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내 80명 중 2명 사망·28명 부상
지상 7층·지하1층 규모 2차의료기관
소화기 있었지만 스프링클러 미설치
[고흥=뉴시스] 변재훈 기자 = 전남 고흥 윤호21병원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친 가운데, 병원 내 소방시설물과 내부 구조 등에도 관심이 쏠린다.
10일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42분께 고흥군 고흥읍 윤호21병원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에 의해 2시간18분만에 꺼졌다.
이 불로 70대로 추정되는 여성 2명이 숨지고, 28명이 크고작은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28명 중 9명은 중증 환자로 분류됐다.
화재 당시 병원 안에는 환자·의료진 80명이 머무르고 있었다. 이 중 66명은 소방당국의 사다리차 등을 통해 구조됐다. 14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1층 내과와 정형외과 사이에서 불길이 시작됐다'는 병원 관계자 증언을 토대로 최초 발화지점이 1층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1층에서 불이 시작됐다면, 2~3층 계단에서 발견된 숨진 2명도 대피 도중 연기에 질식돼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
불이 난 병원은 연면적 3210.6㎡의 지상 7층·지하 1층 구조다.
지하 1층에는 종합검진실·물리치료실·기계실이 갖춰져 있으며, 1층에는 내과·정형외과·가정의학과·응급실 등이 있다.
2층에는 수술실과 영상의학·마취통증과, 3층은 집중치료실·보호자대기실 등으로 쓰인다.
5~7층은 입원병실이며, 8층엔 병원장실·약제과·구내식당 등이 갖춰져 있다.
진료과목은 내과·정형외과·가정의학과 등이다. 이 병원은 당초 종합병원이었으나, 지난해 한단계 낮은 일반 중형병원(2차 의료기관)으로 지정됐다.
이 병원은 소방법상 스프링클러설치 의무가 없는 시설로 알려졌다. 병원 내에는 옥내 소화전 8개, 자동 화재 탐지 설비, 소화기가 갖추져 있었다.
화재 시 소화수를 자동 분사하는 스프링클러가 없어 인명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법적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는 병원으로, 구체적인 법령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이 병원은 민간업체에서 소방시설 설치와 작동 여부를 점검해 보고했다"며 "당시 소방법 위반 사항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합동 현장감식을 벌여 정확한 화재 원인과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고흥소방서는 지난해 11월24일 이 병원에서 고흥군보건소 등 4개 유관기관과 함께 '다수 사상자 발생 재난현장 구급대응훈련'을 벌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