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신동립의 잡기노트-독립선언서와 애국가, 그리고 '변절자' 최남선과 윤치호

기사등록 2013/03/25 15:47:01

최종수정 2016/12/28 07:12:01

【서울=뉴시스】올해 제94주년 3·1절 기념식장인 세종문화회관에서 행정안전부가 나눠준 16쪽짜리 행사 안내서에는 이상한 구석들이 있다.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차로써 세계만방에 고하야 인류평등의 대의를 극명하며, 차로써 자손만대에 고하야 민족자존의 정권을 영유케 하노라’로 이어지는 ‘독립선언서’를 누가 지었는지 알리지 않았다.  이 원문을 ‘우리는 이에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한다. 인류평등의 큰 도의를 분명히 하는 바이며, 이로써 자손만대에 깨우쳐 일러 민족의 독자적 생존의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려 가지게 하는 바이다’고 해설한 사람은 밝혔다. ‘한글풀이 이희승 박사’라고 분명히 공개했다. 저자보다 역자가 더 대우받는 별난 일이 생겼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의 ‘애국가’도 마찬가지다. ‘안익태 작곡’이라고만 돼있다. 작사자의 성명은 없다. 나라가 실수로 이름을 빠뜨린 것 같지는 않다. ‘기미년 삼월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같은 대한독립 만세’로 시작하는 ‘삼일절 노래’ 악보에는 ‘정인보 작사·박태현 작곡’이라고 명기했다  1919년 손병희를 비롯, 민족대표로 선출된 48인은 세계에 독립을 선언하고자 최남선에게 독립선언서를 작성케 했고 2만1000장을 찍어 배포했다. 이어 3월1일 오후 2시 서울 인사동 태화관에서 독립을 선언했다. 한용운이 조선민족의 대표로 최남선이 쓴 선언서를 낭독키로 했다가 격려사로 대신하고, 총독부에 자진 신고해 피체 당했다. 그러나 파고다 공원에서 학생 대표 정재용은 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했고, 3·1운동은 고개를 들었다. 조선민족의 독립의지는 1762자로 이뤄진 이 독립선언서로 표출돼 국제사회로 퍼져 나갔다.  광복 후 3년, 3·1절을 맞아 당시 평화신문은 최남선을 인터뷰했다. 기사는 독립선언서를 ‘우리 민족의 자주독립 성서(聖書)’, 최남선을 ‘독립선언문 및 부수(附隨) 각종 서한(書翰) 4통 기초자(起草者)인 육당 최남선씨’라고 썼다. 친일파 척결 기운이 등등하던 시절이다.  최남선은 ‘일대(一大) 민족의 윤리운동으로 전개하여 우리 민족정신을 작흥(作興)시키며 그것으로 세계에 우리 민족의 기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혁명이 아닌 나의 민족 윤리운동을 실현하려 한 것’이라고 독립선언서 작성 배경을 고백했다.  ‘조선 사람이 일본의 통치를 받아 10년이나 되는 날까지 여러 가지 형식으로 일본에 대한 반박(反駁)의 심리를 발휘했지만 해외 각국은 그다지 그것을 인식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민족적 반박심을 표현할 기회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조선 사람이 가만히 있으면 일본정치에 만족하고 납득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이니까 이번 운동에 있어서 독립이 실현된다든가 못 된다든가 하는 것은 문제 아니고 적어도 조선 사람이면 일본에 대한 반박심을 표현할 필요가 있다 하여 그렇게 실천된 것입니다.’  정부는 애국가 작사자가 윤치호라는 사실도 숨기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윤치호의 친일을 문제 삼아 애국가를 개정하자는 여론이 일 것을 우려, 작사자 미상으로 처리토록 했다. 1957년 시인 서정주는 ‘이미 독립협회 발족 당시에 윤치호씨의 손으로써 제작된 것’이라며 애국가의 작사자를 지목했다. ‘이승만 박사로부터 친히 구전을 받아 필기하였으므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못까지 박았다.  최남선과 윤치호는 둘 다 변절자, 친일파다. 입증된 사실이다. 동시에 독립선언서와 애국가의 작자다. 이 또한 팩트다. 윤치호의 친일을 애국가와 연결하는 식의 접근은 우격다짐일 수 있다. 민중이 애국가를 역사의 노래로 택했고, 윤치호와 별개로 국가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최남선의 친일이 독립선언서로 미쳐서는 안 된다.  서지학자 김연갑 상임이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는 “1970년대 국사학계에서 독립선언서 중 행동강령인 공약3장만은 한용운에 의해 부기(附記)된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는데, 오히려 과공비례의 역효과를 낳은 바 있다. 또 윤치호가 작사한 것이 사실이라면 애국가를 부르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이들도 있다. 당당한 친일청산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친일파이므로 역사에서 지워야 한다면 그들에 의해 작성되고, 작사된 독립선언서와 애국가 자체도 지워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화부장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20호(4월1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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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아이즈]신동립의 잡기노트-독립선언서와 애국가, 그리고 '변절자' 최남선과 윤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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