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헤비메탈의 전설'로 통하는 '메탈리카'가 11일 밤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들려준 연주는 헤비메탈의 견고한 집을 짓는 과정의 다른 이름이었다.
3년6개월만에 4번째 내한공연한 메탈리카 멤버들은 각자 세밀한 연주로, 결국에는 다 함께 거대한 메탈 풍경화를 완성했다.
특히 커크 해밋의 기타는 끊임없이 교성을 질러댔고, 캡 형태의 모자를 돌려 쓴 로버트 트루히요는 베이스를 마치 아프리카 타악기인 젬베를 두드리듯 연주했다.
누군가 새해를 시작할 때 마음을 확고하게 다지는데 헤비메탈만한 음악은 없다고 했다. 불과 며칠 전 만해도 '빅뱅'을 좇는 소녀 팬들로 넘치던 고척 스카이돔 앞 구일 역에는 이날 결연하게 의지를 다진 30~40대 직장인들로 넘쳐났다.
그 메탈의 진한 육즙에 공연장에 운집한 1만8000명은 단숨에 빠져들었다. 메탈리카에 앞서 무대를 달군 오프닝 밴드로 10대 소녀 3명으로 구성된 일본의 '베이비 메탈'이 금속처럼 다져진 메탈 팬들의 마음을 잠시 뒤흔들었을 뿐이다.
'애틀라스, 라이즈', '새드 벗 트루' '웨어에버 아이 메이 룸'으로 이어지는 곡의 향연은 급작스런 한파에도 메탈 심장의 엔진을 꺼뜨리지 않았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메탈리카의 대표곡인 '마스터 오브 퍼페츠'와 '포 훔 더 벨 톨스'로 이어지는 황금 라인업이었다. 이 두 곡에서 내내 합창을 하던 팬들은 동경하던 상대에게 패스를 받아 골을 넣었을 때의 묘한 자부심과 쑥스러움을 느끼며 목청을 길게 뽑았다.
파워메탈 발라드의 뿌리로 통하는 '페이드 투 블랙'으로 숨을 고른 메탈리카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에서 뿜어져 나오는 선율의 긴박함과 웅장함을 닮은 '시크 앤드 디스트로이'로 본 공연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첫 앙코르 '배터리'(Battery)로 이내 스스로와 팬들을 충전시키더니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나싱 엘스 매터스'(Nothing Else Matters)에서는 팬들이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고 다 같이 흔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앙코르 곡의 마지막이자 메탈리카의 상징과도 같은 곡 '엔터 샌드맨'은 화룡점정으로, 공연을 마치 다시 시작할 것 같은 기세를 공연장에 가득 채워 넣었다.
강렬한 사운드에 노련함이 묻어났던 이날 메탈리카의 연주 덕분에 신년 벽두부터 의기양양 충만해졌다. 금속으로 지어 올린 메탈 성채가 든든한 방어막이 돼 고척 스카이돔 밖은 영하인데도 몸이 달아 올라 구일 역까지 단숨에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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