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상인 작품상 수상작은 배리 젱킨스 감독의 '문라이트'였다. '문라이트'는 흑인 감독의 작품이고, 흑인이며 동성애자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문라이트' 이전 흑인 감독 작품이 작품상을 받은 건 스티브 매퀸의 '노예 12년'이 유일했다. 앞서 후보에 오른 리 대니얼스 감독의 '프레셔스', 에바 두버네이 감독의 '셀마'는 모두 고배를 마셨다.
흑인 배우가 남·녀조연상(남우조연상 마허샬라 알리, 여우조연상 바이올라 데이비스)을 받은 것은 89년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다. 네 개의 연기 부문 오스카 중 2개 이상을 흑인 배우가 가져간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74회 시상식에서 덴절 워싱턴과 할리 베리가 각각 '트레이닝 데이'와 '몬스터 볼'로 남·녀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아카데미는 지금껏 흑인 감독과 배우를 의도적으로 외면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작품상 후보에 오른 흑인 감독 작품은 올해 포함 다섯 편에 불과하다. 감독상 후보에 오른 감독 역시 올해 포함 네 명 뿐이다. 감독상을 받은 흑인 감독은 현재까지 아무도 없다.
올해 아카데미가 이전과 달라진 행보를 보인 건 끊임없이 제기돼 온 인종 차별 문제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할리우드의 저항을 반영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태통령 취임 이후 할리우드 배우와 제작자들은 시상식장에서 그의 정책을 끊임없이 비판해왔다. 특히 반이민 행정명령 이후에는 그 강도가 더 높아졌다.
올해 아카데미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사회자로 나선 지키 키멀은 행사를 열자마자 "국가가 분열됐다"며 "이제 우리는 한 데 모여야 한다. 미국이 한 곳으로 뭉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키멀은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지난해 오스카가 매우 인종차별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올해 후보자(작)를 보니 그런 경향은 사라진 것 같다. 모두 트럼프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셰릴 분 아이작스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장은 "예술에는 경계가 없다. 예술은 모든 것을 초월하는 힘을 가지고 있고, 그 결과로 전 세계 모든 예술가를 유대감으로 한 데 묶는다. 우리가 여기 모인 게 바로 그 증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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