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北 김정은, 전례 없는 최고지도자 성명…강대강 북핵 국면

기사등록 2017/09/22 11:38:43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 목란관연회장에서 핵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위한 6차 핵실험 성공 자축 연회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했다. 2017.09.10.(사진=조선중앙TV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 목란관연회장에서 핵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위한 6차 핵실험 성공 자축 연회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했다. 2017.09.10.(사진=조선중앙TV 캡처) [email protected]
김정은, 트럼프 "北 괴멸" 발언에 "불로 다스릴 것" 응수
 전문가들 "긴장 최고조…주변국 메시지·내부 과시 측면도

【서울=뉴시스】김지훈 조윤영 기자 = '스트롱맨'과 '로켓맨'의 신경전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도 있다"고 발언하자 북한 김정은은 21일 국무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응수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 명의의 성명이 나온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2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역대 그 어느 미국 대통령에게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미치광이 나발"이라며 "선거 당시 트럼프를 두고 '정치문외한', '정치이단아'라고 조롱하던 말을 상기하게 된다"고 깎아내렸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어 "미국 집권자의 발언은 나를 놀래우거나 멈춰세운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길이 옳았으며, 끝까지 가야 할 길임을 확증해주었다"며 "세계 면전에서 나와 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모욕하며, 우리 공화국을 없애겠다고 역대 가장 포악한 선전포고를 해온 이상 그에 상응하는 초강경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아가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며 "트럼프가 그 무엇을 생각했든 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라고 맞섰다.

  북한은 통상적으로 국가 기관이나 당 외곽 기구가 성명을 내는 방식으로 공식 입장을 표명해왔다. 또한 사안이 엄중하다고 판단되거나 중대한 결정 사항이 있을 때 최고 권위를 부여한 것으로 평가되는 '정부성명'을 제한적으로 냈다. 북한이 정부성명을 발표한 사례는 지난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71호에 대한 정부성명까지 모두 7차례에 불과하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김정은이 직접 성명을 낸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고, 이는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트럼프가 '북한 괴멸'을 말했기 때문에 지금 김정은이 입장을 내지 않으면 권위가 훼손된다는 생각에 성명을 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제72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7.9.20.
【뉴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제72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7.9.20.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김정은은 이번 성명에서 '나'를 강조했는데, 이건 김일성과 김정일 때 없던 모습"이라며 "트럼프가 자신을 모욕한 데 대한 화를 표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한 "김정은은 주민들에게 '미국을 굴복시킨다'고 계속 말해왔기 때문에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며 "이번 성명은 북한 주민에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성격도 강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전례 없는 최고지도자 명의의 성명을 통해 '내가 선택한 길이 옳았다'며 핵 무력 완성 의지를 거듭 내비친 만큼 북핵 강대강(强對强) 국면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김정은의 성명은 주변국을 향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명령을 내린 것이어서 핵 무력 완성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북한은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괌 포위사격,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 실거리 사격 등 추가적인 고강도 무력시위를 것으로 보인다. 리용호 외무상이 태평양상에서의 수소탄 시험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6차 핵실험에 사용했던 탄두를 실제 장착해 태평양 공해상으로 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이미 미국 측에서 '외교적 수단'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온 만큼 북·미 간 대치가 더 첨예해질 수밖에 없을 거라는 관측이다.

  김 교수는 "북한은 핵보유국이 되면 그 이후에 협상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으며, 압력에 따른 협상에는 응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이 국가보다 위에 있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위원장 성명'이 아닌 '국무위원장' 성명을 내며 '최고 수위'의 입장 표명을 남겨둠으로서 국면 전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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