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평범한 남자 동물원 출신 김창기

기사등록 2014/03/07 09:22:57

최종수정 2016/12/28 12:24:22

【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삶이야기 禪이야기’ <71>

 인터뷰하게 되면 대상이 되는 분은 참으로 많은 얘기를 한다. 지금까지 돌아보면 대부분 자기 얘기를 하는 데 열중한다. 중간에 말 끊기가 두려울 정도다. 가끔 묻지도 않은 얘기를 하고 다른 질문을 했는데도 같은 대답을 뒤집기도 한다. 이들 가운데 심한 분들은 칼럼으로 내지 않는다. 받아들임이 없고 자기 혼자 떠들고 있다는 것은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에게도 배울 점은 많겠지만, 아무리 눈높이를 맞춰도 칼럼을 보는 독자들은 칼럼니스트를 용서하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티스트를 좋아한다. 그들은 감성이 살아 있다. 세상의 구속이라는 틀에 갇혀있기를 거부한다. 순수하다 못해 순진하다. 그런 분들을 만나는 것만으로 왠지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정화라기보다는 그들의 자유를 보고 자유를 만끽하고 즐거워하는 그 느낌을 전이 받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느낌 아니까!” 아니 느낌을 알게 됐다. 하지만 그런 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 “정말 오래가고 싶다면 스스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요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는 것만 많아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룹 ‘동물원’ 출신인 김창기 소아청소년발달센터 원장의 말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취재 대상자는 물론이고 모든 사람은 자신을 포장하고 또 포장한다. 화장하고 성형수술을 하듯이 그렇다. 그걸 알아보는 사람도 드물지만 알아보는 사람은 비판이나 비난을 하기도 한다. “저 사람은 위선적이야” “가식적이야” 등,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포장하는 모습도 자신을 나아지게 하는 모습이라는 것으로 말이다. 화장도 그렇고 성형도 그렇다. 모두 좀 더 잘 살아보기 위한 몸부림이다. 자신도 그렇다. 그런데 굳이 그걸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그렇게 포장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결국 최종적으로 포장한 모습을 감상해야 할 여유를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건 아닌지. 화장이 끝난 여배우를 보고 아름답다고 느낄 줄 안다면 그 과정도 사랑해야 한다. 여배우가 아니더라고 주변 사람들의 그러한 모습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최근 끝난 SBS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아름다운 전지현이 보여줬듯이 ‘생얼은 없다!’ 그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욕심이다. 허망한 미망이다. 그러나 다른 인터뷰와 달리 김창기 원장은 생얼로 나타났다. 물론 베이스는 포장하고 또 포장하려고 한 것이 보인다. 그러나 그가 상대적으로 생얼이나 다름없다고 유영희 상담치료사는 말한다. 위선과 가식으로 포장한 다른 연예인과는 달리 그냥 평범한 생활인이다. 가수는 직업이 아니고 취미일 뿐 그는 성공한 정신과 의사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가 프로 가수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지금도 저작권 순위에서 100위 안에 든다. 그가 그나마 애써 포장하려고 한 그의 인간상은 어떤 모습일까?

 “난 잘난 것도 없고 특별히 못난 것도 없는 평범한 남자야. 당신을 위해 부르는 유치한 이 노래를 받아주길 바래. 난 욕망과 두려움이 뒤섞인 하루를 반복하는 소심한 남자야. 어떻게 하면 아파트 평수를 늘릴 수 있을까 고심하는 아빠야. 난 직장에서 인정도 특별한 비난도 받지 않는 평범한 직원이야. 하지만 당신에겐 그 누구보다 특별한 남자이고 싶어. 날 사랑한다는, 그리고 아직도 날 믿고 있다는 당신이. 내게서 어떤 사람을 보고 또 보려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당신을 사랑해 이건 낭만과는 관계없는 고백이야. 내 뼈와 살과 피와 우리의 두 아이를 걸고 하는 다짐이야. 당신을 위해 부르는 유치한 이 노래를 받아주길 바래. 날 사랑한다는 그리고 아직도 날 믿고 있다는 당신이. 내게서 어떤 사람을 보고 또 보려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당신을 사랑해 이건 낭만과는 관계없는 고백이야.” 최근 그가 작사 작곡하고 노래한 ‘평범한 남자의 유치한 노래’ 제목이다. 이를 통해 그의 평범한듯하지만, 범상치 않은 일상을 엿볼 수 있다.

 팬들은 짐작하겠지만, 이 노래에 나오는 ‘당신’은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다시 만난 여자가 아니다. 1988년 수많은 청춘남녀를 시청 앞으로 몰고 왔던 그 노래의 주인공은 1984년 그를 떠났다. 처음 그녀를 잊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결국,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그는 그녀를 보지 못했다. 그가 그토록 원하는 만남은 노래에서만 가능했다. 지금도 어디서 뭐 하고 있을까? 그의 화두는 아니지만, 가끔 궁금해하는 그의 모습이 남자 스럽다. 그는 현재 주변 사람들이 인정하는 애처가다. 30이 넘어서도 솔로인 오빠를 보고 동생이 동창을 소개해준 것이 계기가 돼 결혼에 성공했다. 그냥 외롭고 심심해서 시작한 만남이 결혼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같은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하는 의사가 그의 부인이다.

 “모든 것은 아내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며 처음으로 두 번이나 강조한 그의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혹시 정신과 동료의사한테 학대라도 받고 있지 않나 살펴봤더니 오히려 아내와 가족이 있기에 너무나 행복해하는, 그냥 주변의 흔한 애처가일 뿐이다. 그가 그리는 포장의 끝은 저녁에 가족이 모여 스페인식으로 두 시간 정도 식사를 하는 오붓한 가장일 뿐이다. 한때 그렇게 유명했는데도, 택시 운전기사가 뚫어지게 쳐다보며 “어디서 봤던 것 같다”고 한다.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가’하고 좋아하는 것도 잠시다. ‘혹시 EBS 국어 선생님 아닌가요?’라는 말에 꽈당 넘어지기도 했다. 그는 그렇게 평범한 얼굴이다. 그가 부르는 새 앨범의 두 번째 노래 ‘이젠 두렵지 않나요’는 계속된다.

 전날 만난 사람의 글을 바로 쓰기는 처음이다. 항상 인터뷰가 끝난 다음에는 사전검열을 한다. 혹시나 대상자를 아프게 하지 않을까 해서 조심한다. 김창기 원장은 [하도겸 칼럼]을 읽어봤으니 알아서 당신의 필체로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아니 조금 모자란 듯이 더 쉽게 써 달라고만 부탁했다.

 * 칼럼니스트 하도겸은 법륜사(종로구 사간동)에서 목요요가명상마당(오후 7시)과 일요입보리행론마당(오후 3시)에서 무료자원봉사를 하면서 자신을 바로 보는 방법을 찾고 있다. 또 칼럼을 통해 사회와 종교계의 자성과 쇄신을 촉구하는 입장에서 화합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칼럼 내용 대부분은 제보되거나 인터뷰한 분의 글을 수정·보완했다.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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