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빌딩 사태 대응 적절? 과잉?…서울 미검증 건물 29만동

기사등록 2018/12/23 06:50:00

대종빌딩 붕괴조짐 없어 과잉대응 뒷말

대종빌딩과 유사한 조건 건물 수두룩해

"안전진단비용=소모비용, 부실의 출발점"

"건물주도 안전진단비용 정도는 지불해야"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19일 붕괴 위험에 처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종빌딩에서 관계자들이 응급 보강공사 작업을 위해 지지대를 옮기고 있다. 강남구는 이날부터 약 한 달에 걸쳐 지하 1층, 지상 5층 등 총 6개 층에 지지대를 설치하고, 2층 주 기둥 2개의 단면적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보강공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2018.12.19.  bluesoda@newsis.com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19일 붕괴 위험에 처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종빌딩에서 관계자들이 응급 보강공사 작업을 위해 지지대를 옮기고 있다. 강남구는 이날부터 약 한 달에 걸쳐 지하 1층, 지상 5층 등 총 6개 층에 지지대를 설치하고, 2층 주 기둥 2개의 단면적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보강공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2018.12.19.  [email protected]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복판에 있는 15층짜리 건물인 대종빌딩의 부실공사와 겉핥기 점검 정황이 드러난지 일주일여가 지났다. 일각에서는 과잉대응으로 불안감만 키웠다는 반응이 나오긴 하지만 적극적인 대응이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있다.

23일 현재 대종빌딩 현장에서는 균열이 생긴 기둥 주변에 지지대를 세우는 보강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약 한달간 보강공사가 이뤄진 후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건물을 철거할지, 계속 사용할지를 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건물주와 시공사, 입주업체, 강남구청 등 관계자들은 이 사태의 책임 소재를 놓고 충돌을 거듭할 전망이다. 갈등이 심화되면 법정 공방도 벌어질 수 있다.

각 주체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서울시와 강남구가 과잉대응했다는 푸념이 나온다. 붕괴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성급하게 입주업체들을 건물에서 내보내고 사용금지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이게 이렇게까지 할 사안은 아니다'라는 얘기를 한다. 일단 언론에 노출되면 뒷감당이 너무 힘들다고 걱정하더라. 결국 우려한 바와 같이 됐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서울=뉴시스】안전사회시민연대는 29일 오전 대종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종빌딩의 즉시 철거를 주장했다. (사진제공=안전사회시민연대)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안전사회시민연대는 29일 오전 대종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종빌딩의 즉시 철거를 주장했다. (사진제공=안전사회시민연대) (사진=뉴시스DB)
박원순 서울시장이 야간에 현장을 찾아 퇴거를 언급하면서 이후 강남구가 건물 사용을 금지시켰는데 이를 섣부른 판단으로 보는 것이다. 아울러 이 조치 탓에 '대종빌딩은 곧 붕괴될 건물'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반면 부실시공 정황이 비교적 분명하고 육안으로도 기둥 균열이 뚜렷이 보이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은 담당 지자체로서 불가피했다는 의견이 있다.

임기 중 2차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며 '늑장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는 기조를 유지해온 박 시장으로서는 눈앞의 균열을 보고도 소극적인 대응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적절한 대응이었는지 아니면 과잉대응이었는지 여부는 수개월 뒤 발표될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의해 갈리게 된다.

정밀안전진단 결과 실제 붕괴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서울시와 강남구의 조치가 적절했던 것으로 판가름 난다. 반면 붕괴위험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과잉대응으로 재산피해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다만 대종빌딩이 붕괴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정이 내려져도 서울시내 노후건축물 안전에 대한 우려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대종빌딩처럼 안전점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낡은 건물이 시내 도처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대종빌딩처럼 1991년 이전에 준공된 15층 이하 서울시내 건축물은 29만9076동이다.

대종빌딩 같은 오피스텔 등 업무시설은 2845개로 집계됐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2만6050개다. 여기에 단독주택은 19만1672개, 소매점·제과점·세탁소·의원 등 소규모 건물인 1종 근린생활시설은 4만549개, 공연장·피시방·고시원·단란주점·노래방 등 중규모 건물인 2종 근린생활시설은 2만5864개다.

29만개 건물이 모두 대종빌딩처럼 부실시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제대로 안전성이 점검되지는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삼성동 대종빌딩 (지하 7층, 지상 15층 규모)이 붕괴위험 진단을 받은 가운데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종빌딩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2018.12.13. mangusta@newsis.com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삼성동 대종빌딩 (지하 7층, 지상 15층 규모)이 붕괴위험 진단을 받은 가운데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종빌딩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2018.12.13. [email protected] (사진=뉴시스DB)
건물 안전점검을 위한 법률인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특법)'은 그간 대종빌딩 같은 15층 이하 건물의 안전에는 관심이 없었다.

시특법은 그간 '제1종시설물(21층 이상 또는 연면적 5만㎡ 이상 건축물)'과 '제2종시설물(16층 이상 또는 연면적 3만㎡ 이상 건축물)'만 안전관리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1·2종 시설물을 보유한 건물주보다 재정적으로 열악할 가능성이 큰 15층 이하 건물주는 정밀안전진단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올해 초 시행된 개정 시특법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가 15층 이하 건축물을 '제3종 시설물(다중이용시설 등 재난이 발생할 위험이 높거나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계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제1종시설물 및 제2종시설물 외의 시설물)'로 새로 지정하고 안전관리에 개입할 수 있게 됐지만 이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해당 지자체에 의해 3종 시설물로 지정하는 과정이 주먹구구식이라 실제 3종으로 지정되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또 3종 시설물 지정 자체가 해당 건물주에게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주는 조치라 지역 여론에 민감한 지자체장이 과감하게 지정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15층 이하 건물주 눈치를 보느라 안전점검 의무 부과를 주저하다보면 대종빌딩처럼 내부가 곪아있는 부실건물을 방치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용섭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1~2종 시설물은 시특법에 따라 1년에 상반기와 하반기 정기점검을 해야 하고 3년에 1번 정밀점검을 해야 한다. 6~10년 사이에 정밀안전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정밀점검 이상이면 대종빌딩 같은 상황은 (외장재를 뜯지 않고도) 잡아낼 수 있다. 15층 이하 건물 중에 적어도 숙박시설과 오피스텔의 경우는 1~2종 시설물과 같은 수준의 점검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건물 안전점검에 관한 우리 사회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건설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요새는 신축보다는 도시재생이나 리뉴얼, 리모델링, 즉 기존 건물을 유지관리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그래서 예전에는 신축을 다루는 건축법을 많이 손질했지만 이제는 기존 건물을 다루는 시특법을 시대적 요구에 맞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우리 사회는 안전진단비용을 소모비용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바로 그게 부실의 출발점"이라며 "건물주들이 보유세를 내는 것처럼 안전진단비용 정도는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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