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밥 달라고 찾아온 탈레반에 아프간 女 맞아 죽었다

기사등록 2021/08/19 15:00:22

아프간 북부 지역서 40대 아프간 여성 탈레반에 구타당해 사망

탈레반 찾아와 지속적으로 음식 요구

형편이 넉넉지 않아 거절했다가 참변

[카불/AP=뉴시스] 지난 13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항 공원에 있는 텐트 안에서 부르카를 입은 한 여성이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8.19.
[카불/AP=뉴시스] 지난 13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항 공원에 있는 텐트 안에서 부르카를 입은 한 여성이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8.19.

[서울=뉴시스] 김혜경 기자 = 이슬람 무장 반군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잡으면서 아프간 여성들에 대한 억압과 탄압, 폭력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네 자녀를 둔 한 40대 아프간 여성이 음식을 달라고 찾아온 탈레반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가 맞아 죽은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18일(현지시간) 미 CNN방송 보도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북부 파르야브주에 거주하는 나지야(45·가명)의 집에는 지난달 중순 탈레반 반군들이 찾아와 음식을 요구했다.

탈레반 반군 15명은 3일간 그녀의 집에 찾아와 음식을 요구했고, 나지야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줬다.

그러나 탈레반이 네 번째 방문해 같은 요구를 했을 때는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줄 음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네 자녀를 둔 나지야는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다고 한다. 

나지야의 딸(25)은 "(엄마가) '나는 가난한데 어떻게 음식을 해 줄 수 있겠냐'고 말하자 (탈레반이) 엄마를 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들고 있던 총기로 나지야를 구타했다. 딸이 소리치며 만류하자, 탈레반은 잠시 멈추더니 옆 방에 수류탄을 던지고 도망쳤다. 나지야는 구타당한 끝에 숨졌다.

탈레반은 나지야의 살해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목격자들은 그의 집에 불이 붙은 것과 나지야의 죽음을 확인했다며 반박하고 있다.

나지야가 거주하는 마을에는 아프간 정부군을 남편으로 둔 미망인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우유를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여성들의 경제 활동이 금지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1996~2001년)에 여성들의 교육 및 일할 권리를 박탈하고, 외출 시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을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강제했다.

CNN은 "나지야의 집에서 일어난 사건은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접수한 이후 아프간 전역의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위협을 소름돋게 예고하는 것"이라고 했다.

탈레반은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카불에서 연 첫 기자회견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탈레반의 실제 변화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인권 단체들은 현지 지휘관과 지역에 따라 탈레반 규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독립인권위원회는 지난 7월 탈레반이 통제하는 지역에서 여성들은 남성 보호자 없이 보건 서비스에 참석하지 말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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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밥 달라고 찾아온 탈레반에 아프간 女 맞아 죽었다

기사등록 2021/08/19 15:00:22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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