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64) 감독은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본부인 팔레 드 페스티발에서 열린 '버닝'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자리에는 이 감독을 비롯해 배우 유아인(32), 신인 배우 전종서(24), 한국계 할리우드 스타 스티븐 연(35)이 참석했다.
이 감독은 "과거에는 분노의 대상과 이유가 분명했다"며 "지금 세상이 점점 좋아지는데, 미래가 없는 시대에 놓여있다는 것이 젊은이들 감정이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이 세계 자체가 미스터리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버닝'은 이 감독이 '시' 이후 8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가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 '혜미'(전종서)를 만나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처음에는 젊은 감독이 연출할 기회를 주고 나는 제작을 맡으려고 했지만, 여러 사정상 그렇게 되지 못했다. 원작이 지닌 미스터리한 부분들을 영화적으로 다른 미스터리로 확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유아인은 "이창동 감독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갖고 있었다"며 "'(이창동 감독이) 이 세계의 신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촬영 내내 배우로서의 때가 벗겨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스티븐연도 "이창동 감독의 열렬한 팬이었다"며 "함께 작업하게 돼서 영광이었다. 이번 영화로 용기를 얻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디션을 통해 혜미 역을 꿰찬 전종서는 "영화 작업 자체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다른 감독들과의 비교는 어렵다"며 "첫 작업이 이창동 감독이라 너무 좋았다. 그것이 영화에 잘 담긴 것 같아 기쁘다"고 털어놓았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018년 칸 영화제에서 봐야 할 영화 10편' 중 1편으로 '버닝'을 언급했으며, 미국 영화매체 버라이어티는 '버닝'이 공식 상영 전부터 8개국에 선판매된 점을 보도했다.
미국 매체 '아이온시네마'에서 5점 만점에 3.9점의 평점을 받았다. 현재까지 공개된 16편 경쟁작 중 가장 높다.
칸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까지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상 여부는 19일 열리는 폐막식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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