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南예술단 노래타고 온 北봄, 김정은도 만끽···가을에도?

기사등록 2018/04/01 23:29:14

【평양=뉴시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봄이 온다'라는 주제로 열린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에서 서현이 사회를 보고 있다. 2018.04.01.   photo@newsis.com
【평양=뉴시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봄이 온다'라는 주제로 열린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에서 서현이 사회를 보고 있다. 2018.04.01.   [email protected]
【평양=뉴시스】 평양공연공동취재단 이재훈 기자 = "평창과 서울에 오셨고 저는 그때 삼지연관현악단과 노래를 불렀습니다. 갑작스럽게 상황이 만들어져서 악단 분들과 얘기를 하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약속을 빨리 지킬 수 있을줄 몰랐어요. 봄에 '다시 보자'는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1일 밤 동평양 대극장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다시 만납시다'가 울려 퍼졌다. 지난달 중순 서울의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두 곡이 울려 퍼진 지 한 달 반 만에 약속이 지켜진 셈이다.

서현은 "남과 북, 북과 남의 관계에도 희망이라는 꽃이 피어나고 있다"면서 "북측 예술단에게 받은 감동, 남측 시민들이 받은 감동에 대한 선물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립극장에서 삼지연관현악단과 두 곡을 합창한 '소녀시대' 멤버 서현을 비롯 이번에 평양 공연에 참여한 조용필·이선희·최진희·YB·강산에·백지영·정인·알리·김광민·레드벨벳 등 가수 11팀이 합창했다.

앞서 삼지연관현악단이 국립극장에서 들려준 '현송월표'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다시 만납시다'는 바이올린의 떨듯 연주하는 주법인 트레몰로가 강조된 행진곡풍으로 좀 더 힘찼다. 
 
윤상 음악감독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다시 만납시다'를 발라드 풍으로 편곡했다. 윤상 음악감독은 자신이 부른 '이별의 그늘'을 비롯해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 등으로 이미 발라드 감수성을 인정받았는데, 이런 그답게 곡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1500석을 가득 채운 북측 관객들의 감동이 배가된 이유다. '통일을 이루자'라는 노랫말이 끝난 뒤에는 북측 관객 모두 다 같이 두 팔을 머리 위로 들고 양쪽으로 흔들며 감동을 나눴다. 레드벨벳 멤버 슬기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평양=뉴시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오후 북한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봄이 온다'라는 주제로 열린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을 관람 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8.04.01.  photo@newsis.com
【평양=뉴시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오후 북한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봄이 온다'라는 주제로 열린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을 관람 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8.04.01.  [email protected]
저녁 6시20분에 시작한 이날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은 '남과 북이 하나'라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일깨워줬다. 대동강 물이 풀리고 훈풍이 분 것처럼 이날 공연의 주제는 '봄이 온다'였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 공연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이날 공연으로 13년 만에 평양 무대에 선 '가왕' 조용필은 먹먹해했다. 이날 이전까지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은 조용필의 무대가 마지막이었다.

오랜만의 평양 공연이라 긴장한 탓에 목에 염증이 생겨 공연 직전까지 고열과 통증에 시달렸던 조용필이지만 프로답게 완벽한 무대를 선사했다.
   
2005년 평양 류경 정주영 체육관에서 단독으로 콘서트를 열었던 조용필은 북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등의 반주를 맡은 밴드 '위대한 탄생'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으로 알려진 '그 겨울의 찻집' 그리고 '꿈' '단발머리' '여행을 떠나요' 등을 메들리로 들려줬다.
  
조용필을 비롯, 이미 평양을 방문했던 가수들 역시 큰 호응을 얻었다. 1999년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평화친선음악회', 2002년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MBC 평양 특별공연' 출연 이후 16년 만에 세 번째 평양을 방문한 최진희는 '사랑의 미로'를 불렀다.

북한의 음악교과서에도 수록된 적이 있는 곡이다. 김정일의 애창곡이다. 최진희는 'MBC 평양 특별공연'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또 북측이 요청한 곡으로 알려진 남매듀오 '현이와 덕이'의 '뒤늦은 후회'도 불렀다.

【평양=뉴시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 공연 리허설에서 가수 조용필이 '여행을 떠나요'를 부르고 있다. 2018.04.01.  photo@newsis.com
【평양=뉴시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 공연 리허설에서 가수 조용필이 '여행을 떠나요'를 부르고 있다. 2018.04.01.  [email protected]
2003년 평양에서 진행된 'SBS 통일 음악회' 무대에 올랐던 이선희는 'J에게' '보고 싶은 얼굴' '아름다운 강산' 등을 불러 호응을 누렸다. 특히 위대한탄생이 편곡한 '아름다운 강산'은 더욱 화끈해졌다.

2006년 금강산에서 열린 'CBS 금강산콘서트'에 출연했고 평양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 포크록 싱어송라이터 강산에는 '…라구요'를 불렀다. 실향민의 아픔을 담은 곡으로 유명하다. 충북 제천이 고향이지만 함경도로 시집을 갔다가 6·25 동란에 남편과 생이별한 어머니를 생각하며 만든 곡이다. 강산에의 아버지도 함경도 출신이다. 두 사람이 남쪽에서 만나 결혼, 강산에를 낳았다.

이와 함께 강산에는 오현명의 가곡을 모티브로 자신이 작곡한 가곡 '명태'를 불렀다. 역시 부친을 위한 곡이다. "조선시대 함경도 명천 지방에 사는 태씨 성의 어부가 처음 잡아 해서리 명천의 명자 태씨 성을 딴 태자 명태라고 했데이제이니"라는 노랫말이 구수하다.

이번에 역시 처음 평양을 방문한 '디바 트리오' 백지영·정인·알리는 촉촉한 감성으로 객석을 적셨다. 정인은 이날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연주에 맞춰 허밍을 한 데 이어 '오르막길'을 불렀다. 이후 알리가 '펑펑'을 불렀고 두 사람은 '얼굴'을 함께 들려줬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을 듀엣했다.

서현은 "얼굴을 바라보며 우리가 하나라는 걸 느끼고 마음 깊이 감동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백지영은 북한에서도 인기를 누린 '총 맞은 것처럼'과 자신의 콘서트 때마다 마지막곡으로 부르는 '잊지 말아요'를 불렀다.

서현은 김광숙의 '푸른 버드나무'를 불렀다. 북한 최고의 가수 김광숙의 대표곡으로 첫 소절부터 관객들의 박수가 터졌다. 버드나무는 봄을 상징한다. 서현은 "추운 겨울을 견뎌야 봄이 찾아오 듯이 겨울을 이겨냈기 때문에 따듯한 봄을 느낄 수 있지 않나. 이런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K팝 아이돌 그룹 중 유일하게 이번 남한예술단에 포함된 '레드벨벳'은 자신들을 스타덤에 올린 '빨간 맛'을 불렀다. 레드벨벳은 개성 강한 퍼포먼스와 화려한 댄스, R&B를 오가는 팀 콘셉트가 매력적이다. '빨간 맛'과 더불어 '배드보이'도 분위기를 달궜다. 

【평양=뉴시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 공연 리허설에서 가수 강산에가 '라구요'를 부르고 있다. 2018.04.01.  photo@newsis.com
【평양=뉴시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 공연 리허설에서 가수 강산에가 '라구요'를 부르고 있다. 2018.04.01.  [email protected]
5인 걸그룹인 레드벨벳은 멤버 조이가 MBC TV 드라마 '위대한 유혹자' 촬영으로 인해 평양 공연을 함께하지 못해 동선만 바뀌었을 뿐, 똑같이 불렀다. 화장과 의상도 평소 그대로였다.
 
2003년 10월 평양류경체육관 개관식 공연에 '베이비복스'와 함께 참여했던 댄스그룹 '신화' 멤버들은 최근 연 20주년 기자회견에서 당시 공연을 떠올리며 객석이 경직돼있었다고 말했는데 이날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예리는 공연 후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게 박수를 쳐주고 따라 불러주기도 했다"며 "그것 때문에 긴장이 많이 풀렸다"고 말했다. 아이린은 "숨이 차 하니까 관객들이 웃으며 박수를 쳐줬다"고 했다. 웬디는 "반응이 없어도 우리 노래를 보여주려고 하는 거니까,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는데 관객들이 호응을 많이 해줬다"고 전했다.

3층 1500석짜리 동평양 대극장은 3000석 규모의 남측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비해 규모만 작을뿐 내부 모습은 비슷했다. 무대와 맨 앞 객석 간격은 2~3m 가량으로 매우 가까운 편이었다. 덕분에 가수들은 관객의 적극적인 반응을 그대로 느꼈다.

2015년 슬로베니아 록밴드 '라이바흐'가 서양 록밴드로는 처음으로 평양에서 공연했을 당시 관객들은 어색한 표정이었다. 브릿팝 밴드 '블러'의 데이먼 알반은 "굉장히 특별한 곳"이라고 했다. 그는 블러 8집 '더 매직 윕'에 '평양'이라는 곡을 실었고, 자신이 속한 프로젝트 그룹 '고릴라즈' 수록곡 '슬리핑 파우더'에 북한의 이미지를 담았다.

평양은 외국 뮤지션에게 특별한 곳이었지만 한국 뮤지션에게는 좀 더 가깝게 느껴졌다. 최희선은 "눈이 먹먹해져 악보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연이 모두 끝난 뒤에는 로이킴의 '봄봄봄' 음원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북측 관계자들이 꽃다발을 전달했다. 관객들은 남측 예술단이 무대 위에서 사라지는 동안에도 한동안 기립박수를 보냈다.

【평양=뉴시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 공연 리허설에서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를 연주하고 있다. 2018.04.01.  photo@newsis.com
【평양=뉴시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 공연 리허설에서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를 연주하고 있다. 2018.04.01.  [email protected]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등은 2층 귀빈석에서 공연을 관람하며 공연 중간에 박수를 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공연 후 출연진을 불러 일일이 악수하며 격려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하지만 김정은의 참석과 맞물려 이번 공연을 취재하기 위해 동행한 남측 기자단은 공연을 직접 관람하지는 못했고, 3시간 전 진행된 최종 리허설에 이어 모니터로 공연을 봤다.

 출연진 전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문화예술 공연을 자주 해야 한다. 남측이 '봄이 온다'라는 공연을 했으니 가을엔 결실을 갖고 '가을이 왔다'라는 공연을 서울에서 하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원래 3일 공연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일정이 생겨 오늘 공연에 왔다"면서 "김 위원장은 북남이 함께하는 합동공연이 의의가 있을 수 있으나 순수한 남측 공연만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합동공연 을 봤는데 단독공연이라도 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은 "2층에 위원장님 계시다고 아나운서가 말하더라. 리설주 여사는 앉아계시고 위원장은 박수 막 치셨다"면서 "관객 분위기는, 아주 감격적으로 반응해주셨다. 그분이 와 계시니까 무게감이 달랐다"고 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김 위원장 옆에 앉아 환담했다.

 남측 예술단은 3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북측 예술단과 합동공연을 펼친다. 1만2000석 규모이며 이 공연 역시 만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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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8/04/01 23:29:14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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