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구민 당선, 반응 두갈래…"대북정책 기대" vs "기밀은?"

기사등록 2020/04/16 11:30:59

'6만324표' 민주당 김성곤 멀찌감치 따돌려

강남주민, 태구민 '북한 전문성' 높이 평가

"이미 탈북…효과적인 대북정책 기대한다"

"이중 스파이 아닌가"…우려하는 목소리도

"북한보다 한국에 충성할 것이라는 믿음"

"진영논리 따른 정당 호불호도 당락 영향"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강남구갑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자가 16일 새벽 서울 강남구 선거사무소에서 부인 오혜선 여사와 기뻐하고 있다. 2020.04.16.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강남구갑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자가 16일 새벽 서울 강남구 선거사무소에서 부인 오혜선 여사와 기뻐하고 있다. 2020.04.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에서 서울 강남구갑 후보로 출마한 북한 출신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후보가 김성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따돌리며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태 후보가 당선된 이후 시민들 사이에서는 북한 출신인 그가 국회에 입성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감 등이 공존하는 형국이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태 후보는 전날 열린 총선에서 6만324표(58.4%)를 얻으며 당선됐다. 태 후보와 경합을 벌인 김 후보는 4만935표(39.6%)로 두 후보의 표 차이는 2만표, 20% 가까이 차이가 났다. 사실상 '압승'으로, 태 후보는 '첫 북한 출신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자'가 됐다.

태 후보는 전날 오전 8시52분께 서울 강남구 신구초등학교에 마련된 신사동 제1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초 북한 출신 지역구 후보인 저에게 애정어린 시선과 격려, 응원을 보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며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선거와 포용성을 북한과 전 세계에 알리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에서 저를 만나신 분들은 제가 죽을 고비를 넘겨 대한민국에 온 뒤 신인 정치인으로서 반듯한 정치를 펴보려고 하는 마음에 기대감이 크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강남에 있는 분들은 대단한 고학력자들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태 후보 같은 사람이 당선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강남에 거주하며 태 후보를 뽑았다고 밝힌 주민들은 북한에 대해 자세히 아는 태 후보의 전문성이 앞으로의 남북 관계를 주도하는 주춧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모(29)씨는 "태 후보는 북한이 싫어서 탈북을 했고, 대한민국 국회의원 중 북한 실상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만큼 앞으로 효과적인 대북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들어 표를 줬다"며, "지금 정부는 친북 정책을 펼치고 북한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려고 하는데, 그래봤자 그 돈은 다 미사일 만드는 데 들어가고 정작 북한 주민들은 지금도 굶어죽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모(30)씨는 "북한 출신인 태 후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그래도 북한 전문가인 그가 국회의원이 되면 남북 관계 개선에도 물꼬가 트일 수 있을 것 같아 찍었다"며 "또 불합리한 세금 제도와 재건축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그의 공약에 믿음이 갔다"고 전했다.

반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태 후보의 국회 입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발견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강남구갑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자가 16일 새벽 서울 강남구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4.16.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강남구갑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자가 16일 새벽 서울 강남구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4.16. [email protected]
한 네티즌은 "강남 주민들은 왜 북한에서 고위 공무원으로 일하다 탈북한지 몇 년 안 된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국회의원이면 국가 관련 중요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을 텐데 그를 공천한 당도, 뽑은 강남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네티즌은 "이중 스파이로 이용될 수 있는 사람에게 공천을 주는 대한민국에 다시 한 번 감탄한다"며 "다음 선거에서는 김정은이 나와도 찍어주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강남 3구가 보수정당을 선호하는 것은 알았지만 태구민 후보 찍는 것을 보고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북한 출신이 국회의원이 되면 대한민국 군사기밀이 다 북한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 "지금 북한은 북치고 장구치고 태구민 축하하느라 난리도 아니겠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1950~60년대에도 직업군인 중에 북한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굉장히 많았던 만큼 태 후보가 탈북인이라는 사실이 강남주민들에게 그다지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않은 것 같다"며, "주민들이 생각하기에는 태 후보가 이미 탈북을 했고, 북한보다는 대한민국에 더 충성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표를 던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번 총선은 양대 진영의 전면전이 됐다. 물론 태 후보자 개인에 대한 선호도 있었겠지만 진영 논리에 따라 태 후보가 속한 정당에 대한 호불호도 이번 강남에서의 선거 당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탈북자 출신인 태 후보가 국가기밀을 다루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사람은 소수에 그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평양 출신인 태 후보는 5년제 평양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하고 영국주재 북한공사, 외무성 유럽국 부국장 등을 역임하며 북한대사관 내 서열 2위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는 2016년 8월 가족과 함께 탈북해 독일을 거쳐 귀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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