 개발 중인 다발골수종 신약들 역시 가격이 매우 높다. CAR-T 치료를 통해 다른 신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벌어준다면 가치는 충분하다. 다른 신약들도 연간 1억원이 넘어 CAR-T로 5년간 치료받지 않아도 된다면 그 가치는 충분하다."

-'아베크마'란 다발골수종 CAR-T 치료제가 올해 미국 허가를 받았다. 임상 중인 얀센 CAR-T 치료제와 어떤 차이가 있나?

"BMS의 아베크마가 다발골수종 치료제로 승인됐으나 다발골수종 전문가들이 볼 때 재발이 잘 된다는 아쉬움이 있다. 얀센 CAR-T의 경우 재발이 더 낮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AR-T 치료제는 환자 몸의 면역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 공격력을 강화한 1인 맞춤형 치료제다. 면역세포 추출 및 관리에 병원의 역할이 크다. 실제 치료제로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려운 점은 없었나?

"CAR-T 치료제는 환자의 몸에서 나온 세포가 약품의 원료가 된다는 점에서 다른 치료제와 가장 다른 특징을 보인다. 병원과 환자가 치료제의 원료 물질을 제공하기 때문에 원료의 품질 보증이 중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원료 물질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첨단바이오법을 시행하고 병원은 이 규정에 따라 원료 물질을 관리한다.

우선 환자의 몸에서 백혈구를 채취한다. 채취한 원료를 소분하고 얼려서 해외의 CAR-T 공장으로 보내고 공장에서 제품이 만들어져 오기까지 한 달 정도 걸린다. 림프구를 뽑아서 소분하고 얼리는 과정을 식약처에 까다롭게 관리하고 있다.

CAR-T 치료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선 적절한 위수탁을 통해 지역 병원에서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예컨대, 환자 림프구를 채집하는 과정은 자가조혈모 세포 이식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병원들이 많다. 이미 허가받은 기관이 소분 및 냉동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CAR-T의 문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병원 혈액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고영일 교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대병원 혈액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고영일 교수 *재판매 및 DB 금지

-의료기관이 CAR-T 치료를 하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하고 서울대병원은 어떤 시설을 장착했나?

"식약처로부터 '인체세포 등 관리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제조회사에서도 CAR-T 치료제가 병원에서 안전하게 투약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

큰 틀에선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프로세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CAR-T 치료제가 유전자 조작을 하다 보니 소분·냉동 절차에서 까다로운 규정이 요구된다. 서울대병원도 규정을 만족하기 위해 자가조혈모세포 제반 시설을 업그레이드해서 실사 받고 있다. 더 많은 환자에 CAR-T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투자했다."

-지금은 국내 환자의 T세포가 해외로 운반돼 해외 제조소의 제작과정을 거친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국내에서 제조 가능한 방법은 없나?

"만약 국내에도 CAR-T 생산 공장이 있다면, 림프구를 뽑아서 별도의 소분·냉동 없이 공장으로 바로 보낼 수 있어 엄격한 규제를 받을 받지 않아도 된다. 국내에 CAR-T 생산 공장이 생긴다면 매우 좋을 것 같다. 아시아의 CAR-T 허브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CAR-T 치료제의 보험 급여 적용으로 많은 환자가 사용할 기반이 만들어지고 이를 토대로 글로벌 제약사가 아시아, 한국에 CAR-T 생산기지를 만든다면 좋을 것이다."

-CAR-T의 안전성은 얼마나 검증됐다고 보나? 환자들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모든 새로운 치료법은 처음에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겪을 수밖에 없다. CAR-T 치료제가 처음 등장한 초기에는 예기치 못한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이 무섭게 느껴졌다. 하지만 CAR-T 치료제 등장 이후 5년이 지났다. 지금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임상 경험이 쌓여 있어 두려움이 많이 줄었다.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이 두려워서 CAR-T 치료제를 못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절하게 대비하고 빠른 시간 내 해결하도록 준비한다면 안전하게 투약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이뤄졌다.

CAR-T를 부작용 많은 치료법으로 인지해서 두려워하시는 분들이 있다. 모든 항암제는 고유의 부작용이 있다.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의 경우 처음 겪어본 것이기 때문에 이젠 다른 부작용과 비교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작용을 어떻게 대응하고 예방할지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고 있다. CAR-T 치료제를 위험한 치료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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