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OO아바타'에 숨겨진 전략
민주당, 吳 내곡동-MB 다스 연결 지어 공세 강화
국민의힘, 文정부 정책 실패 반복된단 논리 전개
朴측 "文 아바타 영광…부정적 이미지 안 와닿아"
吳측 "MB 아바타가 나쁜가…흑색선전 여당 구태"
네거티브 전략 수단 된 아바타…"우리 정치의 비극"
"박영선 후보에게 실정과 무능의 대명사인 '문재인 아바타인가'라고 묻고 싶다."(3월24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지난 23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되면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양 후보는 서로를 각각 "MB 아바타" "문재인, 박원순 아바타"라고 부르면서 프레임 씌우기에 골몰하고 있다.
선거전이 시작됨과 동시에 두 후보가 서로를 누군가의 '아바타'(avatar, 분신)라고 부르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가 과거와 같이 거대양당의 진영 싸움 구도로 전개되면서 상대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워 비교우위를 점하려는 두 후보의 전략이 동일한 양상으로 귀결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박영선 "오세훈, MB가 BBK 문제 거짓으로 일관한 모습과 비슷"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오세훈, 박형준 후보가 각각 서울시장과 청와대 정무수석 등 요직을 지냈다는 점을 들어 'MB 프레임'을 부각시키려는 정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개국본 TV'에 출연해 "(오 후보는) 시 행정을 하려고 시장이 되는 게 아니라 이권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다. MB도 정권을 잡으려 한 게 아니고 이권을 잡으려고 한 것 아닌가"라며 "오세훈은 완전히 MB 키즈"라고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민주당 지도부와 박영선 후보도 가세했다. 이들은 오세훈·박형준 후보의 내곡동·엘시티 투기 의혹을 이 전 대통령의 다스(DAS) 실소유, BBK 주가 조작 의혹으로 비유해 "국민의힘 후보들이 의혹에 거짓 해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행은 24일에도 "이명박·박근혜 국정농단 세력의 준동을 막기 위한 '깨어 있는 시민(깨시민)' 행동이 절실한 때"라며 "오 후보가 중도 이미지를 가진 분처럼 알려졌는데 MB 아바타를 넘어 극우 정치인"이라고 했다. 박형준 후보에 대해서도 "MB 아바타답게 엽기적인 수준 비리 의혹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고 했다.
박영선 후보도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오 후보를 겨냥해 "실질적으로 MB 황태자라고 불리던 사람 아닌가"라며 "4대강을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또 서울시정을 펼치면서도 당시 이명박 정권의 실책과 관련된 걸 다 함께했던 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MB가 BBK 문제의 진실을 호도하고 거짓으로 일관했던 모습과 이번 오 후보의 내곡동 땅 (투기 의혹에 해명하는) 모습이 굉장히 흡사하다"고 말했다.
오세훈 "박영선, 시장 되면 文정부 주택정책 혼자 어떻게 하겠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서울 금천구 유세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당의 공세에 대해 "(오 후보가) MB 아바타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문재인 아바타"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과거 팔이' 흑색선전 말고 할 게 없느냐"며 "김태년 대행 논리라면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박원순 아바타, 김영춘 후보는 오거돈 아바타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영세 의원도 지난 23일 MBC 100분 토론에서 "이 선거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로 인해 생긴 보궐선거라는 점을 분명히 짚어야 한다"며 "박영선 후보가 (피해 호소인이라고 부른) 자기 캠프 일원들이 빠져나간 것에 대해서만 마음 아프다고 이야기한 부분을 보더라도 박영선 후보는 문재인, 박원순 아바타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오 후보는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직후인 24일 국회에서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와 박영선 후보는 시대착오적이고 비효율적인 공약을 버젓이 내놓고 매표 행위를 공식화하고 있다"며 "박 후보에게 실정과 무능의 대명사인 '문재인 아바타인가'라고 묻고 싶다"고 했다.
오 후보는 26일 서울 구로구 유세에서도 "문재인 정부 실정 때문에 주거비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가지 않느냐"며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게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이다. 만약 박영선 후보가 시장이 되면 문재인 정부의 주택 정책을 자기 혼자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성추행 피해자가 서울시에서 근무하는데 박영선 후보가 당선되면 너무 불안하다는 것 아닌가"라며 박영선 후보가 당선되면 박원순 전 시장 아바타가 될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朴측 "文 아바타 오히려 영광"…吳측 "MB 아바타가 나쁜가"
박영선 후보 측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아바타'라고 하면 오히려 저 같으면 영광"이라며 "무슨 근거가 있어 아바타라고 하는 건 아니고 본인이 MB 아바타로 규정되는 데 대한 정치적 대응에서 나온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정적 이미지를 씌워 반사이익 얻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그게 와 닿겠느냐"며 "MB 아바타, 이명박 시즌2라고 하는 건 그들을 공연히 욕하는 게 아니다. (오 후보의 공약은) 이명박 정부의 토건 위주 정책을 고스란히 반복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후보 측 관계자도 "MB 아바타가 나쁜가"라고 되물으며 "MB 아바타라고 하는 건 초조함의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할 여당이 미래와 비전을 던져주지 못하고 흑색선전과 마타도어, 낙인찍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가 왜 시작 됐을까. 성범죄를 저지른 두 전직 시장으로 인한 선거라는 귀책 사유를 아무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며 "상대방에게 낙인을 찍을 게 아니라 반성하고 성찰해야 할 때다. 마타도어와 흑색선전으로 사과를 대신하는 건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도 아니고, 표를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구태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 아바타입니까" 이후 네거티브 단어 된 '아바타'…진영 싸움의 단면
이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들은 안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질책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아바타라는 워딩 자체가 익숙해졌고, 폄훼하는 공세를 취할 수 있는 단어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는 "아바타는 상대방의 가장 아픈 대목이자 진영의 상징적 인물과 결합해 상대 진영을 깎아내리는 '네이밍'(naming) 프레임 전략, 네거티브 전략"이라며 "상대 진영을 깎아내려야 사는 방식으로 우리 정치가 진영화됐다"고 짚었다.
이어 "상대를 깎아내리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게 우리 정치 수준이고, 실제 이 전략이 통하니까 하는 것"이라며 "이런 전략이 통하는 현실이 우리 정치의 비극"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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