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립 잡기노트]우리 정부, 무서운가? 애국가 작사자 공개

기사등록 2013/06/22 06:01:00

최종수정 2016/12/28 07:38:57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362>

 애국가 작사자는 좌옹(佐翁) 윤치호(1865~1946)라고 명기한 1950년대 정부문건의 존재를 지난 17일 뉴시스가 공개했다. 2012년 6월 이후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제시해온 팩트에 하나를 추가했다.

 그런데도 좌옹이 애국가를 지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아직 더러 있다. 대꾸하기조차 피곤한 소모적 시비이지만, 좀 더 단단히 못을 박으련다.    

 1955년 국사편찬위원회의 애국가 작사자 조사과정을 언론(연합신문)이 취재, 보도했다. 그해 7월 15, 16일 ‘애국가 작사자 판정의 시비, 사실을 감정으로 좌우?’와 ‘사적 사실은 그대로’라는 기사를 통해 “안창호가 ‘윤치호가 작사자일 것’이라고 말했다”는 증언을 전했다. 애국가 작사자는 좌옹이라고 1990년대 후반 이후 증명을 거듭하고 있는 서지학자 김연갑 상임이사(59·한겨례아리랑연합회)가 찾아낸 사료다.

 도산(島山) 안창호(1878~1938)가 설립한 대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친 채필근(1885~1973) 목사가 ‘애국가 작사자는 명예교장인 윤치호일 것’이라는 말을 교장인 도산에게서 들었다는 기록이다. 뿐만 아니다.

 그 무렵 미국 샌프란시스코 교민이 좌옹 작 애국가를 ‘국민가’라는 이름으로 인쇄한 종이를 앨범에 보관했다는 것, 미당(未堂) 서정주(1915~2000)가 글 ‘청년 리승만’에 애국가는 독립협회 발족 당시 윤치호가 지은 것이라고 적었다는 것, 최규남·신흥우·윤치왕·주영환·김동성·이겸로·김재형·박평화·정광현·신영순 제씨도 한영서원에서 좌옹 작 애국가를 배웠다고 증언한 것, 백낙준·윤영선·박은용이 좌옹 작 애국가가 기입된 창가집을 6·25동란 후 분실했다고 밝힌 것…. 한도 끝도 없다.

 신문은 다만 “만일 (좌옹이) 참의를 지낸 것이 애국가 개작의 이유가 된다면 3·1절 때 최남선이 지은 ‘독립선언문’도 개작해야 된다는 법이 나올 것이다. 차라리 애국가 작사자가 판명된 뒤에 새로이 ‘애국가’ 아닌 ‘국가’를 제정하자는 논의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짚었을 따름이다. 애국가가 좌옹 작이라는 점을 확인한 다음의 제안이다. 

 친일파 좌옹이 가슴 뭉클한 애국가를 작사했다는 사실이 싫은 한국인이라면 1962년 폐간한 연합신문이 혹시 ‘수구꼴통’ 아니었던가, 의심할 수도 있겠다. 애석하게도 그러나 ‘좌빨’ 매체다. 국제공산당원 신분이 탄로난 주필은 사형당했고 사장은 7년 징역형에 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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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언급한 채 목사에게도 의혹의 눈길을 둘 테지만, 최종적으로 친일파로 분류된 그는 변절 전에는 도산의 측근이었다. 좌옹이 처음부터 친일하지 않은 것과 같다.  

 오늘도 흥사단은 도산이 애국가의 작사가라고 강변한다. “당분간 나를 밝히지 마오!”라며 당신이 애국가를 만들었다고 귀띔했다고 한다. 김연갑 이사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상해 임시정부에서 애국가 개작 또는 제정 논의가 세 차례나 있었건만 도산이나 주변인물들은 이와 관련한 그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다”면서 도산 작사설을 일축한다.

 작년 여름, ‘신동립 잡기노트’는 이렇게 썼다. “안창호가 애국가 작사자이면 정말 좋겠다. 하지만 아니어도 괜찮다. 위인 도산의 무실(務實) 역행(力行) 충의(忠義) 용감(勇敢)은 민족의 영원한 사표이기 때문이다. 금상첨화 의욕이 소탐대실로 반전될까봐 두렵다.” 여전히 흥사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애국가 작사자는 좌옹이라고 외치기도 이제는 지겹다. 1955년에 이어 1996년에도 정부는 애국가 작사자를 조사만 하고 말았다. 누가 공무원 아니랄까봐 결론을 작사자 ‘미상’으로 남겨둔 채 복지부동 중이다. 작곡자 안익태(1906~1965)와 작사자 윤치호, 두 친일파가 우리나라의 노래를 만들었다는 점을 공인하면 국민이 화를 낼세라 딴전을 부리고 있는 꼴이다.

 사실(史實)을 사실(事實)대로 전한 뒤 걱정할 사안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국가로 삼자고 덤벼들까봐 두렵나 보다. 세상에 무슨 이런 나라가 다 있나.

 문화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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