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베'로 거론되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地) 지방창생상은 이번 개각에서 각료를 맡지 않고 나홀로 행보를 결정한 반면, '포스트 아베'의 샛별인 이나다 도모미(稲田朋美) 정조회장은 방위상(국방장관)에 내정됐다. 한편 이시바와 함께 차기 총리로 유력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이번에도 잔류한다.
이시바는 아베 1강 체제가 확립되기 전까지 아베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다. 지난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와 결전을 벌이다 패한 후 자민당 '넘버 2'인 간사장에 올랐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그를 견제하기 위해 2014년 9월 개각에서 이시바를 지방창생상으로 기용했다. 이시바는 당시 포스트 아베를 노리고 간사장 직을 유지하려 했으나, 아베는 견제 차원에서 자신의 라이벌인 이시바를 한직에 앉힌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 시점(2018년 9월)까지 약 2년이 남은 이번 개각에서, 이시바는 아베 정권과 거리를 두기로 결정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전화로 이시바에게 농림수산상 자리를 타진했지만 그는 고사했다.
이시바는 지난 2일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자민당에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라며 아베 정권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부각시킬 것을 시사했다.
각료를 맡지 않는다는 것은 자칫 존재감마저 희미해질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지만, 이시바는 지난해 9월 자민당 내 자신의 회파인 '이시다파'를 결성하며 차기 총재 선거 출마를 목표로 준비에 들어갔다. 이시바파 내부 불만도 이시바가 결단을 내리는데 역할을 했다. 지난해 10월 개각에서 이시바파 내부에서는 "(각료 직을 맡지 말고) 밖으로 나와야 한다", "이번 밖에 기회가 없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포스트 아베'에 대한 구상은 다르다. 그는 자민당 수뇌부인 간사장 자리에 총재 임기연장에 긍정적인 발언을 하고 있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총무 회장을 기용하기로 했다. 장기집권을 노린 인사 등용으로 풀이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여자 아베'라고 불릴 정도로 극우적 정치색을 가진 이나다 정조회장을 방위상에 기용한 것도 이나다를 자신이 후계자로 지목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방위상에 여성이 기용된 것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현 도쿄지사)에 이어 두 번째다. 4선 중의원인 이나다에게 이번 인사는 예상외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나다는 지난 2일 오전 방위상 기용 소식에 "머리를 맞은 기분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 했던 포지션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파로 알려진 이나다는 평화헌법인 헌법 9조 개정을 주장해 왔다. 그는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의 위패가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각료신분으로 참배하기도 했다.
이러한 극우적 정치성향을 지닌 이나다의 방위상 기용에 방위성 내부에서도 "중국이나 한국과의 관계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 혹은 "취임 첫날부터 북한의 움직임 등이 있으면 대응해야 하는데, 해낼 수 있을까"라고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이나다를 방위상에 앉힌 것은 일본 정부의 핵심 과제인 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 이전 문제, 미일지위협정의 개정 등 안전보장 분야에서 경험을 쌓게 하는 등 후계 수업의 일환이라고 일본 언론은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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