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비트코인의 가치를 법원도 인정? 몰수 판결 배경은

기사등록 2018/01/30 16:54:01

최종수정 2018/01/30 16:57:09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수원=뉴시스】김도란 기자 = 법원이 항소심에서 비트코인 몰수를 결정한 데에는 급속도로 성장한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점점 교묘해지는 범죄수익 은닉에 대한 사법부의 고민이 종합적으로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수원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하성원)은 30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음란사이트 운영자 안모(3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이 선고한 1년6월의 징역형은 유지하되, 몰수 및 추징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191비트코인 몰수와 6억958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현행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근거로 "몰수 대상 범죄 수익은 현금, 예금, 주식, 그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재산으로, 사회통념상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이익 일반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게임머니도 구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에 해당한다는 판례가 있다"며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라는 사정만으론 재산적 가치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의 이같은 판단은 가상화폐(비트코인)가 처음 등장한 수년전과 달리 기하급수적으로 거래가 늘어나고 가치가 폭등한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거래소를 통해 손쉽게 현금화할 수 있고,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는 가상화폐의 기능을 무시하고 사법부가 단순 전자파일로만 간주한다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범죄자들에게 범죄 수익이 생기면 가상화폐로 숨기면 된다는 일종의 지침을 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이를 반영하듯 재판부는 "압수된 비트코인을 몰수하지 않고 피고인에게 돌려주는 것은 사실상 피고인으로 하여금 음란사이트 운영을 통해 얻은 이익을 그대로 보유하게 하는 것으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정취지에 비춰 불합리하다"고 판시했다.

 그밖에 기술의 발달로 비트코인 몰수가 가능해진 점, 검찰이 피고인의 범죄수익과 비트코인의 연관성을 추적해 증거를 보강한 점도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압수된 비트코인은 현재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보관돼있고, 그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돼있으므로 몰수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이 음란사이트 광고비로 비트코인을 받았다는 점도 서버 기록 등을 통해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법원은 그러나 이날 판결이 가상화폐(비트코인)의 지위를 법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수원지법은 이날 자료를 내 "재판부는 비트코인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했을 뿐, 법정 화폐로서의 가능성은 판결의 쟁점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한편  안씨는 121만명을 회원으로 둔 음란물 사이트 'AVSNOOP.club'을 운영하고, 이용료 등으로 19억여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월과 추징금 3억4000만원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당시 "비트코인은 전자 파일의 일종으로 물리적 실체가 없어 몰수하기 적절치 않다"며 검찰의 몰수 구형을 기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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