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브레이킹던·늑대소년으로 알아본 '각인'

기사등록 2012/11/19 14:37:56

최종수정 2016/12/28 01: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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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15일 개봉한 크리스틴 스튜어트(22) 로버트 패틴슨(27)의 할리우드 판타지 로맨스 '트와일라잇' 시리즈 제5편 '브레이킹 던2'(감독 빌 콘돈)가 4일째인 18일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 2008년부터 5년을 이어져온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의 위력을 과시했다.


 '뱀파이어' '늑대인간' 등 서양전설의 총아격인 이 영화를 통해 빛을 본 단어가 '각인'(imprinting)이다.

 시리즈 제3편 '이클립스'(2010)에서 '늑대인간'인 '제이콥'(테일러 로트너)의 입을 통해 처음 등장한다. "각인은 늑대인간에게 있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는 감정이다. 그런데 반하는 것과 다르다. 누군가에게 각인된다는 것은 마치 그녀를 보는 순간 세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를 땅으로 끌어당기는 것이 중력이 아니라 그녀가 되는 것이다. 다른 것은 안 중요하다. 그녀를 위해선 뭐든 하고, 뭐든 될 수도 있다. 친구, 오빠, 보호자…."

 '이클립스'에서 제이콥이 각인을 설명할 때 관객들은 제이콥이 여주인공 '벨라'(스튜어트)를 짝사랑하고 있었기에 벨라에게 각인된 것으로 추측했다. 그런데, 이때의 각인은 늑대인간들의 리더인 '샘' 얘기였다. 샘은 먼저 '리아'와 사귀었지만 뒤늦게 '에밀리'에 각인되면서 삼각관계를 형성하다가 결국 리아와 헤어지게 된다.


 제이콥이 벨라를 그렇게도 좋아하는데 각인이 되지 않도록 한 설정은 이 영화에서 두 가지 효과를 낳았다.

 하나는 제4편 '브레이킹 던1'(2011)에서 인간인 벨라와 뱀파이어인 '에드워드'(패틴슨)가 결혼할 때 제이콥이 벨라에게 각인됐다면 이들의 결혼을 어떻게든 막으려 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판타지 로맨스로 전개돼야 할 영화가 비극이 돼버리기 때문일테지만 자연스럽게 그런 문제점을 해결했다.

 다른 하나는 벨라와 에드워드 사이에 태어난 딸 '르네즈미'에게 제이콥이 각인되는 것으로 얘기를 전개시키면서 '늑대가 각인된 상대는 해칠 수 없다'는 가장 엄격한 규율에 따라 늑대인간들이 더 이상 르네즈미를 해치려하지 않는 것은 물론 '브레이킹 던2'에서 뱀파이어의 왕족격인 '볼투리가'로부터 르네즈미를 보호하고자 에드워드의 집안인 '컬렌가'와 힘을 합치는 계기를 만들게 된다.


 그러면 10월31일 개봉해 19일만인 10월18일 500만 관객을 달성한 송중기(27) 박보영(22)의 판타지 멜로 '늑대인간'(감독 조성희)에는 각인이 없을까. 송중기가 열연한 '철수'가 '늑대인간'인 만큼 당연히 드는 궁금증이다. 이 영화에는 각인이라는 단어는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영화 후반부 생물학 교수 '강 박사'(유승목)의 "늑대는 한 마리의 암컷과…"라는 말로 각인을 대신한다. '트와일라잇' 식으로 보면 당연히 철수는 '순이'(박보영)에게 각인됐다. 그렇기 때문에 철수는 그 누구도 아닌 순이의 말만 따르고, 순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걸며 순이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각인의 결정적인 계기는 순이가 철수 앞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줄 때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후반부 철수가 기타를 그린 그림을 순이에게 보여주며 기타를 쳐달라고 하기도 하고, '지태'(유연석)의 계략에 빠져 기타를 찾기 위해 '정씨 아저씨'(우정국)의 집을 침입하기도 한다.

 각인이라는 것은 실제로 있을까. 각인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동물학적 용어로도 '임프린팅'이다. 동물이 태어난 직후 배우는 행동양식을 의미한다. 눈 앞에서 움직이는 특정의 것에 대한 접근과 추종의 행동이다. 생후 수 시간 내에 걸을 수 있는 닭, 오리, 메추라기, 도요새, 기러기, 양, 염소, 사슴, 모르모트, 토끼 등 조성성(早成性) 동물에게서 나타난다. 비교행동학자인 콘라트 로렌츠(1903~1989)가 회색 기러기 연구를 통해 정립했다.

 늑대는 정말 각인되고, 1부1처제를 하는 것일까. 열린동물의사회 윤신근 회장(동물학 박사)은 "각종 연구에 따르면 늑대는 로렌츠가 설파한 형태의 각인을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1부1처제를 하는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자치령 야생생물보호국 소속 생물학자이자 탐험가인 팔리 모왓(81)은 1년간 북극늑대를 관찰한 결과를 쓴 저서 '울지 않는 늑대'(2003)에서 "늑대들은 1부1처제를 고수하며 가족과 함께 자신의 영역에서 단란하게 사는 공동체 생활을 영위한다. 배우자가 일찍 죽으면 다른 가족에 편입돼 마음씨 좋은 아저씨, 아줌마 역할을 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결국 '트와일라잇'중 늑대인간의 각인은 미국 작가 스테파니 메이어(39)의 원작소설과 영화 속 서정적 표현이고, 동시에 '남자는 다 늑대'라는 말 역시 허언인 셈이다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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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브레이킹던·늑대소년으로 알아본 '각인'

기사등록 2012/11/19 14:37:56 최초수정 2016/12/28 01: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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