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속고발권 일부만 폐지한 이유는?

기사등록 2017/11/12 12:00:00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거래 법집행체계개선 T/F 중간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2017.11.12.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거래 법집행체계개선 T/F 중간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2017.11.12. [email protected]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TF'…유통3법만 전속고발권 폐지 결정
표시광고·하도급법은 국회에 바통…공정거래법은 재논의

【세종=뉴시스】이윤희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을 일부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폐지에 반대 입장을 보이던 공정위가 마침내 독점적 고발 행사 권한을 내려놓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법률에 국한된 만큼 아직 제대로된 전속고발권 폐지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 등으로 커다란 논란이 일었던 표시광고법과 관련해서는 유지와 폐지 복수안이 나왔다. 하도급법도 마찬가지다. 공정거래법의 경우에는 아예 논의를 다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12일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TF' 중간보고서 발표를 통해 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 등 유통3법에 대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속고발권은 공정위 소관의 6개 법률 위반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공소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공정위가 고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검찰, 감사원, 조달청, 중소기업청 등이 요청하면 공정위가 반드시 고발해야하면 의무고발제도가 도입됐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

당초 공정위는 경쟁사건에는 전문성이 필요하고, 전속고발권이 사라지면 고소·고발이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들어 폐지에 반대했다. 하지만 전속고발권 폐지 공약을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민간 중심의 TF를 통해 검토한 뒤 고집을 꺾은 모습이다.

TF는 가맹법, 유통업법, 대리점법 등 유통3법은 갑을관계로 인한 불공정행위 근절이 시급하고, 위법성 판단 시 고도의 경제적 분석능력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러한 의견에 따라 법개정이 완료되면 누구든 해당 법률의 위반 혐의에 대해 검찰에 고소나 고발할 권리를 가질 수 있게된다. 공정위가 쥐고있던 고발에 대한 기득권을 내려놓는 셈이다.

공정위의 전향적 자세에 긍정적 시선이 예상되지만, 전속고발권 폐지가 일부 법률에 그칠 수 있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TF는 유통3법 외 표시광고법과 하도급법에 대해서는 폐지와 존치 복수 안을 제출했다. 공정위의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국회에 바통을 넘긴 것이다.

표시광고법의 경우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의 핵심 법률 중 하나였다. 공정위가 이에 대한 명확한 방침을 정하지 않으면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표시광고법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해 "기업의 대외 홍보활동이 적용 대상이라고 보면, 전단지 뿌리는 행위 등 모든 행위가 적용대상이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고소고발이 제기될 수 있다"며 TF 논의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솔직히 이렇게 결론이 날지 몰랐다. 공정위 실무자들의 생각이 있었는데, TF논의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며 "표시광고법은 경제분석이 거의 필요없는 분야인데 워낙 적용범위가 넓다. 전속고발권을 폐지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고민이 최종 판단의 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담합과 보복조치 등을 포함한 공정거래법은 이번 TF에서 존폐여부에 대한 의견이 아예 도출되지 않았다. 6개 법률 중 쟁점이 가장 많은 만큼 12월에 추가적으로 논의하기로만 했다.

김 위원장은 "가장 어려운 부분이 공정거래법의 전속고발권을 어떻게 할 것이냐였는데, 실망스럽게도 여기에 대해서는 결론을 못냈다"며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은 다른 5개 법률과 달리 경제분석 역량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TF에서도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해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형벌 조항 정비가 선행돼야하고, 담합에 대한 리니언시(자진 신고자 감면)와 관련해 검찰과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형벌 조항이 너무 많다. 전속고발권을 그냥 폐지해버리면 거의 모든 경제거래 행위가 고소나 고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형벌조항을 정리하면서 금전적 처벌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하는 법체계로 바궈야하는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담합이다. 담합 조사의 출발은 리니언시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면서 "전속고발권을 풀었을 때 검찰이 별도로 인지해 수사를 들어가 리니언시 업체까지 기소하면 공정위에 리니언시한 기업들은 상혹스러운 상황에 처한다. 리니언시 기업이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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